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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빈낙도(盞空樂道), 술 안 먹는 요즘 세대, 무슨 낙으로 사나

[시사매거진=박재아 기자] 금요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사장은 한숨을 내쉰다. 평소라면 직장인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대에 테이블 절반이 비어 있다. 네이버 지도에는 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고 나와 있지만, 10시가 지나면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11시 즈음이면 슬그머니 문을 닫는다. "세상에, 요즘 젊은 애들은 맥주 대신 콤부차를 마신다니까요." 이 가게의 술과 안주가 맛없어서가 아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다. 맨정신 즐기는 '소버 라이프' 유행미국 갤럽(Gallup)이 2025년 7월 발표한

[시사매거진=박재아 기자]  금요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사장은 한숨을 내쉰다. 평소라면 직장인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대에 테이블 절반이 비어 있다. 네이버 지도에는 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고 나와 있지만, 10시가 지나면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11시 즈음이면 슬그머니 문을 닫는다. "세상에, 요즘 젊은 애들은 맥주 대신 콤부차를 마신다니까요." 이 가게의 술과 안주가 맛없어서가 아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다.

요즘은 밤 10시만 되어도 거리가 텅빈다. (사진_Unplash)
요즘은 밤 10시만 되어도 거리가 텅빈다. (사진_Unplash)

맨정신 즐기는 '소버 라이프' 유행
미국 갤럽(Gallup)이 2025년 7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54%만이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193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23년 62%에서 불과 2년 만에 8퍼센트포인트나 급락했다. 18세에서 34세 사이 젊은층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2023년 59%였던 음주율이 2025년 50%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주류시장조사기관(IWSR)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알코올 소비량이 1% 감소했다. 미국은 3%, 중국은 5%나 줄었다. 세계 최대 주류 시장 두 곳에서 동시에 벌어진 현상이다.

술보다는 대화와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모임을 갖는 이들이 늘었다.  (사진_Unplash)
술보다는 대화와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모임을 갖는 이들이 늘었다.  (사진_Unplash)

거대한 손실, 쩔쩔매는 주류 제국들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아베인베브(AB InBev)의 2025년 2분기 유기적 판매량이 1.9% 감소했다.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이었다. 브라질과 중국에서의 매출은 각각 9%와 7.4% 급감했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기업도 시장 변화의 파도를 피할 수 없었다. 
영국의 주류 대기업 디아지오(Diageo)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28%에서 35% 사이로 곤두박질쳤다. 조니 워커, 기네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유명한 이 회사의 주가는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아사히그룹도 2025년 상반기 핵심 영업이익이 3.2% 감소하며 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다양한 술들  (사진_Unplash)
다양한 술들  (사진_Unplash)

건강이라는 새로운 신앙
이 변화의 중심에는 건강에 대한 인식 전환이 자리한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제 적당한 음주조차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수십 년 동안 '적당한 음주는 몸에 좋다'는 통념이 지배했던 것과 정반대다. 
젊은 세대는 특히 민감하다. 이들에게 술은 더 이상 사교의 필수품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건강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금주를 권하는 영상에 순수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웰빙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알코올 없는 모임을 당연하게 여긴다.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2024년 전 세계적으로 23% 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모임에 술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사진_Unplash)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모임에 술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사진_Unplash)

기왕 마신다면 좋은 술로, 무알콜도 why not!
주류업계는 양적 성장의 한계를 질적 성장으로 돌파하려 애쓴다. 전체 소비량은 줄어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늘고 있다. 2024년 슈퍼프리미엄 맥주는 2% 성장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마실 때는 더 좋은 것을 찾는다는 의미다. 
아베인베브가 '코로나 제로' 같은 무알코올 브랜드로 수익 성장을 이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알코올 음료 대신 건강을 의식한 대체 상품으로 활로를 모색한다.

획일화된 주류 문화가 사라지는 중이다. 취향에 맞게, 도수는 낮게 마신다.  (사진_Unplash)
획일화된 주류 문화가 사라지는 중이다. 취향에 맞게, 도수는 낮게 마신다.  (사진_Unplash)

맨정신이 궁금해!
이런 변화는 주류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술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관습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회식 문화, 비즈니스 접대, 친목 모임의 형태가 모두 변화를 겪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MZ세대 사이에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즉 의도적으로 술을 끊거나 줄이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중이다. 술 취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영어 단어 소버와 궁금한이란 뜻의 큐리어스를 합친 말로, 술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을 의미한다. 소버 큐리어스를 실천하는 MZ세대들은 "맑은 정신으로 깨는 아침과 건강한 몸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술 없는 모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카페나 체험 공간에서 만남을 갖는다.

데이트도 게임이나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늘었다.  (사진_Unplash)
데이트도 게임이나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늘었다.  (사진_Unplash)

맨정신이 궁금해!
이런 변화는 주류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술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관습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회식 문화, 비즈니스 접대, 친목 모임의 형태가 모두 변화를 겪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MZ세대 사이에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즉 의도적으로 술을 끊거나 줄이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중이다. 술 취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영어 단어 소버와 궁금한이란 뜻의 큐리어스를 합친 말로, 술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을 의미한다. 소버 큐리어스를 실천하는 MZ세대들은 "맑은 정신으로 깨는 아침과 건강한 몸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술 없는 모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카페나 체험 공간에서 만남을 갖는다.

(사진_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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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도 심화된다. 선배가 후배에게 "술 한잔하자"고 제안했을 때 정중히 거절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던 멘토링과 경험 전수의 통로가 막힌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전국 곳곳의 소규모 주점들이 문을 닫고,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특히 코로나19로 이미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사진_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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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물론 건강한 결정
하지만 금주 트렌드가 가져오는 긍정적 변화들도 상당하다.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알코올 관련 질병, 교통사고, 가정 폭력 등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건강 개선과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 것도 쉽게 예상된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술자리에 쓰이던 돈이 피트니스, 카페, 문화 체험, 여행 등 다른 분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산업 성장을 견인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음주 중심이 아닌 조직 문화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포용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종교적 이유나 개인적 신념으로 음주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사회적 모임에서 소외되지 않는 환경이 형성된다. 술에 의존하지 않는 소통 방식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맑은 잔에 담긴 상쾌하지만 씁쓸한 맛
빈 잔은 사회 변화의 새로운 단면이다. 이 변화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균형있게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변화는 언제나 호불호, 득과 실이 동반한다. 술 없는 세대는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았을지 몰라도, 술잔을 기울이며 다 기억나지도 않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나눴던 숱한 이야기들과 끊이지 않던 웃음이 사라지는게, 나는 좀 아쉽다. 

(사진_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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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lobal shift toward sobriety is transforming social and economic landscapes, with US Gallup data showing only 54% of American adults drinking alcohol in 2025—the lowest rate since tracking began in 1939, dropping from 62% in 2023, while young adults aged 18-34 saw an even sharper decline from 59% to 50%. This trend extends worldwide, with global alcohol consumption falling 1% in 2024, hitting major industry players like AB InBev (1.9% sales decline), Diageo (28-35% profit drop), and Asahi Group (3.2% profit decrease), as health-conscious younger generations embrace the "sober curious" movement, prioritizing wellness over traditional drinking culture. While this shift brings significant benefits including reduced alcohol-related diseases, traffic accidents, and domestic violence, along with increased inclusivity for non-drinkers and economic growth in fitness, café, and cultural experience sectors, it also threatens traditional social bonding mechanisms, particularly in hierarchical societies like Korea where drinking facilitated informal communication between colleagues of different ranks, creating generational divides and economic hardship for bars and restaurants already struggling from COVID-19 impacts. The article concludes with mixed feelings about this transformation, acknowledging that while the new generation may find vitality in clear minds and healthy bodies, there's a nostalgic loss for the spontaneous conversations and laughter shared over drinks, even if not fully remembered the nex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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