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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박지현이 쏘아 올린 민주당의 쇄신

문자폭탄 맞은 ‘586 용퇴론’

[시사매거진288호] 작년까지만 해도 박지현이란 20대 여성 정치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박지현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처음 이름을 알리더니, 불과 넉 달만에 ‘박지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유명해졌다. 하지만 청년 박지현이 주목받은 이유는 26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높은 직위(당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이 아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

[시사매거진288호] 작년까지만 해도 박지현이란 20대 여성 정치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박지현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처음 이름을 알리더니, 불과 넉 달만에 ‘박지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유명해졌다. 하지만 청년 박지현이 주목받은 이유는 26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높은 직위(당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이 아니다.

(사진출처_국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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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면서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며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부르는 세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킨, 가슴 뛰던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유세 현장에서)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고 아픈 소리도 들었다. 정말 면목이 없다”며 깊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 염치 없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린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시면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 자리에만 목숨 거는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후보들에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더 깊은 민주주의, 더 넓은 평등을 위해 타오르는 불꽃이 돼 나아가겠다. 저희에게 기회를 달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겠다. 청년 정치 육성·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유능한 청년 정치인을 발굴하겠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이 되겠다. 기후 위기 대응, 사회적 불평등 해소, 연금개혁 등 다음 세대를 위한 당면 과제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이 되겠다”며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만들겠다는 약속, 지키겠다”고 말했다.

(사진출처_국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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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부딪힌 민주당의 투톱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팬덤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라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실지 걱정이 됐다”라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대선 때 2선 후퇴를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 김영춘 전 장관님 최재성 전 의원님 밖에 없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어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라며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출마도 약속대로 금지해야 한다”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당내 윤리심판원이 지선 전에 (최강욱) 징계 절차를 마치라는, 비대위원장의 요청에도 선거가 끝난 뒤인 6월 20일에 차기 회의를 개최한다고 결정했다”라며 “우리 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당이 그렇게 고통을 겪었는데도, 또 이렇게 미루고 있다. 이제 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비대위의 비상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최강욱 의원의 징계 절차를 합당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온정주의와 결별하고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만이 민주당이 쇄신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열세를 만회하려면 읍소전략 밖에 없다. 서울, 경기, 인천 시도지사 후보와 선대위원장이 공동으로, 반성과 성찰, 당 개혁과 쇄신 방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채택하고 국민 앞에 발표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지방선거 이후 당 쇄신에 대한 대국민 서약을 해야 한다”라며 “단지 지방선거 승리뿐만 아니라 우리 당과 우리 정치의 변화를 위해,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 윤호중 위원장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그 뒤 회의장에선 고성이 새어 나왔다. 윤 위원장은 “앞으로 비대위 공개회의를 안하겠다.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다”며 책상을 쾅 내리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에 박 위원장이 “(지난 23일) 봉하에 다녀와서 느낀 게 없나. 노무현 정신은 어디 갔냐”고 응수하자 박홍근 원내대표도 “여기가 개인 자격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냐”며 회의장을 떠났다고 한다. 박 위원장 또한 박 원내대표를 향해 “그럼 저를 왜 여기다 앉혀놨냐”고 반박한 뒤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_박지현)
(사진출처_박지현)

박 위원장의 사과

박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더 넓은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달게 받겠습니다.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위원장께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강욱 의원 징계와 평등법 제정, 검찰개혁 입법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비롯해, 공식적인 회의에서 제가 제기한 사안들이 매번 묻히는 것을 보면서, 국민께 직접 사과하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는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선거 승리와 쇄신을 위해, 윤 위원장님과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싶다”고 말했다.

586 용퇴에 대해서는 “586용퇴론은 대선 때 이미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다. 586은 다 물러가라는 것도 아니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586 후보들은 사퇴하라는 주장도 아니다”라며 “혁신을 막거나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586은 물러나고, 남아 있는 586도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톱’의 갈등 봉합

윤호중·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최근 당 비대위가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의 후보 여러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8시부터 2시간 가량 비공개 긴급 비상대책위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다음날인 29일에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28일) 우리 당 지도부가 제가 제안했던 ‘5대 혁신안’을 모두 수용했다”며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혁신안을 수용해 주신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님과 비대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아울러 당의 혁신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마음 졸였을 우리 당 후보들께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당의 역량을 총 동원해 한마음 한뜻으로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안희정 부친상에 화환을 보낸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사를 구분 못한다 비판하고, 조국·정경심 부부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으며, 민주당이 총력을 다해 추진하던 ‘검수완박’에 “과연 국민의 최고 관심사인가” 쓴소리를 했다.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에 대해서는 “당이 성폭력 사건으로 고통을 겪었는데도 (징계를) 미룬다” 개탄했고,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586 정치인은 용퇴해야 한다”고 몰아쳤다.

박 위원장의 586세대 사퇴 촉구는 ‘민주당의 역린을 건드렸다’, ‘쇄신의 포문을 열었다’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26세의 젊은 청년은 갈등 상황에서 “문자폭탄도 맞아봤다. 하루에 만 통이 오더라. 안타깝고 속상했다”며 그간의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왜 급락하고 국민이 싸늘한 시선으로 당을 바라보는지 당 지도부만 모르는 것 같다. 선거 후 쇄신을 실천할 민주적 구조를 만든다고 했지만,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진정한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쇄신의 과정에 박 위원장과의 동행은 미지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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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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