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금기 동굴에서 보내는 ‘은둔 청년’ 급증
日 ‘8050 리스크’ 문제, 韓에도 부상 고립 청년 서울에만 최대 12만 9000명, 전국 61만 명 추정 루저(loser) 낙인 찍는 사회적 인식, 경쟁으로 인한 번아웃(burnout) 원인
[시사매거진 296호]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나라에서 정한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 백수를 일컫는다.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고용정책 사각지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0월 월평균 국내 15∼29세 니트족은 158만 5000명으로 추정됐다. 해당 연령 인구가 970만 5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16.3%, 즉 다섯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니트족인 셈이다.니트족에서 은둔형 외톨이로일하지
[시사매거진 296호]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나라에서 정한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 백수를 일컫는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고용정책 사각지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0월 월평균 국내 15∼29세 니트족은 158만 5000명으로 추정됐다.
해당 연령 인구가 970만 5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16.3%, 즉 다섯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니트족인 셈이다.
니트족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들은 구직활동을 거부할 뿐, 대인관계를 맺으면서 각종 사회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은둔형 외톨이와 차이가 있다.
다만 니트족으로 지내던 사람이 인간관계를 끊어버리면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은둔 청년의 전(前) 단계가 니트인 셈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니트족과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숫자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니트족이 증가하면서 은둔 청년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히키코모리 못 잡은 日, 8050 리스크 떠안아
일본에는 ‘8050 리스크’라는 말이 있다. 이는 80세 노인이 된 부모가 히키코모리 50대 자녀를 먹여 살리는 사회 문제를 표현한 말이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가 급증한 건 베이비부머 격인 ‘단카이 세대’의 자식 세대가 사회 진출할 시기와 취업 빙하 시기와 겹치면서다. 당시 20~30대였던 히키코모리들은 이제 40~50대 중장년이 됐다. 이 문제는 심각성은 한 번 히키코모리가 되면, 다시 사회 진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2016년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청년생활 조사’ 자료에 따르면 15~39세 히키코모리는 약 56만 명, 2019년 발표한 ‘생활 상황 조사’ 자료에서 40~64세 히키코모리는 약 61만 명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 결과를 합치면 대략 100만 명이 넘는 히키코모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 시기인 청년층에 히키코모리가 되면, 사회활동이 가능한 모든 시기를 은둔형 외톨이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00명 중 1명은 1년 이상 심각한 은둔 상태
우리나라는 다양한 사회문제에서 일본의 수순을 그대로 밟아가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 문제가 그러하고,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그러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만 18~34세 청년 20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5.1%의 청년들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출산을 이유로 외출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비율은 전체의 1.9%였다.
100명 중 2명이 은둔 청년이란 의미다. 연구원은 이들 중 절반은 1년 이상 집밖을 나가지 않는 심각한 은둔 상태로 추정했다.
청년층 정신건강 적신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17만 7166명으로 2017년(7만 8016명)보다 127.1% 급증했다. 불안장애 환자도 같은 기간 5만 9080명에서 11만 351명으로 86.8% 늘었다.
우울증·불안장애 환자가 많아지면 자살률도 따라서 높아진다. 국내 자살률은 2011년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 추세인데, 10~20대만 반대로 늘고 있다. 2017~2021년 10대 자살률은 4.7명(10만 명당)에서 7.1명, 20대는 16.4명에서 23.5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20대는 전체 사망 원인의 56.8%가 자살일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 정신건강 적신호’는 비단 정신질환이나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청년층 전반에서 삶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정적 정서가 팽배해 있다.
서울연구원의 시민행복도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의 건강·사회생활 등 5개 부문의 행복지수 모두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7~2020년 건강은 7.7→7.2, 친구관계는 7.3→6.7, 사회생활은 7.3→6.4로 떨어졌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센터장은 “최근 몇 년 새 20대의 행복도가 급격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취업난과 사회적 인식 주원인
서울시는 지난해 5~12월까지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1월 18일 발표했다. (서울시 거주 만 19~39세 청년 5513명 및 청년 거주 5221 가구 대상)
조사 결과 서울에서만 예상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4.5%로, 최대 12만 9000명으로 추정됐다. 이를 전국 청년 대상으로 넓힐 경우 약 61만 명에 달한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고립이나 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45.5%), 심리적 또는 정신적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년은 성인기 전후에 힘든 일을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이 있었다고 답했다.
성인기 이후에는, 취업 실패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64.6%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다고 답했고, 60.7%는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고립·은둔 생활 지속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이 28.1%로 가장 많았지만, 3년 이상∼5년 미만도 16.7%나 됐다. 10년 이상도 11.5%였다.
전문가들은 초경쟁 사회에서 좋은 직장을 갖지 않으면 패배자로 낙인찍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청년들이 실패 경험을 견디기 어려워한다고 지적하면서, 1인 가구가 많은 청년층의 고립이 장기화될 경우 고독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청년세대를 덮친 고독사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는 2017년 63명에서 2020년 102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2017~2020년 증가율은 6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무연고 사망자는 2008명(2017년)에서 3052명(2020년)으로 52% 증가했는데, 40세 미만의 증가세가 훨씬 빠른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청년층 숫자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무연고 사망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 중 40세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46.8%에서 2020년 44%로 되려 감소했다.
실제로 무연고 청년들이 사망 후 뒤늦게 발견됐다는 보도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재작년 대전의 한 원룸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방에는 성인 남성 허리 높이만큼의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쓰레기들 사이에는 토익 교재를 비롯해 ‘2주 완성 면접대비’, ‘기업 인적성시험 기출문제’ 등 취업 관련 서적과 취직하려던 회사에 제출하려 했는지 주민등록등본 이 뒤엉켜 있다.
같은 해 12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발견 당시 시신은 사망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5월에는 제주 렌터카에서 숨져있는 20대 여성이 수개월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은둔 청춘, 문제 진단과 해소·방안 모색을 위한 노력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광주시, 전남도, 부산시, 광주 남·동구, 서울 노원·은평구, 경북 안동시 등 8개 광역·기초 단체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 또는 재활 촉진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 제주도, 서울 성동·성북·양천구, 대전 서구,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등 8곳은 고립 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사회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안도 중요하지만, 대체로 사회서비스 예산은 매칭이므로 재정자주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중앙정부의 70% 가까운 국비 지원은 큰 힘이 된다.
따라서 국회에서 은둔형 외톨이 입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관련 부처는 예산을 편성할 것이고, 법률 제정에 의해 조례 제정이 증가해 법률적 근거와 예산 편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면 비로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 사회문제 해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청년층의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직결된다. 가뜩이나 저조한 출산율에 은둔 청년 문제까지 더 해져, 국가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웅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힘내라고 노력만 요구할 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들이 공동체로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여호수 기자 lake7754@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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