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 전자담배도 ‘담배’로…가격·유통·규제 전면 개편
세금 부과로 가격 3만 원대 상승 전망 온라인 판매 금지·금연구역 단속 강화…지자체 금연 정책도 확대
[시사매거진 신혜영 기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지난 4월 24일부터 법적으로 ‘담배’에 포함되면서 가격과 유통, 표시 기준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제품군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소비자와 업계 모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을 통해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 중심에서 ‘니코틴(천연·합성 포함)’ 전반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 궐련과 동일한 법적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담배 규제는 담배사업법이 정의한 담배에 한해 적용됐다. 기존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담배로 규정했는데, 이 때문에 연초 잎 대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질병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최근 한 달 동안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 있는 비율은 3.8%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반담배 흡연율은 2013년 23.2%에서 2024년 15.9%로 감소하고 있다.
이번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금연구역 내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동안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구역에서 사용하다가 적발되더라도 과태료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24일부터는 동일하게 처벌될 전망이다.
세금 부과로 가격 ‘3만 원대’ 진입
가격 변화는 가장 즉각적인 영향으로 꼽힌다.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관리됨에 따라 제품 반출 시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각종 제세부담금이 부과된다.
제세부담금은 1㎖당 약 1823원 수준으로, 구체적으로는 지방세 중 담배소비세 628원, 지방교육세 276원이다. 나머지 개별소비세 370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525원, 폐기물부담금이 24원이다. 30㎖ 제품 기준으로 보면 세금만 약 5만 4000원 수준이다.
다만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폐기물부담금을 제외한 주요 세목에 대해 2028년 4월 23일까지 한시적으로 50% 감면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0㎖ 기준으로 약 2만 7000원 수준의 가격 인상이 예상되며, 기존 1만 원대 제품 가격은 3만 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판매 금지…경고 표시·성분 공개 의무화
유통 구조도 크게 달라진다. 기존에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전면 금지된다.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반드시 지정된 오프라인 소매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소매 단계에서도 규제가 강화돼 담배를 판매하려면 시·군·구청장으로부터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아야 하며, 온라인 판매와 미성년자 대상 판매, 판촉 행위 등은 금지된다. 제품을 개봉해 다른 물질을 첨가하는 등 내용물을 변경해 재판매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기존 합성니코틴 제품 판매자의 경우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 보호를 고려해 담배소매인 지정 요건 중 50m 거리 제한 규정을 2년간 유예한다.
또 제조 및 수입 단계에서의 허가·등록이 의무화되면서 시장 진입 요건 역시 강화됐다.
제품 관리 기준도 한층 엄격해졌다. 모든 제품에는 경고문구와 경고 그림이 의무적으로 표시되며, 니코틴 용량 등 성분 정보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 대상 판매와 판촉 행위는 전면 금지되며, 정기적인 유해성분 검사도 도입된다. 금연구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사용이 제한된다.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유사니코틴’ 제품에 대해서도 관리 수위를 높인다.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유해성 평가를 추진하고, 필요 시 추가적인 안전조치와 제도 대응방안을 검토한다.
두 달간 계도 기간…현장 혼선 최소화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오는 6월 23일까지 계도 기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에는 담배사업법 시행일 이후 제조장에서 반출하거나 수입신고한 제품에 대해 소매점을 대상으로 담배 규제사항 준수를 안내해야 한다. 담배자판기 설치 위치 및 성인인증장치 부착 기준, 소매점 외부에 광고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광고 전시·부착 금지 등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소 외에는 담배자동판매기를 설치해 담배를 판매해서는 안 되며 이 경우 성인인증장치를 부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기존 재고 제품과 신규 과세 제품 간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식별표시 제도도 도입됐다. 24일 이후 제조·수입된 제품에는 포장지 앞면과 개봉부에 관련 문구를 인쇄하도록 해 기존 제품과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허승철 재경부 국고실 국고정책관은 4월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배경브리핑에서 “법 시행 전·후 제품을 소비자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식별표시 제도를 도입했고, 관련 고시는 이미 4월 17일 제정됐다”며 “현재 재고 물량은 기존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판매 전 유해성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최소한의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 중이며, 검사 결과는 보건당국과 공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전국 지자체 금연 단속·지원 강화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이 단속과 금연 지원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행일부터 3주간(4월24일~5월15일)은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과 담배소매인 지정 전자담배 판매점을 대상으로 법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이를 위해 시는 시·구 합동점검반 16개반 32명을 꾸려 현장 중심 점검을 벌인다. 전자담배 및 유해약물 판매 여부, 무인 전자담배 판매기의 성인인증장치 부착 여부, 청소년 판매금지 표시 부착 여부 등도 중점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손목닥터9988’을 활용한 금연 지원도 강화한다. 앱 내 ‘내 손안에 금연클리닉’을 통해 가까운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과 신청이 가능하며, 전문 상담사의 금연 상담과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는 4월 23일부터 테헤란로 동·서측 신규 금연거리 단속을 시작했다. 이번 단속 대상은 테헤란로 일대 2개 구간이다. 동측 인도는 선릉역 2번 출구부터 포스코사거리까지 700m, 서측 인도는 캠브리지빌딩부터 역삼역 2번 출구까지 685m 구간으로 금연구역 내 흡연이 적발되면 최고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광주시는 ‘담배 없는 금연환경 조성 캠페인 및 집중 점검’을 실시한다. 시는 법 시행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해 5월 15일까지 5개 자치구, 관계기관 등과 합동 점검·단속을 벌이고 담배자동판매기 및 소매점 광고 설치 기준 등을 점검한다. 또 금연 유도를 위해 상담·일산화탄소 측정·니코틴 검사 등이 포함된 금연클리닉을 상시 운영한다.
강원 정선군은 현재 관내 금연구역 1773개소를 대상으로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법 시행에 맞춰 단속 기준을 일원화하고 현장 계도를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법령 개정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해 5월까지를 집중 홍보 및 계도 기간으로 운영하고, 금연구역 안내 표지 정비와 홍보물 배포 등을 통해 주민 인식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군 보건소를 중심으로 금연클리닉 운영과 상담 지원을 지속 추진해 흡연자의 자발적인 금연 실천을 유도하고, 건강한 생활환경 조성에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경남 하동군은 3주간(4월24일~5월15일) 관내 금연 구역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한다. 이번 점검 대상은 국민건강증진법으로 지정된 금연구역 1691곳과 하동군 조례로 지정된 금연구역 349곳이다. 군 보건소는 담당 공무원, 금연상담사, 금연지도원 등으로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점검을 실시한다. 오는 28일 야간에는 경찰과 합동으로 편의점, 식당, 호프집, PC방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주요 점검 내용은 ▲금연구역 표지판 또는 스티커 부착 여부 ▲금연구역 내 흡연(전자담배 등 포함) 행위 여부 ▲담배 소매점 담배 광고 기준 준수사항 여부 등이다.
이번 조치는 국민 건강 보호와 과세 형평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가격 상승과 구매 방식 변화로 인한 소비자 부담, 그리고 규제 강화에 따른 업계의 대응 등은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전반의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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