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수백만 원?”…청년 울리는 ‘고액 알바’의 덫
[시사매거진 신혜영 기자] 최근 ‘고액 알바’를 내세운 범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청년층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과 SNS에서는 ‘하루 50만 원’, ‘짧은 기간에 1주에 1천만 원까지’, ‘자격조건 없음’ 등의 문구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 알바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닌 감금·보이스피싱·마약 운반 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경각심이 요구된다.해외 취업 사기로 목숨 잃은 청년들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
[시사매거진 신혜영 기자] 최근 ‘고액 알바’를 내세운 범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청년층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과 SNS에서는 ‘하루 50만 원’, ‘짧은 기간에 1주에 1천만 원까지’, ‘자격조건 없음’ 등의 문구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 알바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닌 감금·보이스피싱·마약 운반 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경각심이 요구된다.
해외 취업 사기로 목숨 잃은 청년들
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고액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출국했다가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돼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통역·사무보조 업무’라는 제안을 받고 떠났지만, 도착 직후 여권을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피해는 심각하다. 구인·구직 사이트나 SNS에는 여전히 ‘당일지급·고액보장’ 등의 문구가 넘쳐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보이스피싱, 마약 운반, 현금 수거책 등 범죄조직의 말단 역할로 이용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태국에서 유럽으로 마약을 밀반입하려는 동남아 마약조직이 한국인 여행객을 유인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의 경우 동남아와 유럽 간 출입국이 비교적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4명에 달하며, 이들이 운반하다 적발된 마약은 총 410㎏을 넘어섰다. 피해자들은 고액 아르바이트를 해보라는 마약조직원들의 거짓말에 속아 단순한 물품 전달로 알고 가방을 유럽으로 운반하다 적발됐다.
보이스피싱·마약 운반책으로 전락한 청년들
“그냥 돈 심부름인 줄 알았다”
지난 9월, 한 20대 남성은 “하루만 일하면 80만 원”이라는 SNS 게시글을 보고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이용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택배 운반 아르바이트”라며 접근한 조직이 실상은 마약 밀수책 모집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난 8월 21일 부산 북부경찰서는 마약 알선·모집·운반책 역할을 한 A씨 등 20~40대 여성 4명과 20대 남성 1명 등 5명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3~4월 필리핀 세부에서 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케타민과 필로폰을 부산지역 아파트, 등산로 등에 일명 '던지기' 하는 수법으로 운반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는 말에 속아서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를 받아 이 같은 범행에 가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최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고액 알바 모집 광고를 하면서 실제로는 마약운반책을 모집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니 구직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피해 사례를 보면 이모(29) 씨는 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남성으로부터 항공운송 아르바이트 대가로 항공권·호텔 투숙 등을 제공받기로 했다. 이씨는 대마가 든 가방을 태국에서 영국으로 운반하던 중 공항세관에 적발됐으며, 마약 밀반입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태국 여행 도중 파키스탄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으로부터 현금 500유로(약 82만원) 등을 받는 조건으로 의류 가방 운반 아르바이트에 응했다가, 벨기에로 반입하려던 도중 공항에서 적발된 사례도 있다.
국정원은 “속아서 운반했더라도 해당국에서의 사법처리는 불가피한 만큼, 해외에서 물품 운반을 제안받으면 반드시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최근 적발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절반 이상이 처음엔 단순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며 “청년층이 가장 큰 피해 집단”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고액 알바’ 사기 관련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며, 피해자의 70% 이상이 20~30대였다. 특히 SNS·텔레그램을 통한 모집이 80%를 차지해, 온라인 기반 범죄의 확산세가 두드러진다.
보험·금융사기까지, ‘고액 알바’로 포장된 신종 수법
최근에는 금융사기형 고액 알바도 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NS에서 “보험 가입하면 수익을 나눠준다”, “대출 대행하면 수수료 지급” 등의 문구로 접근해 청년층을 속이는 방식이 급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단순한 홍보 아르바이트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본인 명의 계좌나 신용정보가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형태는 단순노동이 아닌 불법 금융거래에 참여하게 되는 구조라,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왜 청년들이 표적이 되는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생활비·학비 부담, 비정규 일자리 증가, 취업난 지속 등으로 인해 단기간 고수익을 제시하는 아르바이트에 쉽게 매혹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은 19.4%로, 5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문구는 절박한 청년들에게 강력한 유혹이 된다.
온라인 채용·구인 플랫폼은 빠르게 정보가 확산되지만 모집 주체의 검증이 충분치 않고, 비대면 채용·SNS 모집 등으로 범죄조직이 진입하기 쉬운 환경이다.
또한 범죄 조직들은 과거에 비해 수법이 정교해졌다: 정상적인 업무인 것처럼 시작해 나중에 범죄행위로 전환시키는 구조가 많아졌다.
고액 알바에 참여했다가 범죄에 가담하게 되면 가해인지 피해인지 구분이 애매할 수 있다. 예컨대 ‘몰랐다’ 하더라도 범죄 수단으로 이용된 통장·입금 등의 구조에 연루되면 ‘범죄 방조’ 또는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히 ‘나쁜 알바’가 아니라 개인의 인생에 중대한 법률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회적으로도 청년층이 ‘쉽고 빠른 돈벌이’에 몰리고, 그 과정에서 범죄 조직의 유입 경로로 전락하는 구조는 노동시장·사회안전망의 문제를 반영한다.
정부 및 전문가의 대응 및 권고
정부는 최근 ‘해외 고액 알바 피해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SNS·구직사이트의 허위 구인광고를 단속하고, 경찰청은 ‘고액 알바 범죄 특별수사팀’을 운영 중이다. 또한 외교부는 해외 취업 알선 시 반드시 정부 등록 인력공급업체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피해자 다수는 이미 구직 플랫폼 외부(텔레그램, 인스타그램, 오픈채팅 등)에서 모집되며, 단속 사각지대가 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청년층 대상 사전 교육과 정보 공유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기관은 “고액 알바? 무조건 의심해야 하는 3가지 이유”라는 안내를 내놓았다. 첫째 메신저를 통한 비대면 고용, 둘째 금이 담긴 쇼핑백 요구, 셋째 과도한 대가 제시 등의 특징이 있을 때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고수익을 강조하고, 현금 전달이나 통장 사용을 요구한다면 즉시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한 온라인 구인광고 감시 강화, 피해자 구조 및 상담체계 확충, 청년 대상 교육·안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돈이 급할수록 조심해야 합니다. 진짜 고수익은 절대 그렇게 쉽게 오지 않아요.”
보이스피싱 피해로 실형을 받은 20대 청년 A씨의 후회 어린 말이다.
쉽고 빠른 수익을 제시하는 ‘고액 알바’는 실제로는 청년층을 향한 범죄 유인 통로가 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압박이 큰 청년일수록 위험에 노출되기 쉬우며, 사기·보이스피싱·해외 감금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구직자 스스로가 조건이 너무 좋아 보이면 한 번 더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유혹의 구조를 막기 위한 제도적·교육적 대응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공통적인 ‘경고 신호’
① 업무 내용이 모호하거나 설명을 피한다.
② 현금 운반, 계좌이체, 개인정보 제출 등을 요구한다.
③ 급여가 지나치게 높고, 즉시 지급을 강조한다.
④ 회사명·사업자등록증·근무지 정보가 불분명하다.
⑤ 해외근무 제안 시 구체적인 근로계약서가 없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 된다면 반드시 고용노동부(국번 없이 1350) 또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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