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뜨겁게 달구는 ‘슬립노모어 서울’
뉴욕·상하이 이어 역사상 최대 규모, 1930년대 느와르 속으로
Sleep No More Seoul_매키탄 호텔_미쓰잭슨[시사매거진 강창호 기자] 이머시브 시어터 이 지난 20일 충무로 옛 대한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곽을 드러내고, 21일 공식 개막했다.뉴욕과 상하이를 거쳐 이번에는 서울. 역사상 최대 규모로 무대화된 작품은 충무로 한복판을 1930년대 느와르 세계로 바꿔놓았다.‘슬립노모어’는 영국 창작 집단 펀치드렁크(Punchdrunk)의 대표작으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를 알프레도 히치콕 영화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다
Sleep No More Seoul_매키탄 호텔_미쓰잭슨
[시사매거진 강창호 기자] 이머시브 시어터 <슬립노모어 서울(Sleep No More Seoul)>이 지난 20일 충무로 옛 대한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곽을 드러내고, 21일 공식 개막했다.
뉴욕과 상하이를 거쳐 이번에는 서울. 역사상 최대 규모로 무대화된 작품은 충무로 한복판을 1930년대 느와르 세계로 바꿔놓았다.
‘슬립노모어’는 영국 창작 집단 펀치드렁크(Punchdrunk)의 대표작으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알프레도 히치콕 영화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다. 대사 대신 배우들의 몸짓과 안무, 풍부한 사운드트랙, 그리고 다채로운 공간 연출이 어우러지며 관객을 전혀 새로운 방식의 연극적 경험으로 이끈다. 이 독창성은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오비 어워드’ 특별상 수상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2003년 런던 초연 후 보스턴과 뉴욕, 상하이에서 장기 흥행을 이어온 이 작품은, 서울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로 돌아왔다. 멀티플렉스였던 대한극장은 가상의 공간 ‘매키탄 호텔’로 완전히 변모했다.
7층에 걸쳐 100여 개의 룸이 마련된 이 호텔은 건축, 동선, 미술, 조명, 소품, 심지어 먼지까지 연출 의도를 담아 세밀하게 설계되었으며 일부는 대한극장의 흔적을 남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박주영 ㈜미쓰잭슨 대표는 “관객이 대한극장의 헤리티지와 <슬립노모어>의 서사를 동시에 경험하며 현대와 과거가 교차하는 공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출가 펠릭스 바렛은 이머시브 시어터를 “관객을 위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극장 안에서 특정 인물을 따라가거나, 건물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각자 다른 서사를 마주할 수 있다. 정해진 답은 없고, 모험심이 있는 사람만이 숨겨진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동 연출가 맥신 도일 역시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건물 전체에서 수많은 드라마가 동시에 펼쳐진다”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몰입 경험을 강조했다.
해외 제작진은 서울 무대만의 차별성도 언급했다. 디자이너 리비 보건은 “영화관 특유의 높은 층고 덕분에 새로운 연출이 가능했다”고 밝혔으며, 의상 디자이너 데이비드 레이노소는 “언어가 없는 만큼 의상으로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조명 디자이너 사이먼 윌킨슨은 서울 공연에서만 구현된 조명 효과를 소개했고, 프로젝트 어드바이저 콜린 나이팅게일은 “뉴욕과 상하이에서는 볼 수 없는 서울만의 비밀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무대의 시대적 배경은 1939년. 느와르 영화의 절정기이자 전쟁 전 불안이 드리운 시기로, 바렛은 “레이디 맥베스를 히치콕 영화 속 팜므파탈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목 ‘슬립노모어’ 역시 맥베스의 죄책감을 담은 대사에서 비롯되었지만, 동시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을 표현한다.
관객의 경험 또한 세심히 설계되었다. 극장 곳곳 23개의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각기 다른 서사가 완성되고,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가 단서가 되어 공연은 매번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박주영 대표는 “관객이 자유롭게 캐릭터와 공간을 탐험하는 순간, 스스로 스토리텔러가 되어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프로젝트에는 약 250억 원의 초기 투자가 유치됐으며, 공연이면서 공연장인 만큼 운영비도 상당하다. 다행히 프리 오픈 기간부터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지만, 장기 공연 여부는 결국 관객의 호응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슬립노모어 서울>은 관객이 수동적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한계를 넘어, 마치 영화 속으로 직접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 작품이 국내 창작진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되고, 창작 방식의 확장을 이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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