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승수 원장의 의학칼럼⑬] 직업이 환자?
통증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우습고 한탄스러운 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년 전에 방영된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다.미국인 영어 강사가 학원에서 중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오늘은 영어로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적어 봅시다”고 하자, 어떤 학생은 소방관, 의사, 교사 등을 영어로 적었는데 한 학생은 달랐다. 그 학생은 강사에게 “영어로 환자가 뭐예요?” 하고 물었다. 강사가 영어로 ‘Paltient’라고 말하자, 그 학생은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은 환자입니다”라고 말했다. 강사는 “환자처럼 병원에 가서 돈을 쓰는 게 직업
통증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우습고 한탄스러운 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년 전에 방영된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다.
미국인 영어 강사가 학원에서 중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오늘은 영어로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적어 봅시다”고 하자, 어떤 학생은 소방관, 의사, 교사 등을 영어로 적었는데 한 학생은 달랐다. 그 학생은 강사에게 “영어로 환자가 뭐예요?” 하고 물었다. 강사가 영어로 ‘Paltient’라고 말하자, 그 학생은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은 환자입니다”라고 말했다. 강사는 “환자처럼 병원에 가서 돈을 쓰는 게 직업이 아니고 돈을 버는 것이 직업이란다”고 하자, 학생은 “우리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면 보험회사에서 돈이 나오니까 돈을 버는 직업이지요. 그래서 나는 직업으로 환자가 되고 싶어요.”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참 우습기도 한편으로는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손, 혹은 실비 보험 등과 같은 민간 의료보험이 바로 이 보험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민간의료보험 가입금액은 국민 1인당 월평균 13만 2000원(2017년 기준)이고 국민 전체로 환산하면 연 53조 원에 이른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년 국민건강보험 납부액은(1인당 월평균 4만 5000원, 정부, 사업자 부담액을 제외한) 59조 원에 육박한다.
59조 원의 재정으로 국민들이 60% 정도의 의료비를 보장받았으니, 만약 월 13만 2000원의 민간의료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에 납부한다면 1년 국민건강보험의 납부금액은 112조 원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국민이 받는 현재 60% 정도의 의료 보장비율은 100%를 달성하고도 남을 것이다. 즉, 전 국민이 무료로 의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실손보험을 운영하는 보험회사들은 적자라고 하며(실제 2017년에만 9조 2000억 원의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1세대에서 4세대에 이르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지만 매년 가입자에게 주는 혜택은 줄이고 있다.
의사들의 다수가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시절, 이른바 ‘문케어’라는 의료 정책을 반대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문케어’의 핵심은 실손에서 받을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기에 당장 의사의 수입이 감소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과 나라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생각한다면 의사인 필자로서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등 원하는 대로 선택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다.(의료 이용률, 속되게는 의료쇼핑이라 한다) 때문에 의료비의 낭비가 심각하다. 의사로서 수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대부분이 과잉 진료와 비급여 진료, 정해진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의료비의 낭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비급여가 적고 위험 부담이 큰 필수 의료를 하고자 하는 의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은 요원하다. 환자는 가벼운 질병에도 대학병원으로 몰리고 지방에서 치료가 가능한데도 대형병원이 있는 서울로 몰리기에 지역에서는 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이런 고리를 끊고자 한다면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사고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의사가 돈 버는 것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의대 증원을 논하기 이전에 의료보험의 규모를 늘리고 의료수가를 현실화하여 의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의 의료를 살리고 필수의료를 살리며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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