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현의 리테일 현장] 직영도 위탁도 아니다… 매장 운영의 세 번째 길, ‘코소싱’과 준도급
사람은 보장하고, 수익은 매출에 건다 — 브랜드와 운영사가 같은 방향을 보는 매장 운영 구조
조강현의 리테일 현장
오프라인 매장을 여러 곳 운영하는 브랜드 본사의 영업·매장관리 담당자를 만나면 비슷한 고민을 듣는다. 매장은 늘었는데 사람 관리는 더 어려워졌고, 판관비는 줄이라는데 매출은 지켜야 한다. 직영으로 끌어안자니 고정비가 무겁고, 중간관리로 맡기자니 매장이 손에서 멀어진다.
1983년부터 40년 넘게 백화점·아울렛·가두점 현장에서 매장을 운영해 온 필자는 이 고민이 개별 브랜드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본다. 지금 업계에 필요한 것은 더 좋은 직영도, 더 싼 위탁도 아닌 세 번째 길이다. 필자는 이를 ‘코소싱(Co-sourcing)’이라 부르고, 그것을 한국 오프라인 매장에 맞게 옮긴 계약 구조를 ‘준도급’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두 개의 길이 모두 막힌 이유
직영은 본사가 판매사원을 직접 채용하고 가르치고 지휘한다. 통제력은 높지만 인건비는 매출과 상관없이 고정비로 남는다. 결원이 생기면 공석을 메우는 일도, 신입을 다시 가르치는 일도 본사 몫이다. 매장이 열 곳, 스무 곳으로 늘면 본사 영업 담당자의 하루는 매출 전략이 아니라 근무표와 결원 대체로 채워진다.
반대편의 대표적인 대안이 백화점 중간관리, 즉 수수료형 위탁이다. 운영자가 매장을 맡아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정산받고, 그 수수료 안에서 판매 인력까지 해결한다.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구조 안에는 모순이 하나 숨어 있다. 운영자의 몫은 ‘수수료에서 인건비를 뺀 금액’이다. 사람을 한 명 더 쓰는 순간 운영자의 몫이 줄어든다. 그래서 매출이 올라도 인원은 좀처럼 늘지 않고, 피크 시간에 사람이 모자라 놓친 매출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브랜드는 매출을 원하고 운영자는 인건비를 아끼고 싶다. 같은 매장을 보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줄을 당기는 셈이다.
판매사원 인건비가 브랜드에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는 오래전부터 확인된 사실이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실태조사에서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소업체가 부담하는 판촉사원 인건비는 백화점 1곳당 연평균 4억1천만 원으로, 해당 백화점 매출의 10%에 달했다. 손님이 적은 평일에도 휴일 기준으로 인원을 세워야 해 부담이 크다는 응답도 함께 나왔다. 최저시급이 1만 원을 넘어선 지금(2026년 10,320원), 그 부담은 커졌으면 커졌지 줄지 않았다.
코소싱,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거는’ 것
코소싱은 원래 IT·회계·물류 분야에서 쓰여 온 개념이다. 업무를 외부에 통째로 넘기는 아웃소싱과 달리, 내부의 통제권과 외부의 전문성을 결합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 소매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코소싱이 서비스 품질 향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필자는 이 개념을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매장 운영의 코소싱이란, 브랜드와 운영사가 ‘매출’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각자의 책임을 나누어 걸고, 사람·수익·정보를 같은 방향으로 묶는 공동 운영 구조다.”
핵심은 ‘누가 운영하느냐’가 아니라 ‘각자의 이익이 어디에 걸려 있느냐’다. 직영은 브랜드가 모든 위험을 혼자 진다. 위탁은 운영사가 인건비라는 위험을 지는 대신, 매출과 반대로 움직일 유인을 갖게 된다. 코소싱은 위험을 나누되 양쪽의 이익을 같은 곳, 곧 매출에 건다.
준도급, 코소싱을 매장에 옮긴 계약 구조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어떻게 구현하는가. 필자가 ‘준도급’이라 이름 붙인 구조는 세 가지 원칙으로 설계된다.
첫째, 사람은 보장한다. 판매사원 TO(정원)와 직·간접비는 브랜드와 운영사가 협의해 정하고 보장한다. 운영사가 인건비를 아껴 수익을 내는 길을 처음부터 끊어 두는 장치다.
둘째, 수익은 매출에 건다. 운영사의 운영 대행 수수료는 매출액에 연동한다. 운영사가 더 버는 유일한 방법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된다. 피크 시간의 숙련 인력 배치, 빠른 결원 대체, 정기 교육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가 되는 이유다.
셋째, 지휘는 운영사가, 기준은 함께. 현장 지휘와 인력 관리 책임은 운영사가 진다. 대신 운영 기준과 보고 항목(매출·인원·재고)을 계약으로 정해 브랜드가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브랜드는 매장을 손에서 놓지 않고, 본사 담당자는 근무표 대신 매출 전략에 시간을 쓴다.
업계에서 ‘반직영’, ‘인건비 지원형’이라고 부르는 방식과 원리는 같다. 다만 이름이 여럿이고 정의가 제각각이다 보니, 같은 이름 아래 전혀 다른 계약이 오가는 일이 잦았다. 필자가 굳이 새 이름과 정의를 제안하는 이유다. 세 가지 운영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구분 | 직영 | 중간관리 (수수료형 위탁) | 준도급 (코소싱) |
인건비 성격 | 고정비 | 수수료 안에 포함 (변동비) | TO·직간접비 협의 보장 + 매출 연동 수수료 |
현장 지휘 | 브랜드 본사 | 운영사 | 운영사 (운영 기준은 공동으로 정함) |
운영사 수익이 커지는 길 | 해당 없음 | 매출을 올리거나 인건비를 줄이거나 | 매출을 올리는 것 하나 |
매출이 오를 때 인원 | 본사가 판단 | 잘 늘지 않음 | 협의로 조정 |
본사 관리 부담 | 큼 | 작음 (대신 통제력도 작음) | 작음 (정기 보고로 확인) |
우리 매장에 코소싱이 필요한지 보는 다섯 가지 신호
현장에서 필자가 보는 신호는 다섯 가지다.
• 판매사원이 6개월을 못 넘기고 바뀐다.
• 결원이 생기면 공석이 길어지거나 본사 인력이 매장에 투입된다.
• 상품과 진열을 바꿔도 매출이 움직이지 않는다.
• 본사 영업 담당자가 매장 관리에 묶여 있다.
• 같은 상품인데 매장별 매출 편차가 크다.
하나만 해당한다면 운영 개선으로 풀 수 있다. 그러나 두세 개가 겹친다면 사람이 아니라 운영 구조 자체를 다시 볼 때다.
이름보다 설계가 먼저다
주의할 점도 분명히 해 둔다. 준도급은 법령 용어가 아니다. 현장 판매사원에게 누가 업무를 지시하느냐에 따라 같은 계약도 파견으로 볼지 도급으로 볼지 판단이 달라진다. 브랜드 본사가 운영사를 건너뛰고 판매사원에게 직접 지시하기 시작하면, 도급의 모양을 갖춘 계약이 파견으로 해석될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준도급은 이름이 아니라 설계다. 지휘 체계와 보고 경로, TO 조정 절차를 계약서에 분명히 담고, 계약 형태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고용노동부 판단 기준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하나, 모든 매장이 운영 구조만 바꿔서 좋아지지는 않는다. 입지나 상품 경쟁력이 원인이라면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요일·시간대 매출, 근무표, 판매사원 근속 기간을 나란히 놓고, 매출이 새는 곳이 ‘운영’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맡길 곳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볼 곳을 찾을 때
판관비 최적화는 인원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매출에 맞게 다시 배치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배치를 오래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구조에서 나온다. 브랜드와 운영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줄을 당기는 한,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매장에 세워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 매장 운영의 질문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서 ‘누구와 같은 방향을 볼 것인가’로 바꿔야 한다. 매장에는 답이 있다. 다만 그 답은 진열대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고, 그 사람을 지키는 것은 구조다.
필자 소개
조강현 (주)아리오 전무. 1983년부터 40년 넘게 백화점·아울렛·가두점 등 오프라인 리테일 현장에서 매장 운영을 맡아 왔다. 저서 「살아남는 매장의 조건」. 리테일 리포트 hobby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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