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논란 당헌 80조 개정
당헌 개정안 밀어 붙이기 ‘꼼수’ 논란
[시사매거진291호]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부른 더불어민주당 당헌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이틀 전 열린 중앙위에서 비명계의 반발로 부결됐는데, 당 지도부가 안건 일부를 삭제한 뒤 재투표에 부쳐 과반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대장동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검찰에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의 핵심은 기소된 당직자가 당 독립기구인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대표가 의장을 맡는 당무위원회에서 ‘당직 유지’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 개정안이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 뒤 기소되더라도 ‘정치 탄압’에 따른 기소라면서 ‘셀프 구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방탄 당헌’ 개정 부결과 갈등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의 ‘당헌 제80조’(기소 땐 당직 정지) 개정안을 부결하고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대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를 위한 ‘방탄용 개정’이라는 비명(비이재명)계와 국민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후퇴한 셈이다. 그러자 이번엔 친명(친이재명)계와 강성 당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분란이 격화되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당헌 제80조 1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 전준위에서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으로 수정 의결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전준위안은 해당 규정이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에 악용될 수 있어 수정해야 한다는 친명계 뜻이 관철된 것으로, 그대로 최종 통과되면 이 후보가 대표로 선출된 뒤 각종 사법 리스크로 기소돼도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자 비명계는 이 후보를 향한 검경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당헌 개정 논의를 하는 것은 ‘이재명 방탄용’, ‘위인설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논란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비대위에서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론 1심 유죄 판결 때 직무 정지가 합리적이라 판단했다”면서도 “비대위 과반수가 반대해 전준위안을 통과시키는 게 불가능해서 원래 있던 원안과 전준위안을 절충한 안이 통과됐다”고 했다.
비대위 절충안...구제방법 수정
비대위는 구제 방법을 규정한 당헌 제80조 3항을 수정하기로 했다. 해당 조항은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 징계(당직 정지)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비대위는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최고위보다 조금 더 확장된 논의기구에서 결정하는 것이 부정부패나 정치탄압, 정치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좀더 공신력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친명계는 비대위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수년간 윤석열, 한동훈 검찰이 보여 온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를 지켜보고도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도 “당을 일대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위험을 검찰 기소에 맡겨 두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남겨 두는 것”이라며 비대위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당원들도 당원게시판을 통해 “별수를 다 써서 막아도 안 되니 이제 기소로 (이재명을) 날리겠다는 것이냐” 등의 비판을 쏟아 냈다.
반면 비명계는 ‘합리적 절충안’이라고 찬성했다. 박용진 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당헌 80조 정신을 살리면서도 여러 동지들의 의견을 함께 포용한 결정”이라며 “민주당 바로 세우기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전날 TV토론에서 “야당 침탈 루트가 될 것”이라며 개정에 찬성했던 이 후보는 이날 광주KBS 토론에선 “좀 과하다 생각했지만 통합 관점에서 굳이 싸워가면서 강행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박찬대 후보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당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재량 조항이라 당대표가 임명하는 사무총장이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당헌 개정안의 부결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 투표 우선’과 ‘부정부패 기소 시 직무정지’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최종 부결됐다. 해당 개정안이 유력 당권주자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당화’ 논란이 일자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 중앙위원회 변재일 의장은 중앙위 회의를 열고 당헌 개정안을 투표한 결과 재석 566명 중 430명이 참여, 268명이 찬성(47.35%)해 정족수인 재적 과반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상정된 개정안은 당헌 3장에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당 최고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시한다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최고의결기구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권리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으로 안건 발의를 가능하게 하고 중앙위 재적인원 2/3 이상 의결로 부의한 안건은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조항을 두고 이 후보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기 때문이다. 앞서 대통령 선거 이후 이 후보를 지지하는 친명 강성층이 대거 유입돼 권리당원 포진해 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방탄’ 논란을 일으킨 당헌 80조 개정도 무산돼 원안을 유지한다. 당헌 80조 1항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이다. 강성 지지자들은 이른바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후보가 기소되더라도 직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당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비명계 측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중앙위 부결 결과가 민주당 바로세우기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안에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서 정치하고자 하는 건강함이 훨씬 더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환영했다.
지도부는 선거 막판에 논란이 불거진 ‘당원투표 우선’ 개정안이 부결의 원인으로 보고 해당 개정안을 제외하고 나머지 개정안은 재의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가 의결한 당헌 80조 절충안은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라간다.
신현영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안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투표 참여자가 14명 정도 부족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했다”며 “결국 권리당원 전원투표에 대한 공방이 있어 나머지 당헌 개정안은 다시 당무위에 올리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개별 의사를 확인한 건 아니어서 100% 해석하긴 어렵지만 마지막 주요 쟁점은 권리당원 전원 투표 관련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손 보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당헌 개정안 재의결
‘기소 시 당직 정지’ 관련 규정을 포함한 당헌 개정 수정안이 지난달 25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권리당원 전원투표’ 당헌 제14조의2 신설안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비대위가 ‘중앙위는 회의 5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꼼수 재상정’을 강행했다”고 반발했다. 당무위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5일 전 소집 원칙을 깨뜨릴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무엇이냐”며 “하나의 안건이 부결됐는데 이를 수정해서 다시 올리는 것이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법 규정을 뛰어넘었다고 비판했던 만큼, 우리도 당헌당규 절차와 과정이 잘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부결된 당헌 개정안 중 일부 재상정은 안된다”며 “명백히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썼다. 친문(친문재인)계인 강병원 의원은 의총에서 비대위가 전당원투표 조항 신설을 시도했던 것을 재차 비판하며 ‘꼼수’라고 직격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변인은 “어제 중앙위 투표는 찬성표가 다수였고, 16표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며 “쟁점이 되는 조항을 들어냈고, 나머지 조항에는 큰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지적에는 “(전날) 중앙위가 끝나면 한 회기가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회기가 시작한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같은 회기에 동일한 안건이 상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활동이 이번 주 마무리되고 지도부가 바뀌는 만큼 비대위에서 정리하고 마무리할 부분은 충분히 정리하고 가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문제 없이 합의된 당헌 개정안은 빠르게 통과시키고 쟁점이 되는 부분은 추후 지속적으로 논의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신 대변인은 “당무위 내에서 수정안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며 “다만 절차적으로 합당한지에 대한 검토 정도의 의견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헌 80조 개정안 최종 의결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돼 당직이 정지되더라도 ‘정치 탄압’ 등으로 판단될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로 구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 제80조 개정안을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송기헌 민주당 중앙위원회 부의장은 이날 온라인 재투표 투표 결과 ‘기소 시 당직 정지’ 관련 규정 등이 포함된 당헌 개정안을 66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418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311명(54.95%)이 찬성표를 던져 재적 과반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중앙위에서 의결에 따라 당헌 개정안은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기소로 인한 당직 정지 처분 시 구제 판단 주체는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변경되었다.
중앙위 결과에 대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헌·당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출되는 것은 민주정당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절충할 수 있는 안은 절충해 통과시키고 절충할 수 없는 안은 개정에 반대하면 안 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한편 네티즌들은 “민주당은 명핵관 세상이네”, “투표로 못이기니까 자꾸 꼼수부린다” 등 비판적인 반응과 “전략적으로 잘한 선택”, “지금 검찰 보고도 방탄이란 말이 나오냐?”며 옹호하는 입장이 충돌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야당이 소수의 강성 지지층에 의해 휘둘리는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적극적으로 경선에 참여한 비율을 말하는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져 전북 17.20%, 전남 16.76%, 광주 18.18%에 불과했다. ARS 투표까지 합쳐도 평균 투표율이 37.69%였고, 호남은 그에도 못 미치는 35.49%였다. 이런 현상은 사당화(私黨化)와 초강경 투쟁을 부르고, 장기적으로는 당의 다양성과 민주성을 저해하는 등 정당 정치 퇴행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크다.
국민 눈높이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다. 이미 기소 시 직무정지 규정을 완화한 당헌 개정 논란이 벌어졌다. 이 의원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후원금 거래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때 의혹이 제기됐고, 수사도 시작됐다. ‘이재명당’ 출범은 강력한 정치적 반발의 계기도 될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어떤 정치적 고려나 성역 없이 계속돼야 한다. 다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정치적 공격 빌미를 주지 않을 만큼 정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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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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