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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전화해, 법원에 꼭 직접 가야 하나… 대리 출석의 조건과 함정

-화해기일 출석 부담에 제소전화해 미루는 임대인·임차인 잇따라 -변호사 대리 출석 가능… 한 변호사가 양쪽 대리하는 건 금지 -"임차인 측 위임장·인감 미리 갖추고 관할 합의서도 함께 준비해야"

(사진제공 =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사진제공 =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시사매거진 = 주성진 기자] 임대차 계약을 맺으며 제소전화해를 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법원에 직접 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절차를 미루다 계약 기간 중반을 넘기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적지 않다. 지방에 사는 건물주, 매장 운영으로 평일 낮에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임차인, 대표자가 해외에 있는 법인 임차인 등 사정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제소전화해는 당사자가 반드시 본인 출석해야 하는 절차가 아니며, 대리인을 세워 진행하는 것이 실무에서 오히려 일반적이다. 다만 누가 누구를 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이 있어, 이를 모르고 준비하면 기일 당일 화해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일 "제소전화해도 민사소송 절차의 하나여서 당사자는 소송대리인을 통해 화해기일에 출석하고 화해 의사를 표시할 수 있으며, 실무에서는 임대인이 변호사에게 신청과 기일 출석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다만 같은 변호사가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을 동시에 대리하는 것은 변호사법상 금지돼 있으므로, 임차인은 본인이 출석하거나 별도의 대리인을 세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상가 건물주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다른 지역에 거주해 화해기일 출석이 어려웠고, 임차인도 매장을 비울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변호사에게 신청서 작성과 기일 출석을 위임했고, 임차인은 화해조항 초안에 동의한 뒤 자신의 배우자를 대리인으로 세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법원의 허가 없이는 대리할 수 없어 임차인의 배우자는 그대로 출석할 수 없었고, 결국 임차인이 직접 기일에 나와 화해가 성립됐다. 임차인 측 대리 방법을 미리 확인하지 않아 기일을 한 차례 연기해야 했던 사안이다. 처음부터 임차인이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거나 배우자에 대한 대리 허가를 받아 두었다면, 양쪽 모두 법원에 가지 않고도 첫 기일에 조서를 받을 수 있었다.

법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민사소송법 제87조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정한다. 다만 같은 법 제88조에 따라 단독판사가 심리하는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배우자나 일정 범위의 친족, 당사자와 고용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대리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가족이나 직원을 세우려면 기일 전에 소송대리허가신청서를 내 허가를 받아 두어야 한다. 법인이 당사자인 경우에는 대표자가 출석하거나 변호사에게 위임하고, 직원을 세우려면 역시 허가 절차를 거친다. 한편 변호사법 제31조는 변호사가 수임 사건의 상대방을 대리하는 것을 금지하므로, 임대인의 변호사가 임차인의 위임장까지 받아 양쪽을 대리할 수는 없다. 다만 임차인 쪽도 임대인의 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를 선임해 진행할 수 있고, 그 수임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소송위임장에 인감도장을 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교부하면 위임이 이뤄지므로, 임차인이 법원에 나오지 않고도 대리인을 통해 화해에 참여할 수 있다.

실무에서 준비할 서류는 단순하다. 임대인은 변호사에게 소송위임장을 작성해 주고, 임차인은 본인 출석이라면 신분증과 도장을, 대리 출석이라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필요시 소송대리허가신청서를 갖춘다. 관할은 당사자가 합의해 지정한 법원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할 합의서도 함께 작성해 두면 출석 편의가 좋은 법원을 고를 수 있다. 화해조항은 기일 전에 양쪽이 초안을 확인하고 동의해 두어야 대리인이 기일에서 별도 협의 없이 조서를 성립시킬 수 있다. 조항에 이견이 남아 있으면 대리인의 권한 범위를 넘는 수정이 필요해져 기일이 연기되거나 화해가 불성립되기도 한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법원에 가는 절차라는 이유로 미룰 일이 아니라, 대리 출석 규칙만 알면 당사자가 한 번도 법원에 가지 않고도 마칠 수 있는 절차"라며 "임대인은 변호사 위임으로 해결되지만 임차인 쪽 출석 방법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신청 전에 임차인이 본인 출석할지, 별도 변호사를 선임할지, 가족이나 직원의 대리 허가를 받을지를 정하고 그에 맞는 서류를 준비해 두는 것이 기일을 한 번에 끝내는 요령"이라고 강조했다.

글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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