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징역형' 경고했는데… 국도77호선 공사장 재선충 소나무 한 달째 방치
승인 3720본인데 감리 "몇 그루 벴는지 모른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 책임 도마
[시사메거진_박규하기자] 충남 태안군이 2년 전 "방제계획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국도 공사 현장에서 재선충병 감염우려목이 한 달 가까이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승인된 방제 수량은 3720본이지만, 감리단은 실제로 몇 그루를 벴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재선충 피해가 가장 심각한 태안에서 국가가 발주한 공사가 방제망 밖에 놓여 있었다.
본지와 태안군프레스협회 공동취재단은 5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국도77호선 고남~창기(제2공구) 도로건설공사 구간인 태안군 안면읍 중장리 일대를 확인했다. 시공은 신화건설, 감리는 건일이엔지가 맡고 있다. 벌채된 소나무 원목과 가지는 도로변과 경사지, 배수로에 흩어져 있었다. 집재나 피복, 출입 통제 등 매개충 확산과 외부 반출을 막는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태안군 공문(환경산림과-15170, 2024년 3월 19일)에 따르면 군은 이 구간 방제계획서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제13조의2제4항에 따라 승인했다. 방제 대상은 중장리 177-8 외 93필지 15만564㎡에서 소나무 3705본, 해송 15본 등 모두 3720본이다. 방제방법은 파쇄로 정했다. 군은 같은 공문에서 승인된 계획서를 이행하지 않고 사업구역 밖으로 무단 이동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통보했다.
현장에 비치된 작업 시방서는 더 구체적이다. 피해목 원목과 직경 2㎝ 이상 가지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지정한 장소에 집재하도록 했다. 피해원목의 무단 이동은 "절대 금한다"고 명시했고, 산주나 이해관계자가 산물을 요구해도 응하지 말도록 했다. 사람 왕래가 잦은 곳에는 방제 입간판과 경고문을 세우도록 했다. 설계 이후 추가로 발생한 피해목은 전량 방제한 뒤 발주처에 따로 보고하도록 했다.
현장은 이와 정반대였다. 시공사 측에 따르면 이 구간 벌채는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임목파쇄 반출 집계표의 마지막 반출일은 8월 19일이다. 2024년 8월부터 약 2년간 40차례에 걸쳐 약 3116톤(약 9565㎥)이 반출됐지만, 10월 벌채분은 파쇄도 반출도 되지 않은 채 현장에 남아 있었다.
수량 관리는 사실상 공백이었다. 감리단 책임자는 10월 이후 벌채 본수를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설계는 면적 기준이고 수량은 표준지 조사로 추정한다는 이유였다. 승인 공문의 3705본 역시 실측치가 아닌 추정치라고 인정했다.
벌채는 본수로 세지 않고 반출은 톤 단위로만 집계된다. 그 결과 승인 수량과 실제 벌채량, 파쇄량을 맞춰볼 방법이 없다. 현장 특별지시서에는 설계 본수와 실제 작업 본수가 다를 경우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감리단은 시방서를 "참고 내용"으로 규정했다. 감리단 책임자는 "여기 나와 있는 내용들을 우리 현장에 100% 접목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벌채목의 감염 여부를 가리는 검경도 실시하지 않았다.
시공사 현장 관계자는 반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는 "저녁에 한두 개 가져가는 건 솔직히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것까지는 관리를 못 했다"고 말했다. 통나무를 싣고 가는 사람을 봤다는 주민 연락을 두세 차례 받았다고도 했다. 실제 무단 반출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방서가 "절대 금한다"고 한 행위를 막을 장치가 현장에 없었다는 뜻이다. 시공사 측은 지난 4~5월 충남도 산림 당국으로부터 신속한 파쇄 지도를 받은 사실도 밝혔다.
입지는 문제를 더 키운다. 2022년 11월 7일 충남도 협의 회신 공문(산림자원과-22518)에 따르면 고남~창기 1·2공구 협의 면적은 35만6204㎡다. 2공구 15만564㎡ 가운데 61.7%인 9만2845㎡가 보전산지다. 같은 공문은 자연휴양림 편입과 산림보호구역(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해제를 별도 절차 대상으로 명시했다. 공사 구간이 보호 가치가 높은 산림과 맞물려 있다는 의미다.
산림청은 관리 책임이 인허가 기관에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방제계획서대로 이행되는지 인허가 담당자가 확인하고, 미흡하면 보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치하거나 사업장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그런 건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시공사 측은 비 때문에 운반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주민 생활권과 공사 구간이 겹쳐 펜스를 치기 어렵다는 사정도 들었다. 시공사 측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집목해 승인된 파쇄장으로 옮기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태안군 관계자는 "즉시 현장을 확인하고 발주청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공문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방제계획서는 승인됐고 처벌 경고도 공문으로 전달됐다. 시방서에는 금지 행위까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감리는 수량을 몰랐고 시공사는 반출을 통제하지 못했다. 계획서를 승인한 태안군도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현장 확인에 나섰다. 재선충병 국가재난 지정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국가가 발주한 공사 현장이 방제의 구멍으로 남아 있었다. 공동취재단은 수일 내 현장을 다시 찾아 개선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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