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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선의 스케치플레이] 기록의 울림, 존재의 공존 - "홍성용의 예술을 만나다"

윤여선의 스케치플레이 Vol. 2 홍성용 개인전 '물리적 기억' 플로우앤비트(~7/6)

기술 매체의 확장과 예술의 소통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회화, 퍼포먼스, 디지털, VR, 그리고 타투나 옻칠 같은 전통 재료까지, 현대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과 대중을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홍성용 작가는 다매체적 접근과 감각의 교차,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실험하며 예술의 확장된 언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사라지는 것들을 붙잡는 예술홍성용의 작업에는 일관된 중심이 있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자 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예술로 감각화하려는 실천이다.“저는 잊히는 게 두렵기도 하고, 그래

기술 매체의 확장과 예술의 소통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회화, 퍼포먼스, 디지털, VR, 그리고 타투나 옻칠 같은 전통 재료까지, 현대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과 대중을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홍성용 작가는 다매체적 접근과 감각의 교차,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실험하며 예술의 확장된 언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홍성용, Nairobi in Kenya, 50x50cm, 캔버스위에 옻칠, 2025
홍성용, Nairobi in Kenya, 50x50cm, 캔버스위에 옻칠, 2025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는 예술

홍성용의 작업에는 일관된 중심이 있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자 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예술로 감각화하려는 실천이다.

“저는 잊히는 게 두렵기도 하고, 그래서 더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 싶었어요.”

이 고백은 그가 기록의 물질성을 지닌 매체, 즉 옻칠을 선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옻칠은 고대부터 사용된 재료로, 수백 년을 보존할 수 있는 특성과 동시에 감각적인 깊이를 지닌다. 그는 옻칠을 통해 기억의 비가시성과 물질적 형상화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한 인물의 이야기를 타투로 새기고, 동시에 옻칠이라는 재료로 평면화한 이 프로젝트는 시간성과 존재, 기록성과 감각이 조우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작업은 흐름과 잔존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간극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담고 있다.

감각의 경로를 확장하는 매체 실험

홍성용은 회화, 영상, 라이브 드로잉, VR, 옻칠, 타투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감각 경로를 통해 관람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마다 감각의 문이 다르기에, 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싶었던 거예요.”

그의 작업은 매체를 목적화하지 않는다. 각 매체는 관람자의 성향, 감각,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되고 조합되며, 감각적 메시지를 다층적으로 전달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VR은 몰입과 시간의 확장을, 옻칠은 기억의 물성을, 타투는 신체적 경험과 흔적을 불러오며 그는 이를 통해 존재와 기억을 감각적으로 번역한다.

'눈먼시계공' 타투퍼포먼스, 청년예술청, 2023
'눈먼시계공' 타투퍼포먼스, 청년예술청, 2023

서체추상 — 문자에서 감각으로

그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서체추상'이다. 그에게 서체는 기호나 언어를 넘어선 이미지, 즉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다. 관람자와의 감각적 소통을 유도하는 조형적 언어로 발전시킨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는 하나의 개념 창조라기보다는 기존 미술사 속 서체추상의 흐름에 자신의 감각을 입힌 결과물이다.

“서체추상은 이미 존재해온 큰 물줄기이며, 저는 그 안에서 타자와의 소통을 위한 표현 도구로 채택했어요.”

그는 문자와 언어의 틀을 해체하고 조형화하며, 이미지와 감각 사이를 유영하는 예술을 통해 ‘읽히는 것’이 아닌 ‘느껴지는 것’으로 관람자의 반응을 이끈다.

Cyber Space Moment, 라이브드로잉, Cyber Gallery M, 2023
Cyber Space Moment, 라이브드로잉, Cyber Gallery M, 2023

감각의 교차, 타자와의 협업

홍성용은 발달장애 예술가들과의 협업도 병행해왔다. 그는 이 협업을 별도로 강조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감각의 상호작용으로 받아들인다.

“그들도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고, 나 또한 이미지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결과물이 아니라, 태도에서 배운 게 더 컸어요.”

이 과정에서 그는 예술가로서 초심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기교보다 진심으로 작업에 임하는 태도,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그에게 작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하나의 매체에 고착된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아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감각적으로 반응하고, 타자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싶어요.”

홍성용 개인전 : 물리적 기억
홍성용 개인전 : 물리적 기억

개인전 <홍성용: 물리적 기억> 존재와 기록의 전시

홍성용 작가는 오는 6월 28일부터 7월 6일까지 서울 플로우앤비트 1전시실에서 개인전 <홍성용: 물리적 기억>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옻칠이라는 전통 재료를 통해 기억의 비가시성과 물질적 형상화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 작업들을 선보이며, 그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기록의 감각’을 가장 물질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자리다.

홍성용의 예술은 장르나 매체에 구속되지 않는 태도를 기반으로 감각을 통해 관계를 연결하고, 흐르고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의미를 붙잡고자 하는 지속적인 실천이다.

기록의 울림, 존재의 공존. 그것들이 만나는 지점에, 오늘의 예술가 홍성용이 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우리는 묻는다. 예술은 지금, 무엇과 연결되고 있는가.

윤여선(Yeosun Lumiel Yoon)
윤여선(Yeosun Lumiel Yoon)

윤여선 작가

성균관대학교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술학 전공을 바탕으로 회화, 설치, 미디어 등 다매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11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예술가이자 연구자, 평론가로 강의와 집필 활동을 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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