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1만원 시대, 배달비공시제 대안될까
배달비 최대 1만원 시대? 배달료 급등에 가맹점주·소비자 불만 높아져 정부, 2월부터 배달비 인터넷 공시제 시행 업계 "라이더 부족 등 수급 불안정 원인" 근시안적 대책이라며 반색
불과 2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 배달료는 2,500원 정도였지만, 이제 기본 배달료는 4,000~5,000원 정도가 됐다. 여기에 거리할증이나 기상악화에 따른 변수까지 더해지면 1만 원 이상인 단건 배달도 발생한다. [시사매거진 284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비가 최대 1만 원에 육박하며,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달비를 잡기 위해 이른바 ‘배달비 공시제’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배달비 공시제는 각 배달앱이 소비자들에게 부담하는 배달비를 매달 1회 소비자단체협의회 및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
불과 2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 배달료는 2,500원 정도였지만, 이제 기본 배달료는 4,000~5,000원 정도가 됐다. 여기에 거리할증이나 기상악화에 따른 변수까지 더해지면 1만 원 이상인 단건 배달도 발생한다.
[시사매거진 284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비가 최대 1만 원에 육박하며,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달비를 잡기 위해 이른바 ‘배달비 공시제’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배달비 공시제는 각 배달앱이 소비자들에게 부담하는 배달비를 매달 1회 소비자단체협의회 및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해, 소비자가 플랫폼별 배달비를 직접 비교해보고 가격경쟁을 유도해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전에는 없어도 문제없던 배달이 왜 이제 없으면 안 되나요
배달비 없이도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있던 때가 있었다. 배달 중개 플랫폼이 없던 시절, 식당에서는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배달했다.
이런 방법은 동시간대 많은 양의 주문이 들어 올 경우 배달이 밀리기 일쑤였고, 영세업자들은 배달직원 고용이 부담스러워 배달주문은 포기하고 홀운영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배달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음식점은 여러 건의 주문을 소화 할 수 있게 됐고, 매출이 줄어도 배달직원의 월급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됐다.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배달로 즐길 수 있게 됐고 배달 속도 역시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그러나 새해부터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수수료를 줄줄이 인상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방문 손님이 크게 줄며 배달주문이 늘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여기에 포장용기,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부담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손님들도 불만은 많다. 2만 원대의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주문하려고보면 배달비로 인해 실제 결제금액은 어느새 3만원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중인 1인 가구 A씨(35)는 "최소 주문금액인 12,000원에 맞춰 음식을 주문해도 음식 값에 30%달하는 배달료 4,000원을 또 내야한다. 이럴 거면 최소 주문 금액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달비 인상에도 이유는 있다
주요 배달대행업체들은 이달 배달 수수료를 500~1,000원 인상했다. 여기에 기상악화나 거리할증 등이 붙으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배달비 인상에도 이유는 있다.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간 출혈 경쟁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2019년 5월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을 앞세워 배달시장에 진출하자, 배달의민족도 여기에 가세했다.
단건 배달은 배달기사 한 명이 주문 음식 한 건만 배달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배달기사 한명이 여러 가게의 음식을 한 번에 일괄 배달하며 단시간 내에 다수의 배달을 완료했다. 그러다보니 배달이 오래 걸리고 음식이 다 식어서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치타 배달이나 배민1 같은 단건 배달이 등장하면서 배달 서비스의 질은 상승했지만, 한 번에 1건의 배달만 처리하는 방식으로 배달비 역시 함께 상승했다.
라이더 구합니다
여기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배달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라이더’(오토바이 배달기사) 부족이 배달비 인상을 부채질한 것이다. 전국의 라이더 숫자는 3~4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주문은 폭증했지만, 라이더의 증가 속도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1조 1711억 원으로, 2019년(9조 7354억 원)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이는 2017년(2조 7326억 원)의 열 배 수준이다.
현재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의 경우 월 배달건수가 1억 건을 넘어선 상황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30만 명의 배달원이 한 달 내내 하루 평균 11건을 배달해야 배달의민족 하나의 플랫폼의 배달건수를 충족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단건 배달을 선호하는 경향은 라이더 부족현상을 심화시켰다.
배달비 공시제
2월부터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매달 1회 배달비 현황을 조사해 소비자단체협의회 홈페이지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가 배달비를 직접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단체를 통한 압박에 나선다.
정부가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는 배달 앱별 수수료와 거리별, 배달방식별 수수료 정보다. 아울러 최소 주문액과 지불 배달료, 할증 여부와 주문 방식 차이에 따른 금액도 표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서울 지역의 배달업체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다.
시간대·플랫폼별로 배달비 정보를 나란히 공개하면 소비자가 배달비를 인지하고,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배달비는 소비자 혼자 전부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플랫폼이 모두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결제 시 "00은 배달팁 결제만 대행할 뿐, 금액은 가게로 전달됩니다."라는 문구를 본 적 있을 것이다.
현재 배달비는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와 음식을 만드는 업주가 나눠 내고 있다. 배달비를 4,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업주가 2,000원, 소비자가 2,000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만약 업주가 배달비 부담을 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소비자 온전히 4,000원의 배달비를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과도한 경쟁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모든 배달비를 부담하며 ‘무료배달’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배달앱 3사를 모두 쓰는 업주가 제각각 배달비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시간대별, 지역별 배달비가 일목요연하게 공개되면 음식점 자영업자들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플랫폼 또는 배달대행사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공시, 실효성은 어디에
단건 배달은 플랫폼이 배달비를 정하지만, 일반대행의 경우 배달대행사와 계약을 맺은 각 지사에서 배달비를 정한다.
배달비는 폭염이나 한파, 우천, 축구중계 같은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할 때 역시 수시로 오르며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한 달에 한 번 공개하는 배달비 공시제를 통한 가격 경쟁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한 달에 한 번 공개하는 배달비 현황을 기다리기보다는 배달앱을 직접 비교해 보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실제로 배달앱 이용 고객 가운데 상위 3사 앱을 모두 이용하는 비율은 22%에 달한다.
업체마다 마케팅 경쟁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어, 할인 여부까지 계산해 실제 배달비를 비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소비가 되는 것이다.
라이더 절반 사고 경험 "안전배달제 도입 시급"
배달비가 비싸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지만, 현재의 배달 수수료 책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라이들의 안전을 위해 적정 배달료와 배달건수 등 ‘안전배달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배달 라이더 2명 중 1명은 배달 중 교통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은 지난 1월 27일 이 같은 내용의 ‘배달플랫폼 노동실태 및 안전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 빈도를 조사한 결과 1년간 ‘1번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3.3%였다. 2명 중 1명은 사고를 경험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토바이 보험인 ‘유상종합보험’ 가입은 전체의 48.7%에 그쳤다. 유상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해당 응답자의 89.4%가 ‘보험료 부담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배달 수수료와 시간당 배달 건수가 안전운행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응답했다. 수수료가 인상되면 과속, 신호위반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69%를 차지했고, 적정한 수수료를 전제로 시간당 배달 건수가 제한될 경우에도 74%가 안전운행을 기대했다. 시간당 적정한 배달 건수는 3건이 40%로 가장 많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배달노동자 안전을 위해 안전배달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한다. 안전배달제는 지난 1월 18일 민주노총이 배달플랫폼노조 출범을 알리며 도입을 촉구한 제도다. 적정 수수료를 보장하는 한편 시간당 배달건수 제한, 안전교육 및 유상종합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은 “낮은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많이 일해야 생존이 보장된다. 이는 배달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배달플랫폼 시스템의 문제”라며 “안전배달제를 국민운동으로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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