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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아의 섬데이 서울] "태평양 물고기 도둑 잡아라!"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다른 나라의 영해에 몰래 들어와서 생선을 싹쓸이하고 도망가는 불법조업으로 태평양 섬사람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뿐 아니라 신종 범죄가 양산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협정과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큰 진척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참치와 사모아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건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 사진 때문이다. 인류의 자산인 어족자원을 쌍끌이 어선으로 '퍼 올린' 이들은 과연 조금이라도 바다에 감사하는 마음을, 섬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을까?30 빼기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다른 나라의 영해에 몰래 들어와서 생선을 싹쓸이하고 도망가는 불법조업으로 태평양 섬사람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뿐 아니라 신종 범죄가 양산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협정과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큰 진척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태평양의 물고기 남획 (사진_Jack mackerel)
태평양의 물고기 남획 (사진_Jack mackerel)
쌍끌이 기선 저인망 (사진_rbouwman/iStock)
쌍끌이 기선 저인망 (사진_rbouwman/iStock)

 참치와 사모아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건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 사진 때문이다. 인류의 자산인 어족자원을 쌍끌이 어선으로 '퍼 올린' 이들은 과연 조금이라도 바다에 감사하는 마음을, 섬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을까?

불법어업으로 낚아 올린 수 천 톤의 물고기들 (사진_페이스북)
불법어업으로 낚아 올린 수 천 톤의 물고기들 (사진_페이스북)

30 빼기 28은 2가 아니다

태평양은 세상에서 가장 큰 바다다. 지구 면적의 30%를 차지하며, 전 세계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28%를 차지한다. 매우 작은 섬나라들이 몰려있는 곳이라 지도상에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섬들이 많지만, 해양력(海洋力)은 가장 강대한 지역이라 하겠다. 태평양도서국*에는 육지보다 평균 55배 더 많은 물이 있다. 가장 육지 면적이 큰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하면 이는 310배로 늘어난다. 그래서 태평양 도서국에 속한 나라들은 스스로를 '거대한 해양 국가(big ocean states)'가 부른다.

태평양과 인도양 연안지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면적(출처_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홈페이지)
태평양과 인도양 연안지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면적(출처_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홈페이지)

태평양도서국*이란 태평양 중부, 서부 및 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14개국을 이르는 명칭으로, ​ 쿡 제도, 미크로네시아, 피지, 키리바시, 나우루, 마셜 제도, 니우에, 파푸아 뉴기니, 사모아, 솔로몬 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팔라우로 구성된다.


바다가 도둑맞고 있다

이들은 바다에서 모든 답을 찾는다.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 후손들의 삶을 위한 경제적 기반 마련과 성장의 발판이 모두 이들을 둘러싼 광활한 바다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덜 오염시키고 남획을 금지해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행위, 소위 '지속가능성'이라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단어는 이미 이들에게는 당연한 삶의 방식이 된지 오래다. 얼마전까지도 그저 앞바다에서 매일 고기를 잡고 좁은 땅이나마 채소를 길러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그러나 불법 어업, 마약 밀매, 해상 범죄 등이 늘어나면서 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의 삶은 척박하고 위태로워졌다.

이들에게 물고기는 생계를 위한 필수적인 식량이다.
이들에게 물고기는 생계를 위한 필수적인 식량이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어획되는 물고기 5마리 중 1마리는 불법으로 잡힌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260~500억 달러다. 불법 어업 활동에 참가한 어선은 강제 노동, 부채 노예화, 인신매매, 현대판 노예제와 같은 조직범죄 및 인권 침해와도 연루되어 있다.

물고기를 잡는 키리바시의 어부 (사진_Clam Reports)
물고기를 잡는 키리바시의 어부 (사진_Clam Reports)
빈 배로 돌아오는 태평양의 어부들 (사진출처_Rare.org)
빈 배로 돌아오는 태평양의 어부들 (사진출처_Rare.org)

키리바시 인구의 약 80%는 어업에 종사한다. 중국 등 일부 국가의 불법 어업으로 인해 참치 어획량이 줄어들어 고기를 잡을 수 없다면, 필요한 재원의 나머지 부분은 국제 원조에 의존해야 한다.
이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바다일 외에 딱히 돈 나올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부채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중국이 손을 내밀어 무상원조나 저리 차관을 빌려준다는 명목으로 이들의 정치, 경제에 깊숙이 관여하는 일이 지난 10년간 급격히 늘어났다가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자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태평양 개발 금융(화폐단위: 미국 달러) (출처_Lowy Institute)
중국의 태평양 개발 금융(화폐단위: 미국 달러) (출처_Lowy Institute)
폴리네시아 인들이 호주, 뉴질랜드, 미국으로 이주한 흐름(집계기간: 2000~2019). 미국과 호주로 이주가 2010년 이후로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출처_Population Research and Policy Review(2022)
폴리네시아 인들이 호주, 뉴질랜드, 미국으로 이주한 흐름(집계기간: 2000~2019). 미국과 호주로 이주가 2010년 이후로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출처_Population Research and Policy Review(2022)

규모의 경제가 어려운 섬나라들이다 보니 발달한 가공산업이 거의 없다.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어업, 농업이 사양화되면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 해외로 이주를 하는 젊은이들이 급격히 늘었다. 본국에는 마땅한 수입원이 없다 보니 호주, 중국 등과 교류가 가장 많은 피지와 솔로몬의 경우, 젊은이들과 어린이들까지 마약에 운반책으로 활용되며 중독환자가 급증하는 현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피지의 불법 마약 문제는 정말 큰 혼란에 빠져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_유튜브 캡처)
"피지의 불법 마약 문제는 정말 큰 혼란에 빠져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_유튜브 캡처)

태평양 IUU 어업 근절 난관… 왜?

한편, 태평양의 섬나라의 위정자들은 해양자원과 바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불법 어업과 범죄에 맞서왔다. 해외 원조를 받아서라도 감시 장비를 늘리고 경계를 강화하려고 시도해왔다.

IUU 어업을 근절하기 위해 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연안 국가들이 역할을 규정한 '항만국 조치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Port State Measures, PSMA)'이 2016년 6월 5일에 발효되었다. 하지만 '불법 조업과의 전쟁'을 위해 우선 협정에 서약한 한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몰디브, 모리셔스, 필리핀 등 79개 국은 해상을 오가는 각 선박에 대한 필수 정보(소유권 및 등록, 어업 면허 및 어업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PSMA (출처_FAO Knowledge)
PSMA (출처_FAO Knowledge)

특히 태평양 지역은 오랫동안 미국과 중국이 패권 대결의 장이 되어온 곳이기에 IUU 어업을 단속한답시고 '전략적 라이벌'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내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태평양의 불법 어업, 마약 운반 단속은 아직도 비공식적으로, 미개한 수단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형태로 태평양을 위협하는 인재(人災)는 다음 호에서 다룰 '기후 위기' 문제다.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 유실, 섬의 유무형 문화 훼손, 생태계 파괴 문제는 조용히, 그러나 영원히 태평양을 소멸하게 만들 강력한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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