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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의 정치本色] 이재명 후보의 '원전 에너지 정책'을 우려한다

원전, 에너지 믹스 정책 바람직할까

제21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주요 정당과 후보는 선거운동과 함께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책 선거를 사실상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선거용 정책공약은 공식 약속이라는 점에서 그 내용과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시대의 기후·에너지분야에 대한 정책 검증은 필요하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구여권 출신의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이 분야 구체적인 공약이 부재하다.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정도가 다이다. 기존의 윤석열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제21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주요 정당과 후보는 선거운동과 함께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책 선거를 사실상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선거용 정책공약은 공식 약속이라는 점에서 그 내용과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시대의 기후·에너지분야에 대한 정책 검증은 필요하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구여권 출신의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이 분야 구체적인 공약이 부재하다.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정도가 다이다. 기존의 윤석열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의 경우는 어떤가. 역시 본질적으론 구여권과의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생산을 큰 폭으로 늘리고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뼈대로 하는 기후에너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을 어떻게 할지는 공약에 담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일방적 탈원전도, 원전 중심 정책도 어렵다"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안정적 전력 공급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원전 비중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 및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러한 이재명 후보의 원전 정책은 탈원전과 원전 확대라는 양극단의 입장을 지양하고,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대응을 동시에 고려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차별화되는 방향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의 안정적 이용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민주당 선대위가 원자력노동조합과 원전진흥 협약을 맺었다. 이언주 등 이재명 대선 캠프 핵심인사들이 원자력노동조합연대와 정책협약식을 맺은 것이다. 이 협약에는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및 SMR 건설, 원전 수출 등의 약속이 담겨 있다. 후보는 침묵하고 선대위는 적극적인 원전 선호 행보를 보이는 투 트랙 전략이 진행된 셈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이러한 실용주의를 표방한 절충적 노선은 기회주의라는 평가와 더불어 몇 가지 문제점을 노출한다.

일단 정책의 불명확성이다. “일방적 탈원전도, 원전 중심도 어렵다”는 입장은 원전 정책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 부재로 비춰질 수 있다. 구체적인 감축 시기, 수명 연장 기준, 신규 원전 계획 여부 등에서 명확한 수치나 기준이 부족해 산업계나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에너지 정책 방향성이 모호한 점 또한 지적된다. 원전의 안정적 사용을 언급하면서도 점진적 감축을 언급하는 등, 상충되는 메시지가 혼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기후 위기 대응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크다. 석탄화력발전 폐지를 선언하면서도, 원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전환 시나리오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원전 감축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지연될 수 있다.

원전 유지 또는 수명 연장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버티며 원전 가동만 계속한다면 지역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정책이 중도적이라고 하더라도 탈원전과 원전 확대 진영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 또한 따른다.

AI 산업 성장을 위해 원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 또한 그렇다. 이러한 입장은 여야 공히 동일한데 우선 AI 산업의 전력 소비 증가가 명백하긴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원전 활성화의 정당성이 되지는 않는다. 에너지 다변화 전략이 가능한 상황에서 원전만을 유일한 대안처럼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늘 강조하지만 원전은 사고 시 대형 재난 위험, 방사성 폐기물 문제, 수십 년에 걸친 해체 비용 등 다양한 사회적·환경적 외부 비용을 동반한다. AI 산업 성장을 위해 이러한 사회적 부담을 국민 전체에 전가하는 방식이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원전보다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접근 등도 지속가능한 해법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비롯 대선후보들이 원전 문제를 ‘AI 발전’을 핑계로 단순화하면 위험하다. AI 산업을 위해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원전 확대의 유일한 명분이 될 수는 없으며, 다양한 윤리적, 환경적, 사회적 검토를 동반해야 한다. 

원전과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인 만큼, 미래사회를 위한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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