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랑대의 못다 이룬 사랑, 오케스트라 선율로 되살아나다
'그 시절 부산의 노래' 11번째 공연…기장 시랑대 설화 클래식·대중음악으로 재해석 빛나사 심포니·기장일광 유스오케스트라 협연…청소년·기성세대 한 무대 장애인 음악교육·문화예술 봉사 유공자 표창…지역문화 계승 의미 더해
[시사매거진 김정임 기자] 부산 기장 시랑대(侍朗臺)에 전해 내려오는 스님과 용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오케스트라 선율을 타고 무대 위에 되살아났다.
시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5시 30분 부산 기장군 정관에듀파크 소학대홀에서 열린 '그 시절 부산의 노래' 11번째 공연은 지역의 전설을 클래식과 대중음악으로 풀어내며 가을밤의 정취를 더했다.
사단법인 빛을나누는사람들이 마련한 이번 무대는 기장팔경 가운데 하나인 시랑대의 설화를 소재로 사랑과 이별, 그리움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부산의 역사와 민간 전승을 공연예술로 재구성하고 세대 간 문화적 교류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5년 시작된 '그 시절 부산의 노래'는 지역의 역사와 시민의 삶에 얽힌 이야기를 음악으로 기록하고, 그 가치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기획된 공연이다.
올해 무대의 배경인 시랑대는 기장군 시랑리 해안에 자리한 명승지다. 1733년 기장현감으로 부임한 권적이 해안 경관에 감탄해 바위에 '시랑대'라는 글자를 새기고 시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스님과 용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설화로도 알려져 있다.
공연은 이 같은 전승을 바탕으로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의 아픔, 재회를 바라는 염원까지 음악으로 연결했다. 특히 빛나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기장일광 유스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올라 청소년과 기성세대 연주자들이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냈다.
1부 '사랑을 노래하다'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제1번'으로 막을 올렸다. 웅장한 관현악 연주에 이어 성악가 장원상이 '사랑의 기쁨(Plaisir d'Amour)'을 선보였고, 신진범과 함께 '한 번을 보아도 내 사랑'을 부르며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두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맘마미아 메들리'는 친숙한 대중음악의 선율을 관현악으로 풀어내며 공연 분위기에 변화를 줬다.
2부에서는 사랑의 상처와 그리움, 희망을 담은 무대가 이어졌다. 박상애 빛을나누는사람들 대표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보랏빛 엽서'를 노래하며 애틋한 감성을 전했다.
이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수록곡 'All I Ask of You'와 팝 명곡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연주되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선율이 공연장을 채웠다.
가수 신기류는 '부산항'과 '갈매기 사랑'을 통해 항구도시 부산의 정서를 노래했다. 클라리넷 연주자 강영훈은 'Don't Cry'를 독주했으며, 오케스트라는 '깊은 밤을 날아서'를 선보여 무대의 흐름을 이어갔다.
공연 후반에는 이동규가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불렀다. 이어 빛나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질풍가도'를 연주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역동적인 선율로 전환했다.
이날 공연은 단순한 연주곡 나열에서 벗어나 음악과 지역 설화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진행자는 곡 사이마다 시랑대에 얽힌 이야기와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며 관객들이 공연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특히 이루지 못한 전설 속 사랑을 음악으로 이어간다는 취지에서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추가 곡으로 소개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정규 프로그램 외 곡으로 선보이며 10월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본공연에 앞서 문화예술을 통한 나눔과 봉사에 기여한 유공자들을 격려하는 시상식도 열렸다.
성악 재능기부와 장애인 음악교육, 봉사활동을 통해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한 관계자들에게 부산시교육감 표창이 수여됐다.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 활동에 힘쓴 유공자들에게는 부산시의회 의장 감사장이 전달됐다.
박상애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 지역의 이야기는 그곳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 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라며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노래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로 전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라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예술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공연을 후원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출연진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빛을나누는사람들과 부산본부가 주최·주관했으며, 부산광역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시교육청,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부민병원 등이 후원했다.
11회를 맞은 '그 시절 부산의 노래'는 지역 설화를 공연 콘텐츠로 확장하는 동시에 청소년과 기성세대의 협연, 장애인 음악교육 지원, 문화예술 봉사를 하나의 행사에 담아냈다.
특히 시랑대에 전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클래식과 대중음악으로 재구성한 이번 공연은 지역의 역사와 전설을 시민들에게 친숙한 문화 콘텐츠로 전달하고, 세대 간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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