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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환경칼럼] 을숙도, 도시공원보다 세계자연유산이 먼저다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공원은 도시의 자랑이다. 시민에게 휴식을 주고, 도시의 온도를 낮추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넓혀준다. 국가도시공원과 국가정원을 확대하려는 정책 역시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모든 자연공간을 공원과 정원이라는 동일한 틀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맞는지는 한번 따져봐야 한다. 어떤 곳은 시민의 이용을 확대해야 하지만, 어떤 곳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을숙도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을숙도는 단순한 녹지공간이 아니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 형성된 하구 생태계의 핵심이며, 수많은 철새가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하며 이동하는 생명의 터전이다. 1966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로 지정돼 국가의 보호를 받아온 것도 그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낸 생태적 질서와 그 안에서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은 인공적인 시설이나 조경으로는 대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을숙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어떻게 보존해야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최근 부산시는 을숙도와 낙동강하구를 국가도시정원으로 지정하고 국가정원 조성을 위해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를 환영하고 낙동강하구를 한 단계 더 생태공원으로 업그레이드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도시정원 지정에 반대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각도 있다. 물론 두 시각 모두 자연과 생태를 보전하고 잘 유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국가도시공원이나 국가정원 조성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하고 도시의 녹색 기반을 넓히는 일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의 목표가 같더라도 모든 장소에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생태적 특성과 보전 가치를 먼저 살피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을숙도처럼 민감한 생태계에서는 시설 설치와 탐방객 증가, 각종 행사, 야간조명 등이 철새의 서식과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공원 조성이 반드시 생태계 훼손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 편의와 관광 활성화가 정책의 중심에 놓이면 보전이라는 본래의 가치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번 훼손된 생태계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공원의 가치를 방문객 수와 시설 규모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구나 을숙도와 낙동강하구는 부산만의 자연자산이 아니다. 동아시아 철새 이동경로와 맞닿아 있는 생태적 거점이며, 국제적으로도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자연유산이다. 이제 부산은 이 공간을 얼마나 더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온전히 보전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낙동강하구 핵심갯벌과 을숙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은 중요한 과제다. 이미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과 연계해 낙동강하구의 자연적·생태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추가 등재를 위한 공식 절차와 보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을 하나 더 얻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보전 체계를 구축하고, 개발과 이용에 앞서 생태적 가치를 우선하는 정책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부산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산시는 낙동강하구 핵심갯벌과 을숙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을 공약 실천계획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대상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국가유산 관계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절차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도시공원과 국가정원 사업의 대상지를 선정할 때도 생태적 영향에 대한 검증을 선행하고, 시민사회와 전문가,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공원 확충과 핵심 자연유산 보전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에 맞는 정책을 선택하는 일이다. 시민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그에 적합한 곳에 조성하고,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은 자연의 질서를 지키는 방향으로 관리하면 된다. 모든 공간을 더 많이 이용하고 더 많이 개발해야만 시민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이용을 제한하고 개발을 자제하는 것이 더 큰 공익을 지키는 선택일 수 있다. 자연을 인간의 편의에 맞춰 바꾸는 것만이 발전은 아니다. 자연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준과 제도를 세우는 것 또한 도시의 중요한 발전 전략이다.

부산이 진정한 생태도시로 나아가려면 정책의 우선순위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공원과 정원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어야 하며, 자연유산 보전은 그보다 앞서 지켜야 할 원칙이어야 한다. 을숙도는 더 많은 시설을 채워 넣어야 할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개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곳이다. 그런 면에서 을숙도에는 공원이라는 이름보다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미래가 더 우선될 필요가 있다. 부산의 미래 경쟁력은 자연을 얼마나 개발했느냐가 아니라, 소중한 자연을 얼마나 온전히 지켜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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