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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 우리 시대의 '올바름'은 무엇일까?
최근 대통령의 '영부인 방탄' 논란을 놓고 또 한 번 정치권이 격량에 휩싸인 가운데 대통령의 판단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야당이 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이 한차례 있었던 가운데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가 전원 교체된 데 대해 "김건희 여사 방탄용 물갈이"라는 비판에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말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주장이 그것이다.“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냐”며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
최근 대통령의 '영부인 방탄' 논란을 놓고 또 한 번 정치권이 격량에 휩싸인 가운데 대통령의 판단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야당이 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이 한차례 있었던 가운데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가 전원 교체된 데 대해 "김건희 여사 방탄용 물갈이"라는 비판에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말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주장이 그것이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냐”며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자기 여자를 제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냐”고 말하는 홍시장의 논리는 정의로운가? 아니면 한 야권 인사의 말대로 "비뚤어진 영부인 사랑"에 불과한 것인가?
김건희 여사의 혐의사실과 검찰 인사의 진위 여부를 떠나 아내와 가족을 보호하려는 대통령의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여기서 김 여사의 혐의사실의 진위 여부나 특검의 절차나 효용성 여부는 논외로 하기로 한다. 오로지 '가족의 보호' 그 자체가 공적 행위에 있어 '도덕적으로 정당한 행위'인지에 대해서만 따져보자.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지난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밝힌 데 대해 여권이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버킷리스트 챌린지"라고 비판하며 단독 외유라고 비꼰 정치권의 날 선 공방 또한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무엇이 올바른 것일까?
서양사상의 원조 격인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정의, 즉 '올바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파한 적이 있다. 잘 알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오류를 지적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하루는 제자가 찾아와 '노예를 죽인 자신의 아버지를 살인자로 관청에 고발했다'며 자신의 행동이 정당한 것인가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의 행동이 정의로운 것이며 한 치도 올바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올바름은 때와 장소,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하며 비록 살인자가 아버지라도 범죄자를 고발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라는 논리이다.
반면에 동시대를 같이 살았던 공자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논어의 자로 편에, 섭공이 "우리 마을에 '곧은 사람直躬'이 있는데 아버지가 양을 훔치면 관가에 고발합니다" 그런데 공자는 이를 칭찬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마을의 곧은 사람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숨겨 주고, 아들은 아버지의 잘못을 숨겨 줍니다. 곧음은 그 안에 있습니다"
아버지가 이웃의 양을 훔쳤다면 아들은 아버지를 숨겨줘야 하는가, 고발해야 하는가? 아버지를 고발해야 행실이 곧은 사람이라는 섭공(葉公)의 주장에 맞서 공자는 아버지를 보호하는 것이 올바름을 행하는 길이라고 답했다.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자의 주장은 공동체에서 도덕적 행동의 주체인 사람이 지켜야 할 '정의'란 '인륜'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며, 가족에 대한 사랑과 효의 도덕적 우선성이 사회와 공동체 정의의 토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동서양 최고의 사상가로 불리는 두 성현의 정의관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띄고 있다. 하지만 인정을 중시 여기던 전통사회에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정의의 관념 또한 '공정성'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화돼 왔다.
근대 정의론의 정점이라 불리는 롤스의 정의관은 한마디로 '평등'과 '공정성'이 그 핵심이다. 특히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는 롤스의 정의관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슬로건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대통령의 '방탄'은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는 오해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법을 총괄하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특검 거부권 행사와 수사 검찰의 인사 자체가 공정성 시비를 부르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륜을 벗어난 정의란 무의미하며 오히려 인륜과 인간관계를 근본으로 여기는 것이 정의라고 강조하는 공자의 말씀을 따른다면 대통령의 '영부인 방어'를 누가 따져 물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아직 혐의 자체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말이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방탄' 논란을 겪으며 한 국가의 수장이라는 공직자의 위치와 동시에 한 가정의 남편이라는 가장의 위치 사이에서 이 시대 정의란 무엇이며, 올바름을 행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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