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칼럼] 빛 좋은 개살구, 부산시의 275억 원짜리 세대공유캠퍼스
“세대통합·청년 일자리… 정책 목표만 거창하고 실질적 성과는 불분명” “대학 유휴공간 활용이 275억 원 투입할 만큼 타당한가…
고령화와 세대 간 단절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어르신에게는 배움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청년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세대 간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적 취지를 내세우더라도 막대한 시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세대공유캠퍼스, 이른바 하하캠퍼스 조성사업은 대학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시니어 평생교육과 세대 간 교류, 청년 일자리 창출, 에이지테크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74억 9100만 원에 이른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이 정도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단순히 공간을 조성하고 몇 가지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부산의 복지와 산업, 일자리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선 사업의 존재 이유부터 분명해야 한다. 시니어 평생교육은 기존 평생교육기관과 노인복지시설에서도 추진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 창출은 일자리 지원기관이 담당하고 있으며, 세대 간 교류 역시 복지기관과 지역공동체 사업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굳이 대학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별도의 대규모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사업과 차별화되는 하하캠퍼스만의 독자적인 기능과 추가적인 정책효과가 무엇인지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사업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포장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유휴시설을 활용한다는 점도 경제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빈 공간을 활용하더라도 리모델링과 장비 구입, 운영인력 확보, 프로그램 개발, 시설 유지관리에는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초기 시설 조성비뿐 아니라 향후 매년 발생할 운영비와 재정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설을 만들어 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시민이 실제로 이용하고, 그 공간이 지속적으로 제 기능을 하는가이다. 이용률이 저조하고 참여자가 줄어든다면 275억 원에 가까운 예산은 시민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유지관리비만 남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사업의 핵심 가치인 세대통합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시니어에게는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청년에게는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해서 세대통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건물에 서로 다른 세대가 드나드는 것만으로 세대 간 벽이 허물어지지는 않는다. 서로 배우고 협력하며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참여하는 활동은 얼마나 되는지, 세대 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교류가 지속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니어 프로그램 따로, 청년 프로그램 따로 운영하면서 이름만 세대공유캠퍼스라고 붙인다면 사업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청년 일자리 창출 역시 교육 참여자 수나 프로그램 수료자 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육을 받은 청년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었는지, 취업 이후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지, 부산에 정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단기적인 사업 운영인력이나 일시적인 보조인력을 일자리 성과로 부풀려서는 안 된다.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질적인 취업자 수와 고용유지율, 임금 수준, 지역기업과의 채용 연계 실적을 통해 사업의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에이지테크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고령화에 대응하는 기술과 산업은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돌봄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등은 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산업 분야다. 그러나 실증거점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만든다고 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참여기업과 연구기관은 확보돼 있는지, 실제로 실증할 기술과 제품은 무엇인지, 실증 이후 상용화와 사업화, 투자유치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성장과 매출, 신규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에이지테크는 사업의 외형을 키우기 위한 또 하나의 그럴듯한 수식어에 머물 수 있다. 사회복지사업의 부속 프로그램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부산의 산업정책 및 청년고용 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기존 사업의 성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권별·권역별 거점 확대까지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사업의 성과가 미흡하다면 먼저 원인을 분석하고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순서다. 이용률과 시민 만족도, 이용자 1인당 투입 예산, 연간 운영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을 권역별로 늘리는 것은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재정 부담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업을 확대하기 전에 기존 거점부터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좋은 정책은 거창한 이름이나 큰 규모의 시설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실제로 혜택을 받고, 청년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며, 세대 간 관계가 달라지고, 지역기업이 성장하는 결과로 증명돼야 한다. 객관적인 검증 결과 사업의 실효성이 없거나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단순한 보완이나 사업 축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 중단이나 전면 철회까지 과감하게 검토해야 한다.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정책이 아니고, 캠퍼스를 늘리는 것이 성과도 아니다. 275억 원이라는 시민의 세금이 시민의 삶을 바꾸는 투자인지, 아니면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또 하나의 공간 조성사업인지, 부산시는 말이 아닌 구체적인 성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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