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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의 프레임] 지휘봉 든 피아니스트, 답을 찾는 젊은 음악가들

프라임필과 함께한 한상일 지휘 데뷔, 세 영 아티스트가 빚어낸 협연의 순간 PAPA의 비전과 함께 열린 또 하나의 출발점

初心不忘(초심불망),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새로운 길 위에 선 이에게 가장 필요한 다짐이자 스스로를 붙드는 태도다. 지난 1월 23일,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에서 열린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영 아티스트 협연 무대는 바로 그 초심의 순간을 품고 있었다. 지휘자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한상일의 데뷔 무대이자, 저마다의 ‘답’을 찾아가는 젊은 연주자들의 현재가 교차한 자리였다.핑크빛으로 물든 하이든, 서아영의 온기공연의 첫 문을 연 이는 첼리스트 서아영이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하이든

初心不忘(초심불망),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새로운 길 위에 선 이에게 가장 필요한 다짐이자 스스로를 붙드는 태도다. 지난 1월 23일,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에서 열린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영 아티스트 협연 무대는 바로 그 초심의 순간을 품고 있었다. 지휘자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한상일의 데뷔 무대이자, 저마다의 ‘답’을 찾아가는 젊은 연주자들의 현재가 교차한 자리였다.

The Rising 서아영(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서아영(사진=PAPA_©박상윤)

핑크빛으로 물든 하이든, 서아영의 온기

공연의 첫 문을 연 이는 첼리스트 서아영이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하이든 <첼로 협주곡 제2번 D장조, Hob.VIIb:2>. 밝고 경쾌한 에너지, 그리고 고전주의 특유의 균형미가 돋보이는 이 곡은 첼리스트의 음색과 호흡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화사한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는 마치 색채를 음악으로 옮겨 놓은 듯했다. 그의 활 끝에서 흘러나온 하이든은 가볍되 얕지 않았고, 명료하되 차갑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은 자연스러웠으며, 때로는 미소를 머금은 듯한 여유까지 엿보였다. ‘밝은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그의 말처럼, 이 무대는 서아영의 음악적 결을 또렷이 드러낸 자리였다.

The Rising 김예음(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김예음(사진=PAPA_©박상윤)

경계를 넓히는 시도, 김예음의 그리그

이어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예음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을 통해 또 다른 색채를 펼쳐 보였다. 북유럽의 장대한 풍광을 닮은 이 작품은 서정성과 대담함, 그리고 구조를 끌고 가는 힘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는 스스로를 내성적인 성향이라고 말했지만, 이날 무대에서만큼은 감정을 움켜쥔 채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작은 체구와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향은 의외의 밀도를 지녔으며 때로는 조심스러웠고, 또 때로는 과감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 속에서 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고, 그 경계를 조금은 밀어낸 듯 보였다. 이 협연은 완성도 이상의 의미를 남긴 성장의 과정이 드러난 무대였다.

The Rising 남예서(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남예서(사진=PAPA_©박상윤)

붉은 설렘, 남예서의 차이콥스키

협연의 마지막은 피아니스트 남예서가 맡았다. 무대 중앙에 선명하게 자리한 붉은 색채의 드레스가 시선을 모은 뒤, 그가 오래전부터 무대에 올리고자 했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단조, Op.23>이 시작됐다. 첫 화음이 울리는 순간, 공연장의 공기는 명확한 방향성을 얻었다. 서두의 중후한 주제는 과장 없이 단단한 터치로 제시되었다. 음량을 앞세우기보다는 무게 중심을 낮춘 타건으로 음향의 밀도를 확보했고, 빠른 패시지에서도 음형의 윤곽과 리듬의 탄성을 또렷하게 유지했다. 프레이징은 호흡 단위가 분명했으며, 선율을 밀어붙이기보다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풀어가려는 의지가 읽혔다. 특히 카덴차에서는 템포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에너지를 점층적으로 쌓아 올려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흐름, 그리고 독주와 총주의 밀도를 달리하며 균형을 잡아가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었다. 비록 1악장만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후 악장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환기시켰다. 작품에 대한 오랜 사유가 연주 언어로 구체화된 무대였다.

The Rising 한상일(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한상일(사진=PAPA_©박상윤)

지휘봉을 든 한상일, 또 하나의 전환점

인터미션 이후, 무대의 공기는 또 한 번 바뀌었다. 피아니스트로 오랜 시간 무대에 서 온 한상일이 지휘자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베토벤 <교향곡 제7번 A장조, Op.92>. 피아노 앞에서 늘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상상해 왔다는 그의 말처럼, 이날 오케스트라는 그의 또 다른 건반이 되었다. 지휘봉은 그의 손가락을 대신했고, 포디엄은 그를 안전하게 지지해 주는 울타리 같았다. 2악장의 리드미컬한 긴장과 4악장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지휘자로서의 의지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완벽함보다는 가능성, 노련함보다는 진심이 더 또렷이 보이는 무대였다.

The Rising 한상일(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한상일(사진=PAPA_©박상윤)

그는 이번 공연을 “음악 인생의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오랜 시간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서온 그에게, 지휘자로 오케스트라와 호흡하며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의 책임과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데뷔 무대를 마련해준 프라임필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한 그는, 이번 무대를 “새로운 출발점”이라 말하며 향후 일정 기간 지휘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The Rising 서아영(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서아영(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김예음(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김예음(사진=PAPA_©박상윤)

연주자로서 축적해온 경험과 음악적 통찰을 토대로 보다 확장된 예술적 비전을 펼쳐 가겠다는 그의 포부는 분명했다. 특히 자신이 이끄는 PAPA(아시아퍼시픽피아니스트협회)를 통해 아시아 음악가들이 서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이번 지휘 데뷔를 개인적 이력의 변화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는 이번 무대를 계기로 “한국과 아시아 클래식 음악의 다음 장을 여는 지휘자”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첫 무대가 모든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향을 분명히 설정한 출발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한상일이 스스로 선택한 좌표를 또렷이 제시한 자리였다.

The Rising 남예서(사진=PAPA_©박상윤)
The Rising 남예서(사진=PAPA_©박상윤)

답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시작

이날 무대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온 노력이 무대 위에서 또렷한 결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악보 속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구축해 가는 세 명의 영 아티스트, 그리고 지휘자로 새로운 장을 연 한상일.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이들이 공유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분명한 의지이기도 했다. 이제 막 시작된 이야기처럼 여운을 남긴 이번 공연은 그 가능성을 구체적인 소리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의 시간과 경험이 더해진다면 이날의 무대는 더 큰 도약의 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The Rising(포스터=PAPA)
The Rising(포스터=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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