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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로 제지당한 택시법의 미래는

논란이 된 택시법, 무엇을 담고 있나
택시를 버스처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법안인 택시법은 택시업계가 수년 전부터 입법화를 추진해왔었다. 택시업계는 버스와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는 새벽 1시 이후에도 운행하는 등 24시간 운행하는 만큼 공공체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해왔다.
택시법의 주요 내용은 대중교통수단의 정의에 택시를 포함시키고 택시에 환승할인,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통행료를 인하하며 공영차로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차량구매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시법 실시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은 대중교통시설에 택시 승강장과 차고지를 포함했으므로 버스 전용 차로에 택시가 함께 다닐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간 택시는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되지 않아 버스나 지하철과 달리 정부의 각종 대중교통 지 대상으로부터 제외되어 있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택시 승강 시설이 열악해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임기 한 달여 앞두고 내놓은 초강수 ‘법률거부권’
법률 거부권은 정부와 국회의 의견이 대립할 때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를 달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국회에서 법률안에 대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에 법률공포를 요청할 경우, 대통령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거부된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재의결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면 법률로서 확정된다.
우리나라 대통령 거부권은 효력이 잠정적이어서 의회의 재의결로써 부인되는 정치적 거부권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제헌국회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모두 72건이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택시법 왜 거부했나
정부의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택시법에 대한 다수의 반대 여론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청와대는 지난 국회로부터 택시법이 이송 됐을 때부터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음에도 여야의 합의를 거쳐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상보다 거센 반대여론이 이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택시법 재의를 요구한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택시는 대량 수송이 가능하고, 일정한 노선과 시간표대로 운행하는 대중교통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교통 육성을 통해 교통 혼잡 및 환경오염 방지, 에너지 절감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려는 대중교통법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즉 택시는 1:1 택시와 손님의 계약관계인 개별 교통수단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정 노선과 시간표를 갖추고 대량 수송하면서도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되지 않는 여객선, 항공기, 통근, 통학용 전세버스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교통정책 수립과 집행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지원을 위한 재정 부담의 80%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택시법은 과도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시·도지사협의회 및 시·도에서도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호 국토해양부 2차관은 지난 달 브리핑을 통해 “택시가 대중교통에 포함돼 환승할인, 적자보전이 이뤄질 경우 1조 원 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다. 또한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면 여객선, 전세버스 등도 대중교통에 포함시켜달라고 할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택시가 대중교통에 포함될 경우 추가로 들어가는 예산이 1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준공영제 적자보전, 환승할인, 택시 공영차고제 설치, 감차 보상, 택시 소득공제 등에 따른 비용이 포함된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택시에 지원하던 기존 유가보조금과 세제지원 등을 더하면 매조 2조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이에 택시업계는 “요구하지도 않은 주장을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발했다. 택시연합회 측은 “택시는 버스, 지하철 등과 요금 체계가 달라 환승 할인을 적용받기 힘들다. 준공영제 적자보전 지원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택시지원법 절충안 될 수 있나
이에 정부는 절충안으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 이른바 택시지원법을 추진했다.
택시업계가 택시법을 포기하면 택시지원법을 통해 택시업계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갈등의 핵심인 ‘버스에 준하는 정부지원’은 불가하나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택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에는 택시업계 구조조정, 경영개선을 위한 감차 지원, 친환경 차량 대체,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시설, 장비 지원 등을 보장하고 있다. 먼저 택시 운전자의 복지 개선을 위해 운수종사자 복지기금 설치 근거와 유류비 등 운전자 전가 금지, 운전자의 장시간 근로방지 등을 명문화했다. 유류비 등을 택시기사에 전가하는 택시업계의 관행을 막고 다른 운수종사자 대비 근무조건이 열악한 법인 택시기사를 위한 복지기금을 만들어 건강검진과 자녀교육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복지기금은 개인과 단체, 법인 출연금, 기금운용 수익금으로 조성된다.
또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택시 공급과잉 문제도 해결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 택시 25만 대 중 20%에 달하는 5만대가 공급과잉 상태인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감차를 유도할 작정이다. 이를 위해 택시지원법에 총량제와 구조조정 규정을 담았다. 구조조정은 사업구역별 적정 공급 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경영 평가, 서비스 평가, 행정처분 합리화 등을 통해 이뤄진다. 총량제는 5년에 한 번씩 실태조사를 그 결과에 따라 총량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구역별로 적정 공급규모 초과 시 면허 양도와 양수, 상속을 제한하게 된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한 관계자는 “택시지원법은 택시업계 종사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부당요금 징수 금지, 성범죄자 택시 운행 금지 등 이용자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세특혜제한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동차 취득세, LPG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도 감면하기로 했다. 지원법을 추진한 국토해양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갖고 택시회사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영차고지 설립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필요에 따라 그린벨트의 일부를 해제하거나 차고지 건설비용의 최대 30%를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택시법은 지난 1월1일 여야의원 222명이 찬성하며 통과된 바있어 국회에서 재의결 될 가능성도 높다. 국회에서 재의결 될 경우 5일 이내에 자동으로 공포, 시행된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통합당은 택시법과 관련한 정부의 법안 등에 대해 검토를 거쳐 당론을 결정키로 했다. 무조건적 재의결 추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안을 내놓거나 택시업계의 입장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이 같은 입장변화에는 ‘택시법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인식한 인기 영합주의인 표퓰리즘이 아니었냐’는 논란을 비롯한 여론 악화 등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 65% 대통령의 거부권에 찬성해
이런 가운데 KBS가 지난 달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5%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관해 찬성이 65.2%, 반대 23.9%, 모름이 10.9%로 찬성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반대가 60.2%, 찬성이 29.8%, 모름이 10.0%로 반대의견이 많았다. 택시법을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21%에 그친데 반해 정부의 대체입법인 택시지원법을 처리해야한다는 의견은 70.2%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관 두잇 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택시를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이들은 22.1%인데 반해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65.8%에 달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는 비싼 요금을 꼽았다.
택시법이 택시업계와 정부의 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택시업계는 대중교통과 개인교통수단을 나누기 보다는 공공과 개별 교통수단으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승객은 최대 4명이지만 이용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공공교통수단으로 파악해야 하며, 실제 영국,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대중교통의 개념 대신 공공교통 개념을 채택해 택시도 공공교통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송 분담률에 있어서도 정부가 주장한 택시 수송 분담률 9%는 허구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밝힌 9%에는 자가용(36%)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택시의 수송분담량은 25~29%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택시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한 1월22일 택시업계주요관계자들은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 모여 국회 재의결이 안 될 경우 1월30일부터 지역별로 하루씩 택시 운영을 중단하고, 2월20일부터는 무기한 운행중단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택시가 대중교통이라는데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택시법이 국회에서 재의결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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