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에 병원 찾은 국민 194만 명…10대 환자 54% 급증, 정신건강 안전망 비상
- 2025년 우울증·불안장애 진료환자 193만8,516명…2021년 대비 19% 증가 - 10대 54.1%·9세 이하 50.4% 증가…학교·가정·지역사회 연계한 조기 대응체계 필요
[시사매거진 = 주성진 기자]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의료기관을 찾는 국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어린이의 진료환자 증가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개인과 가정을 넘어 국가 차원의 사회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및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193만8,5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62만8,899명보다 19.0% 증가한 수치다. 관련 요양급여비도 같은 기간 7,158억원에서 1조485억원으로 46.5%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아동·청소년 환자의 증가세다.
10대 진료환자는 2021년 8만1,710명에서 2025년 12만5,930명으로 54.1% 증가했다. 이는 연령대별 증가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세 이하 어린이 역시 같은 기간 5,442명에서 8,187명으로 50.4% 증가했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린 연령층에서도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조기 발견과 치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성장기 정서적 어려움이 학업과 대인관계, 가족생활 등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업 부담과 진로에 대한 불안, 또래 관계의 갈등, 가정환경의 변화, 디지털 환경에서의 스트레스 등은 청소년 정신건강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국정감사 통계만으로 특정 요인이 환자 증가를 직접적으로 초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진료환자의 증가는 실제 정신건강 문제의 확대뿐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의료기관 이용 증가 등의 영향을 함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진료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상담교사와 전문상담 인력, 교육지원청 관련 기관 등을 통해 학생 정신건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별 전문인력과 상담 접근성의 차이, 외부 의료기관과의 연계 문제 등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과제다.
특히 조기 발견 이후 실제 치료까지 연결되는 체계가 중요하다. 학생이 학교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더라도 적절한 상담과 전문 진료를 받지 못한다면 지원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상담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의료기관 간의 연계체계를 강화하고, 보호자가 자녀의 정서적 변화를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신건강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청소년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일이 불이익이나 낙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정보 보호와 상담의 비밀보장 원칙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성인과 고령층의 정신건강 관리 역시 중요한 문제다.
2025년 60세 이상 우울증·불안장애 진료환자는 62만8,638명으로 집계됐다. 고령층의 정신건강 문제는 신체질환 관리와 사회적 관계, 돌봄서비스와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
이번 통계는 정신건강을 특정 연령층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공공보건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조기 발견, 치료, 회복 지원까지 이어지는 정책적 연속성이 필요하다.
백종헌 의원도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조기 개입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상담 인력 확충뿐 아니라 치료 접근성, 지역별 의료 격차, 취약계층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의 정서적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지원하는 것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한 해 약 194만 명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진료받는 현실은 정신건강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계에 대한 경고를 넘어 국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촘촘한 정신건강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