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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 정월대보름, 달님에게 소원을 빌어봐

매년 음력 1월 15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올해는 양력 2월 24일이 대보름날이다.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로 상원, 혹은 오기일(烏忌日/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는 날)이라고도 불린다. 상원이란 중원(백중날)과 하원(음력 10월 15일)에 대칭이 되는 말로서 이것들은 다 도교적인 명칭인데 지금은 많이 퇴색됐다. 예전에는 세시풍속 중 설날만큼 비중이 컸다고 한다.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제철생선 등을 먹으며 한해의 건강과 소원을 빈다.예부터 정월 대보름에는 대개 한 해 계획을 세웠는데 이 한 해 계획을 세우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라문화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라문화학과 외래교수

매년 음력 1월 15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올해는 양력 2월 24일이 대보름날이다.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로 상원, 혹은 오기일(烏忌日/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는 날)이라고도 불린다. 상원이란 중원(백중날)과 하원(음력 10월 15일)에 대칭이 되는 말로서 이것들은 다 도교적인 명칭인데 지금은 많이 퇴색됐다. 예전에는 세시풍속 중 설날만큼 비중이 컸다고 한다.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제철생선 등을 먹으며 한해의 건강과 소원을 빈다.

예부터 정월 대보름에는 대개 한 해 계획을 세웠는데 이 한 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한 해의 운수를 점치는 풍속들을 행해 왔다. 또한 다양한 놀이와 행사, 음식들을 차려 먹었는데 정월 대보름에 행해 온 풍속들은 오늘날에도 일부 이어져 행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옛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을 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을까? 1월 1일은 1년이 시작하는 날로서 당연히 의의를 지녀왔지만,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음력을 사용하는 사회에서는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이 보다 더 중요한 뜻을 가져온 듯하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서는 보름달이 가지는 뜻이 아주 강했다. 정월대보름이 우선 그렇고, 다음의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 즉, 8월 대보름도 그렇다.

대보름날의 뜻을 농경을 기본으로 했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면에서 보면, 그것은 달-여신-대지의 음성원리(陰性原理) 또는 풍요원리를 기본으로 했던 것이라 하겠다. 태양이 양(陽)이며 남성으로 인격화되는 데 대해서 달은 음(陰)이며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그래서 달의 상징구조는 여성·출산력·물·식물들과 연결된다. 그리고 여신은 대지와 결합하며,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의 출산력을 가진다. 이렇게 첫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여신에게 대지의 풍요를 비는 것이 우리 동제(洞祭)의 주류였고 원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세시풍속에서 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태양의 비중이 문제되지 않을 만큼 강하고 큰 것이었다. 실제 농경을 위해서는 음력이 한 달씩이나 자연계절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계절이 정확한 태양력적 요소인 24절기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세시풍속에서는 여전히 달의 비중이 결정적이었고, 대보름은 바로 그 대표요 상징적인 날로 여겨왔다.

정월대보름에는 재미있는 세시풍속과 놀이가 꽤 많다. 우선 아이들은 14일 밤에 집집으로 밥을 얻으러 다녔다. 일단 아침에 기상을 하면서부터 부럼깨기 및 귀밝이술 마시기 시작하며, 새벽에 '용물뜨기’를 하거나 첫 우물을 떠서 거기네 찰밥을 띄우는 '복물뜨기’를 했다. 대보름 자정에 이르러서는 달집태우기 및 쥐불놀이를 이어 하며 풍년을 비는 행사를 끝으로 대보름을 마무리 짓는다.

한편, 대보름날에는 절식으로서 약밥·오곡밥, 묵은 나물과 복쌈·부럼·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기풍·기복행사로서 볏가릿대 세우기·복토(土)훔치기·용알뜨기·다리밟기·나무시집보내기 등을 행한다. 또한, 이날 행해지는 농점(農點)으로서는 달집태우기·사발재점·그림자점·달불이·집불이·소밥주기·닭울음점 등이 있다.

이날 행해지는 제의와 놀이로서는 지신밟기·별신굿·쥐불놀이·사자놀이·오광대탈놀음 등이 있다. 그리고 이날에는 고싸움·나무쇠싸움 등의 각종 편싸움이 행해지고, 제웅치기·나무조롱달기·더위팔기·모기불놓기·뱀치기 등의 액막이와 구충행사(驅蟲行事)도 행해진다.

정월대보름은 그 기원과 관련한 흥미롭고 기이한 설화도 전해져 온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제1편 소지왕 이야기인 '사금갑'(射琴匣) 전설이 대표적이다.

신라 임금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 행차를 위해 궁을 나섰는데, 갑자기 까마귀와 쥐가 시끄럽게 울었다. 그러고는 쥐가 사람의 말로 왕에게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 보옵소서" 했다. 임금은 신하를 시켜 까마귀를 따라가게 했다. 까마귀를 따라가자 어느 연못에 다다랐는데 연못에서 노인이 나와 편지봉투를 주고 "봉투 안의 글을 읽으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요, 읽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입니다"하고는 사라졌다.

신하가 궁에 돌아와 이를 전했다. 임금은 편지를 꺼내서 읽어 보았는데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射琴匣(사금갑: 거문고 갑을 쏘시오)' 임금은 곧 거문고 갑을 활로 쐈다. 그리고 거문고 갑을 열어 보니 두 사람이 활에 맞아 죽어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왕비와 어떤 중이었는데, 중이 왕비와 한통속이 돼 임금을 해치려 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해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이 찰밥이 발전해 약밥이 됐다.

설에는 주로 개인적인 의례로 개인의 건강이나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속신들이 행해지는 게 대부분이라면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공동의 기원인 풍년을 기원하는 속신 형태가 많다. 그 대표적인 제례가 바로 동제(洞祭)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정월대보름엔 우리는 달님에게 무엇을 빌어볼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우리 서민들이 잘 먹고 잘사는 풍년이 오길 기원할까? 무엇보다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생태문명으로의 대전환을 기원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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