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코인 거래 한 번만 해도 자산정보 매달 보고…127만명 개인정보 수집 논란
- 한국은행, 12월부터 가상자산 해외 이전거래 감시 강화…주민등록번호·보유잔액까지 보고 대상 - 박수영 의원 “불법 외환거래 방지 취지 넘어선 과도한 정보 수집”…개인정보 보호와 금융감독 실효성 쟁점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시사매거진= 주성진 기자] 해외로 가상자산을 단 한 차례라도 이전한 이력이 있는 투자자의 개인정보와 국내 가상자산 보유잔액을 매월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거래 규모나 위법 여부와 관계없이 광범위한 개인정보와 금융자산 현황을 수집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가상자산 이전업자 대상 외환전산망 보고업무 편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국경 간 가상자산 이동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거래정보 보고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2월 3일 시행 예정인 개정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것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와 자금의 해외 유출 등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전달한 업무편람에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해외 이전거래 내역을 매일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거래소는 당일 완료된 가상자산 유출입 거래에 대해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한국은행에 관련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 항목에는 송금인과 수취인의 신상정보, 주민등록번호, 거래 내역 등이 포함된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거래가 발생한 시점뿐 아니라 이용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까지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조항이다.
편람에 따르면 2024년 7월 19일 이후 해외 가상자산 이전거래가 한 차례라도 발생한 이용자는 월별 잔액보고 대상에 포함된다. 보고 범위에는 현재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휴면계정은 물론 거래지원이 종료된 가상자산과 스테이킹을 통해 예치된 자산까지 포함된다.
해외 이전거래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잔액까지 지속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한국은행에 집계된 정보를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불법 외환거래 조사와 금융거래 감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보고 대상에 포함되는 이용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19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거래 이력이 확인된 이용자는 총 127만2878명에 달한다.
이는 해외 가상자산 이전거래 경험이 있는 상당수 이용자가 새로운 정보 수집 체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해외 이전거래 경험만으로 개인의 자산과 거래정보 전반을 수집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 번이라도 해외 이전거래를 이용했다고 가상자산 이용자의 모든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행위”라며 “가상자산 과세에 더해 과도하게 개인정보와 자산, 거래내역을 수집할 경우 관련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하고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성은 있지만, 정상적인 거래를 진행한 일반 투자자까지 폭넓게 감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민등록번호와 가상자산 보유잔액은 개인의 신원과 재산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라는 점에서 수집 목적과 범위, 보관 기간,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통제 장치가 요구된다.
이번 보고 체계가 시행될 경우 가상자산거래소의 정보 제출 의무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거래소의 관련 시스템 구축과 개인정보 관리 부담, 이용자의 정보보호 문제 등이 추가적인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제도의 핵심은 불법 외환거래 감시라는 정책적 필요성과 개인의 금융정보 보호 사이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가상자산 거래정보 보고 체계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보고 대상과 수집 항목의 적정성은 물론 개인정보 오남용을 방지할 구체적인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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