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셋이 공동 상속한 건물, 세입자 안 나가면 누가 명도소송 내나
-공유 건물 임대차 종료 놓고 공유자끼리 의견 갈리는 분쟁 잇따라 -해지는 과반수 지분 관리행위… 종료 후 인도 청구는 각자 가능 -"과반 지분으로 해지 통지하고 소송은 공동 원고로 내야 안전"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부모에게서 상가 건물을 공동으로 상속받은 형제가 임차인과의 계약을 끝내고 점포를 돌려받으려 할 때, 형제 가운데 한 명이 반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명도소송을 누가 어떻게 내야 하는지를 두고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물이 여러 사람의 공유인 경우 임대차를 해지하는 일과 종료된 임대차의 목적물을 돌려받는 일은 민법상 성격이 달라, 각각 필요한 지분과 당사자가 다르다. 이 구분을 모르고 지분이 적은 공유자가 단독으로 해지를 통지하거나 소송을 내면 해지의 효력부터 다퉈지면서 소송이 길어지고, 임차인에게는 그만큼 버틸 시간이 생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6일 "공유 건물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민법 제265조가 정한 공유물의 관리행위여서 지분 과반수로 결정해야 하지만, 임대차가 적법하게 종료된 뒤 점유자에게 건물의 인도를 구하는 것은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며 "따라서 명도소송의 성패는 소송을 누가 냈는지보다 그 앞 단계인 해지가 과반수 지분으로 유효하게 이뤄졌는지에서 갈린다"라고 설명했다.
삼형제가 각 3분의 1 지분으로 상속한 상가 건물의 사례를 보자. 임차인이 차임을 넉 달 연체하자 장남 A씨는 혼자 해지 통지를 보내고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임차인은 A씨의 지분이 3분의 1에 그쳐 해지가 무효라고 다퉜고, 법원은 해지가 과반수 지분에 의한 관리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임대차가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둘째와 합의해 3분의 2 지분으로 다시 해지 통지를 보낸 뒤 두 사람이 공동 원고가 되어 소송을 냈고, 이번에는 해지의 효력이 인정돼 인도 판결을 받았다. 첫 소송에 들인 반년이 지분 계산 하나로 허비된 셈이고, 그 사이 연체 차임은 더 쌓였다.
법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민법 제265조는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 지분의 과반수로 결정하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공유 건물을 임대하는 것과 그 임대차를 해지하는 것을 모두 관리행위로 보아 과반수 지분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왔다. 따라서 지분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공유자가 단독으로 한 해지 통지는 효력이 없고, 과반수 지분을 가진 공유자 또는 과반수를 이루는 공유자들이 함께 해지 의사를 표시해야 임대차가 종료된다. 반면 임대차가 종료돼 임차인의 점유가 권원을 잃으면, 그 점유자에게 건물 전체의 인도를 구하는 것은 공유물을 보존하는 행위이므로 지분이 적은 공유자라도 혼자 청구할 수 있다. 연체 차임이나 차임 상당 부당이득은 각 공유자가 자기 지분 비율에 따라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인도 청구와 금전 청구의 당사자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소장 작성 때 반영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순서를 나눠 접근한다. 첫째, 공유자 전원의 지분을 등기부로 확인하고 과반수를 이루는 공유자들의 동의를 문서로 받아 둔다. 반대하는 공유자가 있더라도 나머지 지분이 과반이면 해지는 가능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공유자의 동의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둘째, 과반수 공유자 명의로 해지 통지를 보내고 도달 자료를 남긴다. 임차인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소장에 해지 의사를 담아 송달로 갈음할 수 있다. 셋째, 명도소송은 보존행위로서 한 사람이 낼 수도 있지만, 해지의 유효성을 두고 다툼이 생길 것에 대비해 해지에 동의한 공유자들이 공동 원고로 참여하는 것이 안전하다. 상속 등기가 아직 되지 않은 건물이라면 공동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에 따른 공유자로서 같은 규칙을 적용받으므로, 소송 전에 상속인과 지분을 먼저 확정해 두어야 한다. 상속인 중 한 명이 사망해 다시 상속이 일어난 경우에는 그 상속인들까지 지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엄 변호사는 "공유 건물의 명도소송은 소장을 쓰기 전에 지분을 더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며 "과반수 지분으로 해지를 마치고 그 공유자들이 함께 소송을 내면 해지의 효력과 당사자 자격을 두고 다툴 여지가 사라져, 형제 사이의 의견 차이가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어 수단으로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