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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 극우가 외치는 배제의 논리, 대통령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대통령의 말은 가볍지 않다. 한마디의 발언이 정책의 방향을 드러내고, 사회가 누군가를 대하는 기준을 바꾸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대통령의 언어에는 그 어떤 말보다 신중함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 상의 발언은 깊은 유감과 우려를 낳는다.

농업 분야의 인력난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일)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며 임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가 번 돈을 고국으로 보낸다는 이유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다. 그들이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우리 사회의 어떤 공백을 메우며, 어떤 방식으로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애써 외면한 채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결코 한국 경제의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농업의 현장에서, 축산농가에서, 공장과 건설 현장에서 그들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초적인 필수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만일 이들이 없다면 농사며 건설현장이며 제대로 돌아갈까. 당장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을 농업 및 산업현장이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동으로 생산된 농산물과 생산품은 국내 시장에서 또 소비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우리 경제의 일부가 된다.

임금의 일부를 본국에 송금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에게도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정당한 경제활동이자 그들이 머나먼 타국만리에서 노동을 하는 근본적 이유다. 더욱이 이들은 한국에서 생활하며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 등 다양한 비용을 지출하며 생활한다. 단순히 송금만을 떼어내 그들의 경제적 활동이나 기여를 부정하는 것은 경제 순환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판단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발언과 인식 속에서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반복돼 온 위험한 정치 문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다.

미국의 트럼프도 그러했지만 유럽의 일부 극우 정치세력은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를 자국민의 일자리와 복지를 빼앗는 존재 즉, 악의 무리로 묘사해 왔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에서 찾기보다,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에게 돌리는 방식이다. 이민자가 자국민의 몫을 빼앗고, 외국인이 국가의 부를 밖으로 가져간다는 이러한 주장은 복잡한 경제 현실을 왜곡하고 구조적 모순을 단순한 적대의 구도로 바꾼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그런 배제의 논리와 닮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외국인 노동자의 송금을 문제 삼아 경제적 기여를 부정하는 순간, 노동자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니라 우리 몫을 가져가는 외부인이 된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특정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 농업의 현실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배제의 언어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요구한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계절에 따라 급격히 달라지는 노동 수요, 불안정한 고용 여건과 낮은 수익성은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국내 노동자가 농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유입되지 못하는 이유도 함께 살펴야 한다.

내국인 노동자에게 생계가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생산비 부담을 완화하며, 지속 가능한 인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외국인 노동자를 배척하는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현실이 있다면, 그 역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노동자의 국적에 따라 임금과 처우의 기준이 달라지는 구조를 방치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문제 삼는다면, 정작 노동시장의 왜곡을 만든 원인은 그대로 남게 되면서 애꿎은 외국인 노동자 탓만 하게 되는 꼴이 된다.

청와대는 이날 밤 대통령의 발언이 농업 등 필수 산업이 저임금 외국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분명해야 한다. 국내 노동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과 이주노동자의 기여를 부정하는 언어는 양립할 수 없다. 정책의 취지가 선하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의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기준을 세우는 자리다. 노동자의 국적을 기준으로 경제적 가치를 나누고, 그들이 번 돈을 어디로 보내는지를 이유로 기여를 부정하는 언어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국적에 따른 배제가 아니라 노동의 존엄이다. 국내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일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과제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저임금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경제로 가는 길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수많은 이주민과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사회다. 그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정책은 출발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따져 묻는다면, 먼저 그들이 없을 때 우리 산업과 농촌이 어떤 상황에 놓일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국경을 넘어온 노동자에게도 들린다. 그 말이 환영과 존중의 신호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은 이 사회에 필요하지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는 못한다는 배제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노동자는 송금의 방향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사람의 가치는 국적이나 피부색으로 나뉘지 않는다. 농업의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진정이라면, 그 출발점은 이주노동자를 경제의 부담으로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의 정치가 배제와 혐오의 언어로 기울 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 흐름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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