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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클담] "메트의 여왕 박소영, 비올레타로 매혹하다"

국립오페라단 베르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9월 21일) 김준형의 vol.12

1948년 1월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이 땅의 최초 오페라였던 의 비올레타를 김자경이 노래한 이래 수많은 비올레타가 뒤를 이었다. 베르디 중기의 역작 는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루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무척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그에 못지않은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어느 작품보다 자주 연주되고 있다.수많은 명연 가운데 후지와라 오페라단과 함께 2015년에 내한했던 그리스의 디미트라 테오도슈(Dimitra Theodossiou, 1965~)의 열연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잔뜩 무거워진 음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1948년 1월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이 땅의 최초 오페라였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를 김자경이 노래한 이래 수많은 비올레타가 뒤를 이었다. 베르디 중기의 역작 <라 트라비아타>는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루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무척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그에 못지않은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어느 작품보다 자주 연주되고 있다.

수많은 명연 가운데 후지와라 오페라단과 함께 2015년에 내한했던 그리스의 디미트라 테오도슈(Dimitra Theodossiou, 1965~)의 열연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잔뜩 무거워진 음성으로 가공할 만한 드라마티코로서 폭발적인 연주를 뿜어내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스핀토의 강렬함과 고음의 서정성을 두루 갖추고 노래할 때였다. 무대에 누워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던 장면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이 세기의 콜로라투라 루치아나 세라(Luciana Serra, 1946~)를 초청하여 제작한 무대도 역사적이었다. 그녀 역시 박소영과 마찬가지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밤의 여왕’으로서 인상 깊은 명연을 남긴 바 있다. 물론 전성기를 훌쩍 넘긴 황혼의 대가였지만 연주의 탁월함은 비할 데가 없었다. 체화된 기교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 음성으로 장면에 따라 자유자재로 섬세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뽑아내는 정교한 콜로라투라 특유의 아름다운 고음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피를 토하며 슬픔을 토로하는 장면에는 가슴이 저며왔다. 아마 마리엘라 데비아(Mariella Devia, 1948~)의 리사이틀과 함께 필자가 보았던 성악 연주 가운데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았던 연주로 기억한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 베르디 <La Traviata>

이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랐던 박소영의 비올레타는 기술적 완성도에서 캐릭터가 요구하는 폭넓은 감정의 재현에서 그리고 청중에게 불러일으킨 정서적 공감에서 완벽했다. 롤 데뷔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제1막의 ‘이상하다, 이상해’에서 ‘언제나 자유롭게’로 이어지는 카바티나와 카발레타는 콜로라투라의 향연이자 벨칸토의 정점이었다. 제2막에서 알프레도에게 사랑해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어쩌면 이 작품에서 성악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다. 1막 피날레와 마찬가지로 은은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렬한 톤의 고음으로 정상급 소프라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제르몽과의 이중창 ‘천사와 같이 순결한 아이가 있다오’는 그야말로 대서사시였다. 때로는 격분하고,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애원하며 서정적이면서도 강인한 여인의 내면을 투영했다. 제3막의 ‘안녕, 지난날이여’의 아쉬움과 회한은 성악적 완성도뿐 아니라 스러질 듯한 연기가 돋보였다. 다만 비올레타의 내적 갈등이 탄식으로 연소되는 편지 낭독 장면을 제르몽의 내레이션과 병치하면서 연출로 인한 음악적 훼손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이상적인 ‘비올레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베르디가 구현하려 했던 성악적 완성도를 위해 캐스팅한 소프라노가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는 외모로 비난받으며, 초연에 실패한 바와 같이, 리리코, 스핀토, 콜로라투라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의 비올레타에 그토록 열광하지 않았을까? 그런 관점에서 박소영의 연주는 그 이상적 구현에 상당히 다가간 열연이라 하겠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국립오페라단)

쥘 마스네의 <마농>과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로 국립오페라단과 호흡을 맞춰온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무대 위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를 중심으로 비올레타의 희로애락을 펼쳐 나갔다. 2막의 파티 장면에서는 그만의 독특한 색감과 구도로 시각적 집중을 유도했다. 비디오 아트를 활용한 무채색의 추상적인 무드로 가득했지만 이 장면만큼은 화려하면서도 세련되었다. 드라마 내내 캐릭터의 내면과 음악에 집중케하는 연출이 효과적이었다.

하나 더, 국립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던 제바스티안 랑 레싱은 원작에 충실하게 아리아의 반복구나 후렴구를 복원하여 제시했다. 해외 영상물이나 음원을 통해서 듣던 그 음악을 우리 무대에서 듣다니 흥미로웠다. 삭제에는 그 이유가 있었겠지만, 복원도 그 충분한 의의가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 오페라 무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리라. 의미있는 <라 트라비아타> 프로덕션이 대한민국 무대 역사에 기록되었다.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라트라비아타 (포스터_국립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 (포스터_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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