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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국회’란 오명 속 막 내린 21대 국회

‘민생법안’ 줄폐기… 22대 국회의 과제로 넘어가

[시사매거진312호] 21대 국회가 지난 5월 29일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안고 막을 내렸다. 국회의 역할인 법안처리율이 35.3%로 역대 어느 때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막을 내렸다. ‘민생국회’는 30일 개원한 22대 국회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지난 5월 29일 오후 5시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퇴임식과 함께 21대 국회의장단 및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모두 마무리했다.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이날 퇴임하는 김 의장은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정치가 옛날 독재정권, 군사정권 때의 대결·갈등

[시사매거진312호] 21대 국회가 지난 5월 29일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안고 막을 내렸다. 국회의 역할인 법안처리율이 35.3%로 역대 어느 때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막을 내렸다. ‘민생국회’는 30일 개원한 22대 국회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사진_뉴시스)
(사진_뉴시스)

지난 5월 29일 오후 5시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퇴임식과 함께 21대 국회의장단 및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모두 마무리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이날 퇴임하는 김 의장은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정치가 옛날 독재정권, 군사정권 때의 대결·갈등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올 오어 낫씽(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후진 정치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팬덤 정치에 대해서도 “오랜 진영 정치, 진보와 보수로 너무 극단으로 나눠서 대립하는데 팬덤이 지금은 좌표를 찍고 누구를 소위 수박으로 규정짓고 쫓아낸다”며 “대화와 타협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민생법안이 줄줄이 폐기
민생 법안량의 역대 최대치 기록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는 총 2만 6851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479건이 처리됐다. 법안처리율 35.3%로 역대 어느 때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다. 18대 국회 50%를 넘어섰던 법안처리율은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여야는 민생은 뒷전으로 미룬 채 정치공방만 계속해왔다.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에도 민생법안 ‘줄폐기’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여야가 총선 이후 합의 처리한 법안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단 1건에 불과하다.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주요 민생법안이 줄줄이 폐기, 민생 법안량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했던 민생법안 상당수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고준위법),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구하라법(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예금자보호법, 위기임산부 지원 법안, 아동기본법 등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 1만 6000여 건은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동시에 폐기된다.

앞서 고준위법은 여야 간 쟁점을 모두 해소한 만큼 상임위에 상정되면 일사천리로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여야는 최근 원내대표들간 협상을 통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 위원 등 일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데다 여야가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으나 21대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선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뤄 지난 5월 7일 법사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으나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17년 만에 시작된 연금개혁도 좌초할 위기에 놓여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25일 국민의힘이 제시한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을 43%로 제시했다가 44%까지 절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수용 입장에도 여당은 '구조개혁'을 이유로 다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외에도 부모 육아휴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모성보호 3법,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근거가 담긴 AI기본법,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역시 처리가 불발될 전망이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회의를 개의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지난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회의를 개의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임기 마지막에도 여야 책임공방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생법안 폐기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대 야당인 민주당 때문에 각종 상임위,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 책임은 오롯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서 져야 한다”며 “22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 민생법안 특히, 사실상 합의 수준에 이른 법안들은 최우선적으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제22대 국회 개원 즉시 채상병 특검법,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재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회동 내내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며 “국민의 삶을 무한 책임져야 할 집권 여당으로서 산적한 민생법안들 처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책무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22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열어서 채상병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예정이고 민생 위기 특별법,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내용이 담긴 것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협치는 실종되고 첨예한 대치만 남았던 21대 국회

21대 국회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역임 중이던 2020년 5월 30일 여대야소로 출발했다. 하지만 ‘180석 대승’을 거둔 당시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간 상임위원장 배분 갈등이 시작됐고, 임기 시작 47일 만인 2020년 7월 16일이 되어서야 개원식을 가졌다.

시작부터 삐끗했던 21대 국회는 줄곧 여야의 첨예한 대치를 이어왔다.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21대 국회는 지난 4년간 2만 6851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한 법안은 9479건으로 법안 통과율이 35.3%로 역대 최악의 결과다.

2022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절대 과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이 단독 입법한 것에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로 맛 대면서 강대강 대치 구도가 이어졌다.

21대 국회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29일 대통령실은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 등 4건 모두 야당의 단독 처리 등을 문제 삼으며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취임 후 14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4개 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들은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도, 여야 간 합의도 없는 3무(無)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며 “특검법은 막았을지 몰라도 정권의 추락은 몰락은 막지 못한다. 순천자흥 역천자망이라고 했다. 민심을 거스르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라고 경고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 여야의 뜨거운 대치는 계속됐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원종합지원실에 당선인들의 등록 현황. 22대 국회의원 정당별 의석수는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 포함 총 300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 국민의미래가 18석,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이 3석, 새로운미래가 1석, 진보당1석이다. (사진_뉴시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원종합지원실에 당선인들의 등록 현황. 22대 국회의원 정당별 의석수는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 포함 총 300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 국민의미래가 18석,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이 3석, 새로운미래가 1석, 진보당1석이다. (사진_뉴시스)

제 22국회 시작, 일하는 국회가 됐으면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출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은 1호 법안으로 ‘전 국민 25만 원 긴급 민생지원금’을 발의할 계획이었으나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무산된 채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은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1호 법안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2020년 5월30일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21대 국회를 향한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우리가 보아온 국회는 그렇지 못했다.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안고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정쟁과 갈등이 충돌했던 21대 국회는 협치는 실종되고 첨예한 대치만 남았다. 수두룩했던 민생법안은 결국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지난 5월 26일 기자회견을 연 소병철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정치적으로 여야가 대립하고 투쟁하고 있는 법안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힘없는 국민들이 통과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법안들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의된 국회는 이렇다.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 민의(民意)를 받들어 법치 정치의 기초인 법률을 제정하며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국가의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2024년 5월 30일 제 22대 국회가 첫발을 내딛었다. 22대 국회는 국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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