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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163억 재선충병 예방약제 입찰 검증요건 누락 논란…방제지침과 조달 기준 '엇박자'

방제지침은 적용시험·약종심의 요구…입찰 공고문에는 성분·함량 등 등록 기준만 명시 신규 등록 약제 납품 가능성 제기…약효 지속기간 검증 여부 불투명 국감에서는 "심의 거친다"…실무부서는 "법률상 강제 어려워" 설명 엇갈려 산림청 "내부 검토 중"…163억 국가 방제사업 신뢰성 확보 대책 필요

충남 태안군 안면도자연휴양림 소나무에 재선충병 예방약제 주입용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에 들어갈 약제를 사들이는 산림청 입찰 공고서에는 '약효 검증' 조항이 없었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자연휴양림 소나무에 재선충병 예방약제 주입용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에 들어갈 약제를 사들이는 산림청 입찰 공고서에는 '약효 검증' 조항이 없었다. · 충청프레스협회제공

시사메거진-박규하기자]산림청이 163억원 규모의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제 조달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체 방제지침에서 요구하는 약효 검증 절차를 입찰 공고문에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신규 등록 약제가 납품 대상 제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해당 제품이 국립산림과학원의 적용시험과 산림병해충 방제용 약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국가 방제사업의 실효성과 행정적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동일 성분 약제에 대한 검증 문제와 방제 효과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산림청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163억원 규모 예방약제 입찰…정작 방제지침상 검증요건은 빠져

충남도프레스협회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조달청은 산림청 의뢰로 지난 2일 나라장터에 '2026~2027년 산림병해충(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 단가계약' 입찰을 공고했다.

계약 대상은 아세타미프리드·에마멕틴벤조에이트 액제 16% 제품으로, 4ℓ 규격 6만488통에 사업금액은 총 163억8136만원이다.

계약 방식은 일반경쟁에 의한 제3자 단가계약이며, 입찰서 접수는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계약기간은 2027년 10월 31일까지다.

문제는 입찰 참가 자격과 제품 규격 기준이다.

공고문에는 농약제조업체와 농약수입업체뿐 아니라 농약판매업 등록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농약판매업체의 경우 제조·수입업체의 공급확약서와 농약품목 등록증 사본 등을 제출하면 적격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품 규격 역시 농약품목 등록증에 적용 작물이 '소나무', 적용 대상이 '소나무재선충·솔수염하늘소'로 등록돼 있는지를 중심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산림청 방제지침에서 요구하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적용시험 통과 여부와 산림병해충 방제용 약종심의위원회의 선정 여부는 입찰 공고문에 별도 조건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산림청이 마련한 방제지침과 실제 조달 기준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입찰 공고문에 해당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납품 약제의 검증 절차가 생략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산림청이 입찰 이후 납품 또는 사용 단계에서 별도의 검증 절차를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제지침은 사전 약효 검증 요구…동일 성분이면 충분한가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은 예방약제를 산림병해충 방제용 약종심의위원회에서 선정한 약제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심의 대상 약제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제 약효 지속기간 시험방법 매뉴얼'에 따른 적용시험을 사전에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시행령'에서도 예방약제의 약효 지속기간에 관한 검사 기준을 두고 있다.

예방약제는 한 번 나무에 주입하면 수년간 효과가 유지돼야 하는 특성이 있어 단순한 성분 등록 여부뿐 아니라 실제 방제 효과와 지속기간에 대한 검증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는 성분과 함량, 농약품목 등록 여부 등이 제품 적격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제시됐다.

산림청 고시인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제의 약효 지속기간'은 아세타미프리드·에마멕틴벤조에이트 16%(10+6%) 제제의 약효 지속기간을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일 성분과 함량을 가진 신규 등록 제품도 별도의 제품별 검증 없이 동일한 약효 지속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농약은 유효성분이 같더라도 첨가제와 제조공정, 제형의 세부 특성 등에 따라 실제 약효나 지속기간에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품별 검증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신규 등록 약제 '정션' 납품설…적용시험·약종심의 여부 확인 필요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는 동일 성분과 함량의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제가 총 7건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국내 제조 제품은 5건, 수입 제품은 2건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의 낙찰업체가 이들 제품 가운데 '정션'을 공급 제품으로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해당 제품은 올해 7월께 등록된 것으로 전해진다.

등록 시점부터 입찰 공고까지 약 3개월에 불과한 만큼, 해당 기간에 국립산림과학원의 적용시험과 약종심의위원회 심의를 모두 거쳤는지가 주요 확인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제품이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산림청이 해당 제품의 시험 결과와 심의 여부를 공개하면 논란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용 작물 범위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뿐 아니라 잣나무에도 피해를 일으키는 산림병해충이다.

그러나 정션의 등록 적용 작물은 '소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다른 제품은 '소나무류' 또는 '잣나무'까지 등록 범위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 규격이 '소나무'만을 기준으로 제시한 만큼, 향후 잣나무 방제사업에도 해당 약제가 사용될 경우 농약 등록 범위와 실제 사용 대상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감사에서도 검증 문제 도마 위…산림청 내부 설명도 엇갈려

이번 예방약제 검증 논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문금주 의원은 동일 품목으로 등록된 농약의 경우 별도 검증 절차가 생략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김용관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약종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문 의원은 동일한 유효성분을 사용하더라도 부자재 성분 등에 따라 실제 약효와 지속기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검증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관련 문제에 대해 산림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산림청 방제 담당 부서에서는 다소 다른 설명이 나왔다.

산림청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분과 제형이 동일한 복제 약제의 경우 법률상 별도 시험을 강제하기 어려운 행정적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약종심의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한 반면, 실무부서에서는 별도 시험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약종심의와 개별 제품의 적용시험은 서로 다른 절차인 만큼 두 설명이 반드시 법적으로 모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신규 등록 약제에 어떤 검증 기준을 적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산림청 차원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매년 막대한 방제 예산 투입…약제 효과성 검증 요구도 잇따라

국정감사에서는 예방약제 선정 절차뿐 아니라 기존 방제약제의 효과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재관 의원은 아세타미프리드 계열 약제가 장기간 사용되는 동안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약제 저항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상휘 의원 역시 최근 수년간 조달 품목이 사실상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방제약제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110억~156억원 규모의 약제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실제 방제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재선충병 피해 증가가 특정 약제의 효과 부족 때문인지는 별도의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다.

기후와 매개충의 확산, 방제 시기 및 방식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방제사업인 만큼 약제별 효과와 지속기간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림청 "내부 검토 중"…163억 입찰 검증 기준 공개해야

충남도프레스협회 취재에 따르면 산림청은 현재 이번 예방약제 입찰과 관련한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관계자는 지난 27일 충남도프레스협회와의 통화에서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를 인지하고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장이나 향후 조치 계획에 대해서는 "대변인실을 통해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논란에서 산림청이 명확히 설명해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방제지침에서 요구하는 적용시험과 약종심의 절차가 입찰 공고문에 별도 조건으로 반영되지 않은 이유다.

둘째, 신규 등록 약제가 실제 납품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해당 제품의 약효와 지속기간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는지 여부다.

셋째, 농약품목 등록 범위와 실제 방제 현장의 사용 대상이 다를 경우 이를 방지할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는지 여부다.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제는 효과가 부족하더라도 그 결과가 즉시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예방주사 방식으로 약제를 주입한 뒤 수년이 지나 나무가 고사할 경우 이미 상당한 산림 피해가 발생한 뒤일 수 있다.

따라서 사후적인 효과 평가만으로는 국가 산림자원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63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 방제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농약 등록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방제 효과와 안전성, 약효 지속기간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산림청이 스스로 마련한 방제지침과 실제 조달 기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납품 예정 제품의 검증 여부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약제 조달사업인 만큼 산림청의 책임 있는 해명과 검증체계 점검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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