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묵묵하게 한길을 걸어온 참다운 예술인 김성수
“자연은 언제나 지고지순하다, 예술은 자연을 닮는다, 일상이 예술이다 ”

[시사매거진262호=차홍규 화백] 가람 김성수 교수는 조형예술가로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순수미술(Fine Arts BFA, MFA)을 전공하고,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공공디자인정책 행정(MPA)을 공부했다. 국민대학교 목조건축디자인센터 디렉터교수와 가람가구조형학교 디렉터를 거쳐 현재 한국조형예술원(KIAD) 교수로 일하며 한국환경설치미술협회 회장, 한국목가구조형협회 회장 등 우리나라 자연주의 조형예술과 환경설치미술 분야의 선구자로 활동하면서 아시아현대미술가협회, 세계독립작가연합의 부조회화, Land Art, Installation Art 작가그룹 활동과 100여 회의 회화, 설치, 조형 분야 국내외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공공 작품으로는 국립수목원인 광릉숲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등재 기념조형물 등 다수의 프로젝트 작품이 있으며, 통영국제음악제 환경디자인 & 설치미술Project(2002~2007)와 세계유교문화축전 환경설치미술Project, 오방색 Project 등 다수의 Art Project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주의 융합예술 복합시설(공동체)인 지리산아트팜 추진위원장과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 예술감독 겸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10년에 걸친 오랜 기간을 김성수 교수는 말없이 묵묵하게 한길을 걸으며 흙 한 삽, 벽돌 한 장을 쌓으며 지금의 지리산아트팜 융합예술센터를 완성했다.

 

필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작가로 그의 작품화두는 항상 자연이었다. 지리산 골짜기인 하동 촌구석에 예술센터를 짓는다는 발상은 그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만의 역사라 생각한다. 10년에 걸친 오랜 기간을 그는 말없이 묵묵하게 한길을 걸으며 흙 한 삽, 벽돌 한 장을 쌓으며 지금의 지리산아트팜 융합예술센터를 완성했다.

 

지리산 아트팜을 설립하게 된 동기는

처음부터 특별한 동기가 있었거나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지금은 제가 오브제나 설치미술을 주로 하지만, 예전에는 수채화나 유화를 많이 그렸었는데요. 붓 대신 손바닥으로 많이 그렸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손바닥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어요. , 이게 뭘까? 불현 듯 그림 자체의 보존성만 생각한 나머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재료를 썼는데도 우리가 그토록 즐거워했었나?’하는 회의감과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소재나 표현 방법을 찾기 시작했었지요. 그런데 태생적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산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자연은 늘 그랬듯이 저를 그냥 안아줬어요. 그 후 자연을 소재로 한 오브제 작업과 우리 원형문화(原形文化), 원시예술에 대한 동시대 해석 작업을 많이 하게 됐지요. 그러면서 자연주의 현대 예술에 대한 가능성을 봤고, 또 거기에 공감하는 여러분을 만나게 돼 뜻을 모으게 됐지요.

works 1205-flower story_mixed material_2012_힐스테이트갤러리

 

지리산 아트팜과 관련 계획은

지리산아트팜은 말 그대로 자연주의 현대예술을 위한 융복합시설입니다. 72,000(22,000여 평)의 부지에 예술학교, 미술관, 야외극장, 아트커뮤니티, 아트빌리지, 숲 속 갤러리, 아트스테이 등이 한데 모여 있는 자연주의 융합예술 공동체라고 할 수 있지요. 이곳에서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드는 공공 예술 활동과 제 개인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또 예술 실용전문학교가 KIAD 분교와 함께 3월에 개교를 합니다. 석사학위 과정을 비롯해 전문작가 과정인 콘서바토리(Conservatory), 실용예술 과정인 실용전문학교, 100세 시대를 위한 평생교육원, 연극학교, 농사학교, 스마트 아트팜 등 과정을 만들려고 합니다. 자연주의 현대예술을 지향하는 융합예술교육기관으로서 일상의 예술을 실천할 수 있는 작가정신이 투철한 예술가와 또 스튜디오 창업을 원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예술센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A동 외벽에 설치된 호주작가 케비나조 스미스Kevina-jo Smith 설치조각작품

 

자연주의 예술 또는 환경예술에 대한 생각은

전체적으로 보면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동시대 예술 추구라고 말씀 드릴 수가 있지요. 저는 환경설치미술과 공공아트를 더 즐겨 하는 편입니다. 환경예술은 산업화를 먼저 시작하여 자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둔 유럽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부터 먼저 시작됐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지미술이나 환경예술 분야가 다소 생소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경설치미술이라는 조금은 모호한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해 왔지만 그것조차도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기후변화 문제가 코앞에 와있는 이제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또 이제 거의 사라진 지리산권의 원시예술과 원형문화를 동시대 예술로 해석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집단적 놀이 형태의 주민 참여형 예술 분야와 공공미술 분야, 자연재료와 업사이클링(Upcycling) 재료를 사용하는 현대미술 분야, 저에너지를 사용한 조명을 통한 빛 예술 분야의 환경예술이 더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예술치유와 예술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work 0703_IsangYun_embrace_mixed_media_2007_TIMF

 

현대의 예술은 자연을 주요 모티브로 하던 과거의 예술에서 꽤 멀어진 느낌이다. 어떤 계기로 다시 자연으로라는 표어로 지리산환경예술제대한민국환경미술대전을 기획하게 됐나

잘 아시다시피 예술의 태동은 자연에서의 제의(祭儀)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종합적인 군무(群舞) 형태로 풍년제, 산신제, 고유제 등 자연을 대상으로 지내는 집단적 제의 의식(儀式)이 차츰 분화되고 개인화되어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예술이 지금과 같이 자연과 멀어지게 됐다고 봅니다.

이제는 예술이 다시 자연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도 자연 속에 있는 존재이며, 그래서 자연은 인간성 유지를 위한 근본일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겐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지요. 자연을 거스른 현대 과학과 산업화가 이룬 물질적 풍요와 첨단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온 성과주의는 자연과의 간격을 더욱 늘려놨고 그 거리가 멀수록 사람은 정서적으로 피폐해지고 마음이 가난해 지는 걸 우리는 느끼고 있잖습니까? 이 때문에 느리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자연으로부터 위안과 치유를 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자연으로돌아가서 우리 함께 행복해지자가 예술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0404_hanger pole_2004_COEX

 

예술가에 대한 평소 생각은

한마디로 외부 활동을 하는 예술가는 공인(公人)이며, 공인은 공공재(公共財)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세상은 작가주의적인 삶에 올인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새로운 생각의 가치 창조>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요. 그래서 세상은 공인이 된 작가에게 공공재로서의 역할에 따른 사회적 비용(공공적 예우)을 일정하게 보전해 주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생기는 목표 이탈과 정체성 혼돈을 잘 극복해서, 힘들더라도 줏대 있는 작가적 삶을 지속하는 것만이 <행복한 작가주의>를 이룰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을 나타내며 그것을 공식화하는 장치가 전람회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을 공공적으로 드러내며, 비평과 호응의 인터랙션 속에서 수많은 성찰과 정진으로 공인으로서의 직업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길을 가는 데는 용기와 열정, 치열한 작가정신이 꼭 필요하지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을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works 1401-wood story_2014_예술의전당

 

예술의 대중화에 관한 한 말씀 부탁드리면

참 좋은 말씀인데요.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고요. 개인적 견해로는 근래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침체 현상에 관한 얘기인데요. 시중의 경기 불황에 따른 기본적인 원인과 함께 다른 변수 요인도 한꺼번에 몰려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에 하나가 전략적으로 깊이 준비하지 않고 너도 나도 벌린 대중화를 위한 대중화(지나친 상업화)’ 바람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술품 소비시장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만약 시장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 때는 당연히 고도의 전략적 기획과 엄청난 노력을 해도 쉽지는 않겠지요. 이렇게 말하기엔 매우 조심스럽지만, 갤러리, 미술관은 작가정신이 투철한 프로페셔널 작가를 비롯해서 시대정신과 통찰력으로 무장된 전문가 집단인가? 미학적 완성도를 위해 혼신을 던지며, 자아실현을 통한 새로운 생각의 가치를 창조하는 행복한 작가인가?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실험 작업과 대형 작업을 피하고 소품 위주로 작업하는 현상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은 우리가 정말 고민해봐야 할 지점들이거든요.

work 1910_통발꽃상여-하늘로 가는 리무진_2019_예술의전당

 

그럼 지리산 하동의 예술교육에 관하여는

한국조형예술원(KIAD) 분교와 이번에 인가를 받은 예술 실용전문학교가 3월 개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석사학위 과정을 비롯해 전문작가 과정인 콘서바토리, 실용예술 과정인 실용전문학교, 100세 시대를 위한 평생교육원, 연극학교, 농사학교, 스마트 아트팜 등 자연주의 현대예술 지향 융합예술학교가 지리산, 섬진강, 남해바다가 만든 천혜의 자연 벨트에서 제 모습을 펼치는 것이지요.

1997년 융합예술대학원이 없었던 시절, 디자인대학원에 국내 처음으로 발표, 토론, 크리틱 중심의 스튜디오 방식의 도제식 학제를 개설한 후 2007년 자연감성과 web문화융합 실천예술 중심의 학제 개편을 거쳐 마침내 우리나라 대표 자연지대에 둥지를 틀게 된 것입니다. 2016년 국제예술교류로 제휴한 영국의 햄스테드 예술학교(Hampstead School of Art)와 더 긴밀히 교류하고, 분야 별 최고 역량의 교수님을 초빙해서 우리 DNA가 녹아든 조형철학과 글로벌 감성가치관을 갖춘 융합예술 리더와 직업작가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가람 김성수 교수. 그는 참다운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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