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칼럼] 화려한 불꽃축제, 이제는 한번쯤...
축제의 화려함 뒤에 남는 환경오염의 부담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불꽃놀이의 계절이 왔다. 불꽃놀이는 그 자체로 서울과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로 발돋움했지만 전국의 여느 크고 작은 축제에서도 개막과 피날레를 장식하는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왠만한 규모의 전국의 내노라하는 축제에 불꽃놀이가 빠진 곳은 없으리라.
부산의 경우 광안리 앞바다 광안대교에서 펼쳐지는 부산불꽃축제는 불꽃놀이 하나만으로 이미 부산의 대표축제로 자리잡았다. 화려한 불꽃의 밤은 마치 바다가 품은 어둠 위에 별빛의 강을 쏟아붓는 듯 환상적이다. 한 줄기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면 광안리의 파도와 도시의 불빛이 함께 흔들리고, 곧이어 터지는 붉고 푸른 빛의 꽃들은 다리 위에 또 하나의 찬란한 풍경을 피워낸다.
불꽃을 쏘면 사람들은 저마다 숨을 멈춘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불꽃이 터지는 순간 밤하늘은 환호로 가득 찬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광안리의 불꽃놀이는 도시의 상징이 되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꽃이 사라진 뒤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불꽃을 터뜨린 후 대기에는 무엇이 남고, 바다에는 무엇이 떨어지며, 폭음과 섬광은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불꽃놀이의 환경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막연한 추측만은 아니다. 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내외 연구가 이미 나와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한 연구는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와 부산불꽃축제의 대기오염 변화를 분석한 바 있다. 서울에서는 행사 후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최고 320㎍/㎥, 미세먼지(PM10)는 371㎍/㎥까지 올랐다. 부산에서도 각각 241㎍/㎥와 253㎍/㎥의 최고 농도가 관측됐다. 연구진은 불꽃놀이 뒤 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일보다 유의하게 높아졌고, 바람을 따라 오염물질이 확산되는 양상도 확인했다고 제시했다. 불꽃축제 이후 대기오염이 더 악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공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폭음과 섬광은 야생동물에게도 스트레스를 준다는 보고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진은 2023년 기상 레이더와 조류 관측 자료를 분석해, 새해맞이 불꽃놀이 때 인근 조류의 비행량이 평소 밤보다 평균 약 1,000배 늘었다고 밝혔다. 불꽃놀이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비행 활동이 증가했다.
2025년 새해 첫날 불가리아에서는 조류 사체 1,007마리가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불꽃놀이로 인한 공포 비행과 충돌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해외 사례를 부산의 경우와 직접 연관시킬 수는 없지만 불꽃놀이의 생태계 영향이 실제 연구와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셈이다.
부산은 이 문제를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바다와 해안 경관은 부산의 소중한 자산이자 시민과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광안리와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불꽃축제가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행사라면, 환경을 지키는 일도 운영의 핵심 책임이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불꽃축제를 없애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축제의 문화적 가치와 지역경제 효과를 인정하는만큼 환경 비용 또한 함께 계산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관광객 수와 화려한 볼거리로만 축제의 성공을 평가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대규모 불꽃축제의 환경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행사 전후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를 시간대별로 측정하고, 바람에 따른 오염 확산 경로를 공개해야 한다. 시민이 위험을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실시간 안내와 취약계층 보호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의 경우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이제는 불꽃 규모만 겨루는 축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드론 쇼와 레이저·미디어아트, 저소음 불꽃 등 다양한 연출을 결합하고, 불꽃 사용량과 환경 영향을 줄이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대체 기술이 오염과 생태 교란을 모두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환경 부담을 낮출 선택지는 넓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축제의 환경 비용과 관리 실적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화약 사용량, 대기질 측정 결과, 폐기물 수거량, 생태 조사 결과, 환경 관리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축제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화려하게 보여지는 부분만 공개할 게 아니라 그 이면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불꽃축제의 비용은 부산불꽃축제의 경우 2025년 20주년 행사에서 약 23억 원, 통상 8만~9만 발의 불꽃을 사용한 것으로 보도됐으며, 서울세계불꽃축제 역시 불꽃쇼에 수십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지역축제의 개막·폐막 불꽃쇼는 규모와 시간에 따라 대략 1,000만~5,000만 원, 중형급은 5,000만~1억 원 이상, 대규모 음악 연동형 쇼는 수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도시의 품격은 얼마나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리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불꽃이 사라진 뒤 시민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지, 바다와 생태계가 보호되는지, 축제가 남긴 부담을 누가 책임지는지도 도시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축제는 성황리에 개최되어야 하겠지만 시민의 건강과 환경에 부담을 주는 방식만으로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이제는 불꽃의 높이와 규모를 넘어 환경에 남기는 흔적까지 평가해야 한다.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 축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태 축제로. 그것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불꽃축제에 던져야 할 질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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