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준형의 클담] “모차르트 음악에 매료되다”
루브르의 음악가들 & 마크 민코프스키 김준형의 '클래식이 자라는 담벼락' vol.17
이것이 바로 축제다. 세 번의 연주회였지만 가히 모차르트 음악의 모든 것을 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음악의 본질과 마주했다.오랫동안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주간을 디렉팅 했던 마크 민코프스키(Marc Minkowski). 그의 오케스트라인 “루브르의 음악가들(Les Musiciens du Louvre)”, 연주의 탁월함은 말할 나위 없고, 이런 즐겁고 기발한 콘서트는 기획의 승리라 하겠다.카롤린 예스테트 X 고경일 X 송성민특히 오페라 서곡으로 활기차게 시작한 마지막 공연은 그야말로 ‘갈라 콘서트’였다. 소프라노
이것이 바로 축제다. 세 번의 연주회였지만 가히 모차르트 음악의 모든 것을 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음악의 본질과 마주했다.
오랫동안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주간을 디렉팅 했던 마크 민코프스키(Marc Minkowski). 그의 오케스트라인 “루브르의 음악가들(Les Musiciens du Louvre)”, 연주의 탁월함은 말할 나위 없고, 이런 즐겁고 기발한 콘서트는 기획의 승리라 하겠다.
카롤린 예스테트 X 고경일 X 송성민
특히 오페라 <극장 지배인> 서곡으로 활기차게 시작한 마지막 공연은 그야말로 ‘갈라 콘서트’였다. 소프라노 카롤린 예스테트(Caroline Jestaedt)는 바로크 오페라를 통해 커리어를 쌓은 연주자답게 맑고 순수하고 청아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특히 <차이데(Zaide), K. 344> 아리아가 설득력 있었다.
코펜하겐 로열 대니쉬 오페라 하우스의 주역 가수, 베이스 고경일은 뚜렷한 캐릭터 묘사가 발군이었다. 모차르트가 각인시키고자 했던 해학과 슬픔을 두루 효과적으로 재현했다. 특히 더블 베이스 주자의 멋진 독주와 함께 노래한 콘서트 아리아 <이 아름다운 손에(Per questa bella mano, K. 612)>는 저음역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이날 가장 빛나는 노래를 들려준 테너 송성민은 현재 유럽의 주요 극장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가수로, 벨칸토 작품에서 바그너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테너다. 얼마 전 베를린 코미쉐 오퍼에서 제임스 개피건의 지휘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출연했다.
<차이데> 삼중창과 교향곡 <주피터>
티토 황제의 위엄과 고뇌, 페란도의 정열과 환희도 좋았지만, 목관 앙상블의 고즈넉한 연주와 함께 한 아리아 <다윗의 회개-고통 중에 있는 자여(Davidde Penitente K. 469 - VI. 'A Te, Fra Tanti Affanni')>에 담긴 번뇌와 갈망을 고급스러운 미성에 잘 담아냈다. 저마다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난 연주였지만, 마지막을 장식한 <차이데> 삼중창은 차분한 소프라노, 진한 베이스, 청아한 테너 보이스의 조화로운 대비가 아름다웠다. 하나 더, 누구보다 극장 경험이 풍부한 민코프스키의 구수하고 유머러스한 콘서트 가이드는 실로 일품이었다. 작품마다 위트 넘치는 해설로 핵심을 짚어 주었는데, 그 어느 연주회보다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3회 연주회 모두,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제41번 <주피터>를 연주했다. 시대악기를 연주하는 대표적 단체답게 작품에 담긴 활기찬 뉘앙스와 당당한 기상을 재현하는데 주력했다. 목관 앙상블의 예쁘고 아기자기함이 특별했다. 경쾌하면서 날렵하지만 악상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며 풍부한 표정으로 연주한 첫 악장을 떠들썩하게 마무리했다. 눅눅하게 습기를 한껏 머금은 듯한 우아한 음색의 현 앙상블로 2악장을 시작했는데, 현대 악기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바로 급발진하듯 템포를 당겨서 강력한 어택을 들려주는데 2악장이 이런 음악이었나 싶을 정도로 팔색조의 매력이 가득했다. 세련되고 우아한 3악장과 당당한 4악장도 물론이었다. 유니즌에서 물결치듯 앙상블이 맞아 들어가는 조화로운 장면이나 고요한 현을 배경으로 청아한 관악기가 부각되는 장면은 오케스트라의 기량은 물론이고 지휘자 해석의 묘미였다.
민코프스키의 모차르트
아트센터인천의 둘째 날은 모차르트에 관한한 일가를 이룬 대가의 뚜렷한 족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콘서트였다. 마지막 3곡의 교향곡만을 연주했는데, 그 어느 작품보다 고전적 구조가 강건한 제39번 교향곡으로 시작했다. 부분적으로 상냥한 정서가 담겼지만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며 고풍스러운 거대한 스케일의 1악장과, 상쾌하고 발랄한 2악장의 대조가 남달랐다. 급진적이고 격렬한 스타트와 관악기의 화사한 돌림노래가 우아했던 3악장은 그 어느 오케스트라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였다. 특히 클라리넷의 맹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상큼하게 마무리한 4악장도 훌륭했다.
질주하듯 몰고 간 40번 교향곡의 첫머리는 그윽한 현악과 관악의 조화가 두드러진 두 번째 악장을 지나 합주력의 정점을 보여준 3악장에서 절정을 이뤘다. 음색과 템포의 변화로 대표되는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다채로운 음악이 민코프스키의 모차르트였다.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의 아름다운 홀 사운드가 이들 음악과의 상승효과를 거두기도 했는데, 민코프스키 역시 ‘환상적인 어쿠스틱’이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첫날 연주회는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악부문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가 활약했다. 전반부에는 <바이올린 협주곡 5번(Violin Concerto No. 5 in A major, K. 219 "Turkish")>을 협연했다. 시대악기 특유의 고급스러운 질감의 현과 청아한 관악기와 대비되어 날카로우면서 앙칼진 독주가 두드러졌다. 연주의 어법이 너무나 달라 재미났다.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온화한 연주를 이어갔지만 솔리스트의 들썩임에 따라 바로 호응을 하며 음악의 흐름에 악센트와 활기를 불어 넣었다. 마지막을 장식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Sinfonia concertante in E-flat major, K. 364)>는 악장 스테판 루지에(Stephane Rougier)가 비올리스트로 출연하여 모든 음표가 하나인 것처럼 푸근하고 따스한 연주를 하며, 김계희를 서포트하였다. 특히 두 번째 악장에서 들려준 내밀한 대화가 절묘했는데, 날카로운 바이올리니스트와 대비와 조화를 이뤘다.
ABBA - Gimme Gimme Gimme
앙코르로 두 솔리스트의 듀오가 이어졌고, 메인 레퍼토리보다 훨씬 그윽한 하모니가 좋았다. 마법과 같은 앙코르는 이어졌고, 40번의 한악장을 지나 마지막은 정말 놀라웠다.
아바의 명곡, <김미 김미 김미>를 네 대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려줬다. 고색창연한 음색으로 너무나 생동감 있는 연주였다. 이들의 한계는 과연 어디일까? 앙코르 퍼레이드는 둘째 날과 마지막 날도 이어졌는데, 이들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장 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였다. 수년 전 민코프스키와 루브르 음악가들이 들려줬던 <상상 교향곡>이 떠올랐다. 엄청난 연주였는데, 그날을 소환하는 대목이었다. 라모의 오펠라 레 보레아스 ‘북풍의 신’ 중 4막 간주곡 <폴리힘니아의 입장>, 그 아름다움을 과연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녹아내리는 듯한 감성의 느린 악장이다. 이들의 음악성을 대변하는 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으리라. 짧지만 짧지 않은 축제가 끝났다. 과연 어디서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꿈에서 깼지만, 바로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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