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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억 재선충 약제 입찰… 산림청장 "잘 모른다", 실무는 "문제없다"

산림청 "제품 아닌 품목만 시험했다"… 업계, 국가계약법상 이의신청 제기

“기관장의 방제 의지가 성패의 절반을 좌우한다." 박은식 산림청장(왼쪽)이 지난 10월 5일 박수현 충남지사와 만나 태안 재선충병 피해 현장에서 한 말이다. 한 달 뒤 163억원대 약제 입찰 논란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사진=충남도프레스협회]
“기관장의 방제 의지가 성패의 절반을 좌우한다." 박은식 산림청장(왼쪽)이 지난 10월 5일 박수현 충남지사와 만나 태안 재선충병 피해 현장에서 한 말이다. 한 달 뒤 163억원대 약제 입찰 논란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사진=충남도프레스협회]

[시사메거진_박규하 기자]163억원대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제 입찰을 놓고 산림청 지휘부와 실무 라인의 말이 따로 놀고 있다. 입찰 담당 부서는 "절차상 문제없다"며 입찰을 그대로 밀고 간다. 반면 박은식 산림청장은 해당 입찰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 사이 업계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이의신청을 공식 제기했다. 국정감사 지적과 광역단체장의 문제 제기, 업계의 법적 대응이 한꺼번에 겹쳤지만 이 사안을 책임지고 판단하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은식 산림청장은 지난 3일 본지와 통화에서 ‘26-27년 산림병해충(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 단가계약' 입찰 논란에 대해 "그 내용은 제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입찰은 제가 직접 하지 않고, 산림청에서 하는 건지 지방정부에서 하는 건지 실무자들한테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입찰은 산림청이 조달청에 일괄 단가계약을 요청한 사업이다. 박 청장은 "농진청에 등록된 약재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충남도와 얘기하기로 했고, 이번 금요일 뵙기로 했다. 얘기해서 다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산림청 입찰 담당 사무관의 설명은 결이 달랐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농약관리법에 등록되려면 시험성적서를 내야 한다"며 농약 등록 자체가 검증이라는 논리를 폈다. 핵심은 다음 발언이다. 그는 "저희는 상품을 가지고 시험한 적이 없다. 약제 품목을 가지고 실험한 것"이라고 했다. 특정 제품을 지정하지 않은 이유로는 "상품을 특정하면 입찰에 관여한 것이라 공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진행된 입찰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산림청이 스스로 정한 기준이다.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은 방제용 약제를 '산림병해충 방제용 약종심의위원회'에서 선정한 약제로 한정한다. 심의 대상 약제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예방약제 약효 지속기간 시험방법 매뉴얼'에 따른 적용시험을 '미리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예외 조항은 없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시행령도 예방약제의 요건으로 '시험연구기관의 검사 결과에 따른 약효 지속기간 2년 이상'을 요구한다. 반면 산림청 고시는 '아세타미프리드·에마멕틴벤조에이트 16% 4년'처럼 지속기간을 성분·함량, 즉 품목 단위로 일괄 부여하고 있다. 산림청 스스로 '제품이 아닌 품목만 시험했다'고 밝힌 이상, 낙찰 제품이 과학원 적용시험을 거쳤느냐는 물음에는 지금도 답이 없다.

이 입찰은 조달청이 산림청 의뢰로 지난달 2일 공고했다. 약제는 아세타미프리드·에마멕틴벤조에이트 액제 16%, 4ℓ들이 6만488통이다. 사업금액은 163억8136만원(부가가치세 포함)에 이른다. 공고는 제조·수입사뿐 아니라 농약 판매업체에도 문을 열었다. 판매업체는 제조사의 공급확약서와 농약품목 등록증 사본만 내면 됐다. 규격은 성분명과 함량, 적용 작물·해충이 전부다. 국립산림과학원 적용시험이나 약종심의 통과 여부를 확인하는 항목은 공고서 어디에도 없다. 결국 어떤 제품이 전국 지자체 방제 현장에 들어갈지는 낙찰 업체의 선택에 맡겨졌다.

업계는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같은 성분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는 지난달 22일 조달청과 산림청에 '법령 및 규정 준수 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조달청장과 산림청장 앞으로 국가계약법 제28조에 따른 이의신청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는 공고가 품목 단위의 농약 등록 현황을 '허가된 약제'로 간주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법령이 별도로 요구하는 적용시험이 빠졌으니, 이를 기초로 한 낙찰자 결정도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의견서는 산림청 연구과제로 수행된 국내 대학 연구팀의 2023년 논문도 인용했다. 같은 성분의 재선충 나무주사제라도 제형에 따라 효력이 최대 100배 이상 차이 났다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성분이면 시험을 안 해도 된다고 판단하려면 그런 예외 조항이 법에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말했다. 그는 "농진청 등록 시험은 단기간 약효·약해를 보는 것이고, 2년을 가는지 3년을 가는지는 산림과학원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판매업 등록만 돼 있으면 누구나 입찰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제품 연구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입찰 절차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 추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을 맡은 광역단체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지난달 30일 보령 재선충병 헬기 예찰 브리핑에서 본지 질의에 답했다. 그는 "방제 약품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님들을 통해 질문하시도록 요청드렸다"고 했다. 이어 "충남도 차원에서 국회에도, 산림청에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제조사마다 원제와 부자재가 다른데, 그 선택을 지자체 공무원이 아니라 많이 남는 쪽을 고르는 농약상에게 맡기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판매상을 위한 입찰이냐"고 반문했다.

산림청의 말은 날마다 달라졌다. 지난달 20일 국감에서 김용관 국립산림과학원장은 동일 품목도 "약종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산림청 담당 주무관은 본지에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일주일 뒤 입찰 담당 부서는 "절차상 문제없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기관장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심의를 거친다', 실무는 '품목만 시험했다', 청장은 '모른다'다. 한 기관에서 나온 세 개의 답이다.

산림청 청사 주변 고사목 논란은 일단 정리됐다.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담당 사무관은 지난 3일 본지에 회신했다. 그는 "청사관리소와 대전청사 주변 재선충 의심목을 다시 조사해 의심목을 검경한 결과 미감염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사관리소에서 상시 예찰을 통해 수목을 관리하고 있고, 재선충병 외 고사목은 별도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산림청은 청장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는 대변인실을 통해 일정을 잡겠다고 답했다.

청사 앞 고사목의 감염 여부는 하루 만에 검경으로 가려졌다. 그러나 전국 지자체에 보낼 163억원어치 약제의 적용시험 여부는 국감과 이의신청을 거치고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예방약제는 한 번 주입하면 수년을 버텨야 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 방어선의 검증을 '품목'이라는 행정 용어 뒤에 묻어 둔 채, 실무는 "문제없다"를, 기관장은 "모른다"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산림청에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책임 있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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