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칼럼] 북극항로, 기회의 길인가 기후위기의 길인가
북극항로는 분명 부산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가 북극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한다면 단순히 ‘북극을 이용하는 항만’이 아니라 ‘북극과 공존하는 항만’을 지향해야 한다.
북극항로, 특히 러시아 연안을 따라가는 북동항로(Northern Sea Route)의 상업적 확대를 두고 국제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과 한국 선박의 실제 시험운항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현실적인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북극항로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해상운송로로 주목받으면서 물류비 절감과 운송기간 단축이라는 경제적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국제 환경단체들은 북극항로를 단순한 물류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생태·안전의 문제로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북극항로가 기후변화의 결과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이 감소하면서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항로의 운항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해빙 감소로 열린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이 늘어나면 온실가스와 블랙카본, 즉 검댕의 배출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블랙카본이 눈과 얼음 위에 내려앉으면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해 눈과 얼음의 융해를 촉진할 수 있다. WWF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북극 해역을 운항한 선박 수가 37% 증가했고, 선박이 이동한 거리는 111% 증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북극항로에는 하나의 역설이 존재한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열린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이 증가하면서 배출과 환경 부담이 커지고, 이것이 다시 북극의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빙하가 녹아 항로가 열리고, 항로 이용이 증가하면서 다시 북극의 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름 유출 사고 역시 심각한 문제다. 북극해는 일반적인 해역과 달리 극저온과 해빙, 광활한 거리라는 특수한 환경을 갖고 있다. WWF는 북극에서 중유가 유출될 경우 차가운 바닷물과 얼음으로 인해 자연적인 분해가 느리고, 얼음 속에 유출된 기름을 효과적으로 회수할 방법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구조와 방제가 어렵다는 것은 북극항로가 가진 가장 큰 안전상의 취약점 가운데 하나다.
북극항로가 단순히 ‘빈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북극해와 그 주변 해역은 고래와 바다코끼리, 물개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이자 이동경로이며, 북극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선박 운항이 증가하면 해양포유류와의 충돌 위험뿐 아니라 수중소음과 서식지 교란, 선박에서 발생하는 오염 등의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베링해협은 북극항로의 중요한 관문인 동시에 고래 등 해양생물의 주요 이동통로이기 때문에 선박 증가에 따른 생태계 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한가라는 질문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북극은 혹한과 해빙, 긴 거리, 부족한 항만·구조·방제 인프라 등으로 인해 사고 대응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평상시의 운항 경제성만 계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운항거리가 짧아지고 물류비가 절감된다는 경제적 편익과 함께 사고 발생 가능성, 구조와 방제 비용, 생태계 훼손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함께 계산해야 진정한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다.
최근의 움직임은 이러한 논쟁을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 2026년 8월 중국 닝보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북동항로를 이용해 유럽으로 향했고, 한국의 팬스타 그룹 역시 북극항로 시험운항에 나섰다. 북극항로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상업 운항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국제 환경단체 연합인 Clean Arctic Alliance는 2026년 8월 18일 북동항로의 정기적인 상업항로화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상업 운항이 증가할 경우 기후에 미치는 영향과 오염, 생물다양성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북극항로 논의에서 ‘국제 환경단체들이 북극항로를 반대한다’고 단순화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북극항로의 상업적 확대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환경단체들이 그동안 경제성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북극항로의 환경·안전·생태계 비용을 함께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부산에 더욱 중요하다. 부산은 대한민국 최대 항만도시이자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서 북극항로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극항로를 무조건 반대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물류비 절감과 운송기간 단축이라는 경제적 효과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부산이 북극항로의 관문항이 되고자 한다면 오히려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선도항만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북극 생태계 보호와 블랙카본 저감, 친환경 선박연료로의 전환, 선박사고와 기름 유출에 대비한 구조·방제체계 구축, 해양포유류 보호와 수중소음 관리, 북극 원주민과 지역사회의 권리 및 참여 보장 등을 부산의 북극항로 전략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운송거리와 물류비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과 생태계 훼손, 사고 위험과 방제 비용 등 그동안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환경·사회적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항로를 개발하고 확대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발전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북극항로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북극항로는 분명 부산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가 북극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한다면 단순히 ‘북극을 이용하는 항만’이 아니라 ‘북극과 공존하는 항만’을 지향해야 한다. 경제성과 환경성, 물류와 생태, 개발과 안전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북극항로 모델을 부산이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북극항로의 진정한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유럽에 도착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얼마나 안전하고 깨끗하며 지속가능하게 운항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부산이 북극항로의 물류 거점을 넘어 지속가능한 북극항로의 국제적 기준을 만드는 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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