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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주머니’ 준비한 이준석 대표

‘30대 제1야당 대표’가 보여주는 정치

[시사매거진284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선대위 인선에 불만을 드러내 당무를 거부하고, 윤석열의 핵심 관계자, 이른바 '윤핵관' 문제를 공론화하며 선대위를 뛰쳐나가면서 내홍의 중심에 섰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윤 후보 지지율까지 추락하자 당에서는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이 대표는 그가 말한 ‘비단주머니’를 통해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이끌고 있다.선대위 직책 사퇴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21일 조수진 당시 선대위 공보단장과 지휘체계 문제로 불거진 갈등과 관련해 서울

[시사매거진284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선대위 인선에 불만을 드러내 당무를 거부하고, 윤석열의 핵심 관계자, 이른바 '윤핵관' 문제를 공론화하며 선대위를 뛰쳐나가면서 내홍의 중심에 섰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윤 후보 지지율까지 추락하자 당에서는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이 대표는 그가 말한 ‘비단주머니’를 통해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이끌고 있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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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 직책 사퇴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21일 조수진 당시 선대위 공보단장과 지휘체계 문제로 불거진 갈등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갈등이 불거진 조 공보단장을 겨냥, “바로잡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고, 오히려 여유가 없어서 당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 링크를 언론인들에게 보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만 “당 대표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며 “물론 울산에서의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선대위 구조에 대한 조처가 이뤄진다면 복귀할 생각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복귀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선대위직 사퇴와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소통이 됐는가’라고 묻자 “후보와 상의하지 않아도 판단할 주체적인 능력이 있다”며 “상의는 안 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 등 2개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사진_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 등 2개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사진_뉴시스)

“세 번 도망가면 당 대표 사퇴”

이 대표는 지난달 6일 당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 화합을 다짐하며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며 심기일전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와의 갈등 국면에 묵혀뒀던 ‘비단주머니’도 단계적으로 당 대선 전략에 반영하며 차기 대선판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그는 갈등 봉합 다음날인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60일이면 충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리면서 남은 기간 대선 승리를 위한 총력전을 다짐했다.

또 윤 후보가 이날 ‘9호선 지옥철 직접 타보기’를 한다는 기사를 SNS에 공유한 이 대표는 “선거운동 기조를 바꿨다는 것은 큰 변화의 시작”이라며 “당 대표 이하 모든 당직자와 당원들도 남은 60일간 진정성 있고 낮은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2030세대의 표심’도 흔들었다. 그는 SNS에 “이번 선거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당 최우세지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지역 득표율보다 20대에서의 세대 득표율이 더 높은 결과를 받아드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은 지역이 아니라 세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2021년 시작된 정치 변화는 2022년에 정점을 찍을 수 있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구현한 ‘AI(인공지능) 윤석열’ 홍보에도 적극 나섰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윤 후보의 공약을 SNS를 통해 힘주어 설명하는 등 화해 후 꾸준히 ‘윤석열 지원사격’에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이 대표의 호남 끌어안기

이 대표는 설날인 1일 김용태 최고위원,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무등산을 찾아 해맞이 행사에 참석했다. 새해 벽두부터 고향 방문 등의 일정 대신 호남을 찾았다는 점에서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이 지역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해발 1100m의 무등산 정상에 올라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국민의힘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특히 2030세대가 저희에게 2021년부터 많은 지지를 준 것처럼 2022년에도 저희는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겠다”라며 “특히 호남, 광주와 전남북에서 조금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 저희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 조금 더 낮은 자세로 다가서겠다는 의지로 무등산을 등반하게 된 것”이라 언급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 이상을 득표해 많은 지지를 받아 지역 구도가 깨졌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며 “윤 후보의 호남에 대한 진심이 손편지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을 위해 오롯이 주민들께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호남에서 20대 남성이 역시나 정치개혁을 선도하고 있다”며 “연휴기간동안 부모세대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그 정치개혁의 불씨가 부모세대로 옮겨붙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까지 호남 위주로 일정을 짜겠다”라며 “호남의 구석구석, 다도해의 섬 하나하나까지 찾으면서 국민의힘이 호남 발전에 진정성이 있음을 보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금까지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호남에 와서 5·18 행보 정도로 국한했었는데 저희는 일자리 문제 등 호남 구석구석을 돌면서 호남에 대한 저희 진심을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보일 수 있게 하겠다”며 “3일부터 제가 다도해 해역을 돌면서 도서지역의 민원이나 현안을 공약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 약속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우리가 윤석열이다!’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필승 결의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우리가 윤석열이다!’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필승 결의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安과 단일화 없을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을 아우르는 ‘범여권 연대’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착각은 자유”라고 일축했다. 안 후보와 국민의힘과의 단일화에 있어서도 선거까지 40일도 남지 않은 상황 속 단일화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단일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이날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안 후보의 결합은 상상 가능한 범주 내에 있지만 민주당에 구원의 손길이 될 지, 또 다른 결과를 낳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3년 안 후보가 제3당 창당 작업을 하다 민주당과 합당한 것을 언급하며 이 대표는 “안 후보는 과거 민주당과 합당을 하기도 했고, 5년 전만 하더라도 사드 문제 등에서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했던 적이 있다”며 “안 후보가 굳이 지금까지 차선변경 하면서 보수까지 왔는데 다시 한번 또 차선을 변경해 그쪽(민주당)으로 가신다면 놀랍지도 않고 별로 기대도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정몽준, 노무현 단일화도 그렇고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도 보통 40일 전으로 됐다”며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선거 20일을 앞두고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 많은 타결이 이뤄져야 한다. 40일이 지나고 단일화에 돌입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집했다.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

이 대표가 윤 후보를 위해 준비한 ‘비단주머니’가 연일 히트를 치고 있다. 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대표와 윤 후보, 원희룡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이 직접 출연한 ‘59초 쇼츠’ 공약 시리즈는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했다. 윤 후보의 “좋아! 빠르게 가!”라는 유행어도 탄생했다. 이 대표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AI 윤석열’은 청년보좌역들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AI윤석열의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 구호는 지지자들 사이의 ‘밈’으로 재확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상징으로 인식된 시민 유세차는 이 대표의 구상에 따라 업그레이드가 끝났다. 시민들이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변의 유세차를 검색할 수 있고, 선호 연설 위치와 희망 일자를 사전 등록하면 누구나 유세차에 오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인 누군가가 올라가서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보다 예전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처럼 가장 진솔한 이야기들이 올라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설 연휴에는 윤 후보가 직접 쓴 손편지를 받았다는 호남 유권자들의 ‘인증샷’이 이어졌다. 호남 전 지역 230만 가구에 순차 발송 중인 ‘윤석열체’ 손편지는 이 대표의 지난해 전당대회 승리 비법 중 하나다.

사상 처음으로 ‘30대 제1야당 대표’ 자리에 오른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도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행보를 이어갔다. 당무를 보이콧하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사퇴하면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만 두 번이었다. 복귀 후에도 그는 전면에 나서며 당내에서는 ‘이준석 리스크’라는 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30세대, 그 중에서도 2030 남성들의 시각을 대변하며 급속히 입지를 넓혀간 인물이 바로 이 대표다. 2030 남성들은 정치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이 대표에게 열광했다. 이번 대선에서 2030 표심이 막판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승부가 결정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국회의원 ‘0선’인 이 대표가 이런저런 논란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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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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