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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사교육 ‘킬’하고 공정 수능 찾을 것

킬러문항, 사교육 이권 카르텔 사법조치 고려 교육부, 킬러문항 핀셋 제거해 사교육 경감 입시업계, 대통령의 수능문제 유형 언급은 이례적

[시사매거진 301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오는 11월 16일에 치러진다. 교육당국은 EBS 연계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세부계획을 발표했는데, 소위 킬러문항을 빼고 적정 난이도를 어떻게 맞출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주호 부총리는 “킬러문항이 없으면 물수능이 된다는 것은 사교육의 논리”라며 “킬러문항이 없더라도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공정한 수능이 될 것”이라고 했다.특히 윤석렬 대통령은 ‘교육과정 밖 수능출제’를 질타하면서 이를 사교육업체와의 ‘이권 카르텔’이라고까지 언급, 교육부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

[시사매거진 301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오는 11월 16일에 치러진다. 교육당국은 EBS 연계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세부계획을 발표했는데, 소위 킬러문항을 빼고 적정 난이도를 어떻게 맞출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주호 부총리는 “킬러문항이 없으면 물수능이 된다는 것은 사교육의 논리”라며 “킬러문항이 없더라도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공정한 수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특히 윤석렬 대통령은 ‘교육과정 밖 수능출제’를 질타하면서 이를 사교육업체와의 ‘이권 카르텔’이라고까지 언급, 교육부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까지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학교와 입시업계 등 관련 기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윤 대통령의 발언과 교육당국의 킬러 문항 배제 정책으로 사교육 ‘킬’이 가능할지, 수능을 앞둔 교육계에 혼란만 가중시킬지 의문이다.

사교육 경감 대책, 교육계 대혼란에 빠져

수능을 위해 12년을 달려온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물론 수능과 대학을 위해 공부한다는 명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왔다. 또한 왜 학생보다 학부모가 교육정책에 대해 흥분하는지, 자신들이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차별이나 갑질을 하거나 혹은 당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을 자녀들은 걷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들을 ‘갑’의 자리에 올리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수능’이기 때문에 ‘초등 의대 입시반’도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뒷바라지를 한 학부모들에게, 수능을 5개월여 앞두고 나온 정부정책은 청천벽력같을 수 있다.

정부는 사교육 없이도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가 지난 6월 2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고 공공 입시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의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변별력은 갖추되 공정 수능 평가 자문위원회와 공정 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통해 킬러 문항을 철저히 걸러냄으로써 학교에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이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가 최근 3년 간의 수능과 지난 1일 모의평가에서 출제됐던 ‘킬러 문항’ 26개를 선별해 공개했다. 다만, 교육과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유리할 수 있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아 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그래픽_뉴시스)
교육부가 최근 3년 간의 수능과 지난 1일 모의평가에서 출제됐던 ‘킬러 문항’ 26개를 선별해 공개했다. 다만, 교육과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유리할 수 있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아 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그래픽_뉴시스)

개념이 모호했던 킬러 문항의 예시도 공개했다. 2021~2023학년도 수능과 올해 6월 2024학년도 모의고사에서 출제된 국어, 영어, 수학 문제 22개가 대상이다. 교육부는 고차원적인 접근 방식, 추상적 개념 사용, 과도한 추론 필요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 한눈에도 고교 교과과정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 이와 함께 '영어유치원'의 편법 운영을 단속하고 '초등 의대 입시반'의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늘봄학교를 확대하고 만 3∼5세 교육과정(누리과정)을 개정해 유·초등 사교육 수요도 줄일 방침이다.

이 당연한 교육정책이 낯설게 느껴지고, 교육부 발표 이후 교육계가 대혼란에 빠졌다는 것은 이미 교육현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의 폐해, 그리고 부의 대물림. 과연 ‘수능’의 단속으로 과도한 사교육을 ‘킬’시킬 수 있을까.

중위권 학생들 체감난도 높아, 실수가 관건

정부가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낮아지겠지만, 다수의 중위권 학생들은 체감난도가 높아져 오히려 학원을 더 찾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행 30년을 맞는 수능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고 한다.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 출제위원장과 수능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으로 9월 모의평가와 수능에서 중난도 문항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A교수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면 (국어영역에서) EBS 연계 지문이지만 길이를 늘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생소하지 않지만 전체적인 난도를 끌어올려 중난도 문항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대 수능 출제위원장을 지낸 B교수도 “중간난도 문제가 더 많아지는 게 (킬러문항배제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해야 등급을 좀 받을 수 있다(등급이 고르게 분포된다)"며 “너무 쉽게 출제돼 ‘등급 블랭크’가 나오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므로 어떻게 정규분포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능은 9등급 상대평가 체제다. 상위 4%가 1등급, 4∼11%는 2등급, 11∼23%는 3등급을 주는 식이다. 하지만 초고난도 문항이 빠져 수험생의 11% 이상이 1등급을 받는다면 차점자는 2등급이 아니라 3등급을 받게 된다. 실제로 2020학년도 수능 사회탐구영역 윤리와 사상, 세계사에서는 1등급이 각 14.88%, 12.23% 쏟아지면서 차점자들이 3등급을 받았다.

중난도 문항을 늘려 변별력을 확보하려 할 경우, 소수의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체감난도가 낮아지겠지만 다수의 중상위권·중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체감난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수험생들이 실력이 아닌 실수 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제 수능을 이을 새로운 형식의 시험을 만들 때라고도 지적했다.

C교수는 “사실 수능이라는 출제방식이 수명이 다 됐다. 지난 30년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기 때문에 새로운 출제방식을 고민해서 찾아내야지 이 안에서 뭔가를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능 출제와 관련해서는 정치권보다 학계와 교육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D교수는 “측정하려는 역량이 교육과정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지문이 교과서에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닌데 과학·경제 지문이 어렵다고 교육과정 밖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지금의 상황은 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시험의 신뢰도와 객관성이 흔들리면 이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적어도 시험의 출제와 관련해서는 교육부의 이야기보다 학회와 교수의 말을 들어달라고도 강조했다.

사교육비 사상 최대, 교육만이 문제인가

사실 사교육비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빈부의 격차가 더욱 늘자, 저변에 깔려있는 사교육비가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진 셈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 1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사진_뉴시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 1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사진_뉴시스)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 3월, 전국 초·중·고교 약 3천곳에 재학 중인 학생 7만 4000명가량을 대상으로 ‘2022년 초·중·고사교육비 조사’를 공동 실시한 결과 지난해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셈이다.

조사 대상사교육비는 초·중·고교생이 학교 정규교육 과정 외에 사적 수요에 따라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학원비·과외비·인터넷 강의비 등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생긴 학습결손과 돌봄 공백 등이 사교육비 문제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초·중·고교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 27만 2000원에서 2022년 41만 원으로 50.9% 급증했다. 코로나19로 학교는 물론 학원 대면 수업이 제한된 2020년에는 평균 30만2000원으로 전년(32만 1000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수업이 재개되자 곧바로 급증(2021년 평균 36만 7000원)했다.

가파른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자 정부는 사교육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라는 ‘공정 수능’ 관련 발언을 강조하면서 사교육경감 대책의 초점은 수능 출제 방향에 맞춰졌다.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교육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교육부의 부연 설명이다.

정부는 특히 대형 입시학원이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교수에게 모의고사 문항을 사 수험생들에게 판매하고, 교육 당국은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계속 킬러 문항을 출제하는 현실을 ‘사교육 카르텔’로 규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능 킬러 문항 배제에 무게중심이 쏠린 이번 대책으로 사교육비가 경감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킬러 문항 때문에 사교육을 하는 경우는 최상위권이고, 중위권 이하는 킬러 문항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킬러 문항을 핀셋 제거할 경우 고교 최상위권 일부 사교육비는 낮출 수 있지만 정작 나머지 대다수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낮아질지는 미지수다.

사교육을 ‘킬’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뿐 아니라 다른 분야를 잡아야 한다.

대학 서열이 여전히 공고하고 의대·명문대 졸업장이 고소득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사회 구조에서 더 나은 대학에 가려는 학생·학부모의 욕구는 자연스럽고, 이같은 정당한 욕구에서 비롯된 사교육 필요성이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경감 대책, 이렇게 진행한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6일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교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든 힘든 와중에 학원만 이익을 취하는 공정하지 않은 상황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이다. 교육부는 공정한 수능평가를 점진적·단계적으로 확실히 실현하고 사교육 수요 원인별 맞춤 대응으로 사교육을 경감해 가기로 했다.

먼저, 수능 출제 원칙으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 킬러문항 방지 및 출제 기법 고도화를 위해 수능 출제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기존 수능 문항을 분석해 ‘킬러문항 사례’를 도출하고 문항별 교육과정 근거 외에 수능문항 정보 추가 공개를 검토할 방침이다.

평가원 내에 교육과정 이해도가 높은 현장교사 중심으로 ‘(가칭)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도 구성해 운영한다. 이를 통해 시험 출제 평가 및 개선안 마련을 위한 자문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학생들이 EBS를 활용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EBS 시스템 개편을 추진한다.

EBS 수준별 강좌는 중·고교 학생 대상 학습콘텐츠를 대폭 확대한다. 중학생은 기존에 유료였던 EBS 중학프리미엄(연 71만 원)을 무료로 제공해 질 좋은 EBS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

고교 수험생은 사교육 없이도 수능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수능 연계 교재 기반의 수준별 강좌 2100여 편 제작을 추진토록 할 방침이다.

체육‧예술 등의 사교육 수요도 국가가 흡수할 예정이다. 초등 단계의 돌봄, 예체능 등 다양한 사교육 수요를 국가 책임 교육·돌봄으로 한다.

이를 위해 시범교육청 추가 지정 등 늘봄학교를 늘리고 양질의 교육·돌봄 프로그램인 에듀케어를 최대 1년으로 확대한다. 학교별 여건에 맞게 실질적인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 돌봄과 연계·협력하는 한편, 과밀학교 밀집지역 또는 소규모학교 인근 지역에 거점형 돌봄센터 7곳을 올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과 민간·지역사회 간 협력을 활성화해 태권도협회·한국야구위원회·대한축구협회 등 각종 종목 단체와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MOU 체결, 지역 발표회 등 교류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 14일 경기도 오산시 원동초등학교를 방문해 체육, 예술활동 중 통기타 교육을 참관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 14일 경기도 오산시 원동초등학교를 방문해 체육, 예술활동 중 통기타 교육을 참관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마지막으로 유아 공교육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유아 공교육을 강화해 초등 입학을 대비한 유아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만 5세 2학기에는 유-초 연계 이음학기를 운영 및 확대토록 한다.

숲·생태·아토피치유 등 학부모가 자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유아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테마형 유치원을 지정·운영하고 학부모의 다양한 선택 기회를 위해 영어·예체능 등 수요가 높은 다양한 방과후 과정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복잡하고 난해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학부모, 교육청, 관계부처, 나아가 지자체·민간까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믿고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만큼 교육에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는 열정적인 학생과 학부모가 있겠는가.

이번 교육정책만은 힘과 지혜를 모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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