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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의 정치本色] 김문수 후보의 '원전 안전 불감증'을 경계한다

원전 안전 맹신해도 되는가

1. 핵폭탄에도 끄덕없는 원전은 없다!최근 대선 후보 토론에서 '원전 안전 문제'로 설전이 벌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원전에 핵폭탄을 투하해도' 안전에는 끄덕없다며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거론하며 원전 안전에 대한 맹신을 경계했다.원전 확대론을 주장한 김문수 후보는 대선 TV토론회에서 “나가사키·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소형 원자폭탄이 떨어져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발언했다. 물론 안전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이긴 하지만 '핵폭탄'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우리나라의 원전이 핵폭탄의 공격에도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1. 핵폭탄에도 끄덕없는 원전은 없다!

최근 대선 후보 토론에서 '원전 안전 문제'로 설전이 벌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원전에 핵폭탄을 투하해도' 안전에는 끄덕없다며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거론하며 원전 안전에 대한 맹신을 경계했다.

원전 확대론을 주장한 김문수 후보는 대선 TV토론회에서 “나가사키·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소형 원자폭탄이 떨어져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발언했다. 물론 안전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이긴 하지만 '핵폭탄'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우리나라의 원전이 핵폭탄의 공격에도 문제없을만큼 안전하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 

원자폭탄과 같이 핵폭탄이 원전에 떨어지게 되면 단순 충격뿐 아니라 열폭풍, 전자기 펄스(EMP) 등의 영향으로 원전의 핵심 시스템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관련단체는 김문수 후보가 문제없다고 큰소리 친 “원전의 격납건물조차 쉽게 파괴될 수 있는 위력”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격납건물보다 훨씬 취약한 일반 건물 수준이기 때문에, 핵폭발 시 쉽게 파괴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냉각 중인 사용후핵연료봉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대규모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원안위와 킨스도 미사일 피격은 원전 설계 때 고려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기준의 근거가 되는 미국 기준도 사보타주(파괴 행위)와 같은 적의 공격은 원전 설계에서 배제한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렇듯 한결같이 국내 원전이 자연재해나 항공기 충돌 같은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비해 설계됐을 뿐, 핵무기 공격 같은 군사적 위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위협에 안전 기준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어진 토론 과정에서도 “후쿠시마는 폭발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지진으로 인한 해일 때문에 누수가 되고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것도 아니다”고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 지진해일로 침수되면서 전원이 차단돼,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과 함께 원자로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바다와 대기, 토양 등으로 퍼져나가 세계 원전 사고 중 최고 등급 사고로 기록됐다. 3년 전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후쿠시마에서 폭발이나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김문수 후보는 장차 원전 비중을 6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원전은 ‘RE100’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RE100’은 불가능하다며 동문서답의 답을 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RE 100이 뭐냐'는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펙트 체크에 나선 전문가들의 거듭된 비판이 있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원전 안전에 대한 맹신은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올바른 철학적 태도가 아니다. 김문수 후보의 이러한 원전 인식은 우리 시대의 최대 화두인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결여된 '안전 불감증' 수준에 가깝다. 

2. 원전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전과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인 만큼, 미래사회를 위한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원전 문제는 경제적 이익을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전주의자들은 원전 사고 가능성을 100만 년에 한 번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이미 대형 원전사고가 금세기에만도 세 번이나 발생했다. 항구적 안전은 없으며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이 심각하다는 점은 이미 역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일 수 없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일으킨 도호쿠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규모도 커졌다.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2017년에는 포항에서도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 또한 세계 최고다. 최근 단층이 활성화된 경주 월성과 부산 고리의 원전은 건설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도 총 12여기의 원자로가 밀집되어 있다. 게다가 고리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후화된 원전이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폐로했고 2호기는 2023년, 3호기는 2024년에 가동을 중단했지만 2026년 재가동을 위한 연장 심사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난다면 치명적이다.

현대사회는 어떤 경우의 수에도 완벽한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기술의 진보와 사회 발전이 크면 클수록 위험에 대한 크기 또한 비례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위험으로 가득찬 풍요로운 사회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이를 '위험사회'라는 개념으로 규정한 바 있다. 우리사회는 근대산업사회를 넘어 '위험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이제 위험의 성격도 변해 이전 산업사회의 위험은 예측가능한 위험의 성격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 시대의 위험은 이를 벗어날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게 되었다.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는 계산가능하고 예측가능한 것으로 보았던 위험이 현대의 위험사회에서는 계산불가능하고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을 벡은 “제조된 위험(manufactured risk)'이라고 불렀다.

이제 위험은 핵 방사능과 같이 인간의 지각능력을 완전히 벗어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위험의 분배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즉 위험에 따른 사회적 지위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위험의 확산과 상업화는 자본주의의 발전논리를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다. 또한 사회적으로 공인된 위험은 특수한 정치적 폭발력을 지닌다. 지금까지 비정치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정치적인 것으로 변하게 된다.

위험이 진저구적으로 도처에 깔렸는데 위험의 내용과 범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전면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시스템들을 비록 불완전하고 다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정치적, 사회적 결정들을 통하여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자기반성을 통해 사회체제의 문제에 직접 참여하고 해결해나가는 비판적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것이 위험사회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핵으로부터의 안전한 사회, 원전 안전의 문제 또한 이러한 성찰적 근대화로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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