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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클담46] “좋은 기획은 어떻게 음악이 되는가?”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김준형의 '클래식이 자라는 담벼락' Vol.46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 서울국제음악제(SIMF)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는 실내악에서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성과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실내악, 브리튼의 성악과 기악을 위한 작품,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 류재준의 작품과 슈트라우스의 대편성 관현악 작품까지 프로그램의 폭이 넓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양식의 음악이 이어지는 가운데 작품마다 요구하는 표현과 연주자들의 개성이 다채롭게 드러났다.

이번 음악제에서 특히 기억할 만한 것은 작품의 성격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 연주와 개별 연주자의 존재감이었다. 베버의 클라리넷 오중주에서 인상적인 표현력을 보여준 김한, 여러 무대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브리튼 <세레나데>에서 긴밀한 호흡을 보여준 이언 보스트리지와 블라트코비치,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의 원숙한 해석, 류재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김계희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적 집중력을 이끌어냈다. 폐막 공연을 이끈 크시슈토프 우르반스키의 유연한 지휘 역시 이번 음악제를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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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에서 드러난 연주자들의 개성

10월 8일 개막음악회는 모차르트의 두 작품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다른 레퍼토리에서는 인상적인 연주를 만날 수 있었다. 베버의 클라리넷 오중주에서 김한은 클라리넷의 기교를 과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작품의 극적인 성격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2악장에서 프레이즈를 자유롭게 다루면서 음색을 섬세하게 변화시키는 능력이 돋보였고, 마지막 악장에서는 활기찬 추진력으로 음악을 이끌었다. 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해 온 경험이 이러한 극적 표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클라리넷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현악기와의 균형이 다소 흔들린 점은 아쉬웠다. 독주 악기의 개성이 뚜렷한 것과 실내악 앙상블 안에서 다른 악기와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김한의 표현력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지만, 앙상블 전체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더 세밀한 조율이 필요해 보였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브리튼의 <판타지>는 음악적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가운데 현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생동감이 두드러졌다. 특히 비올라를 비롯한 현악 파트는 젊고 활기찬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음악에 탄력을 더했다. 이 작품은 서정적인 선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행진곡풍 리듬과 갑작스러운 분위기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불안정성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이날 알렉산드로비치의 오보에 연주는 이러한 대비를 주도했으며, 악기 간의 음색 차이와 리듬의 변화를 통해 작품에 내재한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마지막 모차르트 피아노와 관악을 위한 오중주에서는 라도반 블라트코비치의 호른이 두드러졌다. 피아노와 관악기가 서로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대등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작품이지만, 이날은 일부 악기 사이의 균형이 아쉬웠다. 그 가운데서도 블라트코비치는 호른의 음색과 표현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정규 프로그램에 이어 앙코르로 연주한 베토벤 오중주의 느린 악장은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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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에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가 기억에 남았다. 첫머리부터 클라리넷이 현악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으며, 긴 호흡의 선율을 서두르지 않고 유연하게 이어갔다. 브람스의 음악에서 흔히 느껴지는 중후하고 밀도 높은 음향보다는 밝고 신선한 인상이 앞섰다. 1악장과 2악장의 중간 부분에서는 장식적인 음형을 자유롭게 다루면서도 표현을 과장하지 않았고, 마지막 악장에서는 앞선 악장들의 음악적 기억을 되살리며 다양한 변주를 활기 있게 전개했다. 브람스 후기 실내악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게 가라앉지 않은 연주였다.

같은 날 연주된 류재준의 트럼펫, 호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를 위한 육중주에서는 두 관악 주자의 활약이 돋보였다. 편성 자체가 만들어내는 음색의 대비와 여러 악기가 주고받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감상의 중심을 이루었다. 블라트코비치와 나카리아코프는 뛰어난 기량과 선명한 표현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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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브람스의 세레나데 제1번에서는 현악과 관악의 균형이 충분히 맞지 않아 작품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모차르트 세레나데 제 10번, ‘그랑 파르티타’는 매우 훌륭한 연주였다. 일곱 악장은 서로 다른 성격과 속도를 지니면서도 하나의 큰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지휘자 없이 진행되는 연주였지만 앙상블의 호흡은 안정적이었고, 각 악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체 음향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아다지오에서는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긴 호흡의 선율을 통해 내면적인 정서를 전달했다. 오보에, 클라리넷, 바셋 호른, 바순, 호른은 저마다의 음색을 분명히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미뉴에트 악장에서는 지나치게 점잖은 태도에 머물지 않고 리듬의 생동감을 살렸으며, 마지막 악장에서는 정확한 앙상블과 활기찬 추진력이 결합됐다. 개별 연주자의 기량을 앞세우기보다 악기군 전체의 균형과 음악적 흐름을 조절한 점에서 완성도가 높았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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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의 세레나데와 나카리아코프의 존재감

10월 11일 SIMF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브리튼 <테너와 호른,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음악제에서 손꼽을 만한 연주로 기억될 정도로 작품의 성격과 연주의 표현력이 긴밀하게 맞물린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테너와 호른이라는 서로 다른 음색의 독주자가 현악 오케스트라와 함께 밤의 여러 표정을 그려낸다. 노래와 기악이 서로 다른 음색과 표현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연주자들 사이의 긴밀한 호흡이 중요하다. 이날 이언 보스트리지는 가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단어의 강세와 억양을 음악적 표현으로 전환했다. 발음과 프레이징이 따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텍스트의 의미가 선율의 흐름 안에서 살아났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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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트코비치의 호른은 보스트리지의 노래를 보완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 풍부하면서도 투명한 음색으로 테너와 대화를 나누는 한편, 독자적인 정서의 흐름을 형성했다. 특히 작품의 시작과 끝에서 호른이 만들어내는 음향은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현악 합주 역시 두 독주자의 표현을 뒷받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는 투명한 음향을 형성하고 다른 순간에는 긴장을 높이며 음악의 흐름을 조절했다.

전반부에 연주된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반면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에서는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의 트럼펫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카리아코프는 정확한 아르페지오와 팡파르를 들려주었을 뿐 아니라 느린 악장에서는 서정적인 선율을 유려하게 펼쳐 보였다. 피아노의 반주와 어우러지는 트럼펫의 음색은 이 악장의 정서를 한층 선명하게 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빠른 패시지와 팡파르를 통해 작품 특유의 유머와 활력을 살렸다. 기교가 음악적 표현과 분리되지 않았고, 트럼펫은 독자적인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피아노와 긴밀하게 대화했다. 피아노 파트의 프레이징과 음색 변화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졌지만, 나카리아코프는 작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연주를 이끌었다. 앵콜은 그의 시그니처 레퍼토리인 <베니스의 사육제>. 경탄스러웠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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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토 노라스가 들려준 세 가지 낭만성

10월 14일 아르토 노라스와 김규연의 듀오 공연은 이번 음악제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 순간이었다. 슈만의 <민속풍의 5개의 소품>,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슈트라우스의 첼로 소나타. 노라스의 연주는 대가답게 음악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힘과 표현의 깊이에서 인상을 남겼다.

슈만에서는 제목의 ‘민속풍’이 자칫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박함을 선율의 아름다움으로 축소하지 않았다. 첫 곡의 유머와 두 번째 곡의 서정성, 세 번째 곡의 레가토, 마지막 곡에 담긴 민속적인 성격을 구분하면서도 각 곡의 정서를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선율을 기민하게 부각하기보다는 다소 장중한 호흡으로 음악을 이끌었고, 그 덕분에 다섯 곡은 서로 다른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서정적인 대목에서 첼로의 음색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첼로가 선율을 주도하는 가운데서도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에 머물지 않았다. 독립적인 음악적 주장을 펼치면서 첼로와 긴밀하게 호흡했고, 두 악기는 민속풍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리듬과 소박한 정서를 함께 살려냈다. 감정을 앞세우거나 표현을 과장하지 않는 노라스의 절제는 원숙한 연주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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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에서는 음색과 분위기의 변화가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짧은 선율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능력과 음악을 깊이 있게 다루는 감각은 인상적이었지만, 음색의 변화는 다소 둔중했다. 드뷔시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선율 자체뿐 아니라 악기 간의 색채 변화와 순간적인 분위기의 전환인데, 이 연주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았다. 음악은 화사한 색채를 펼치기보다는 흑백에 가까운 모노톤으로 들렸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만들어내는 긴장과 대비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표현의 깊이와 스케일은 가볍게 평가하기 어려웠다. 색채의 섬세한 변화보다는 음악의 큰 흐름과 내적인 무게를 중시한 해석이었다.

슈트라우스의 첼로 소나타에서는 작곡가의 풍부한 선율과 낭만적인 표현이 한층 분명하게 드러났다. 첼로의 선율은 충분한 폭과 여유를 지니고 펼쳐졌고, 피아노는 화성과 반주로 이를 뒷받침하면서도 독립적인 역할을 유지했다. 주제의 변화와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감정의 확대 역시 음악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악상을 재빠르게 전환하며 긴장을 높이기보다는 점잖고 넉넉한 호흡으로 음악을 전개하는 쪽에 가까웠다. 이 연주에서 슈트라우스의 낭만성은 순간적인 기교나 극적인 과장보다 선율의 풍요로움과 전체적인 스케일을 통해 전달되었다. 감정의 확대와 전체적인 균형이 조화를 이룬 연주였다.

같은 공연에서 연주된 류재준의 첼로 소나타 제3번은 노라스의 연주를 통해 작품의 음악적 흐름과 선율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음악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연주자는 긴 호흡을 유지했고, 작품의 성격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전달했다. 이처럼 노라스의 연주는 서로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한 가지 표현 방식으로 통일하기보다 작품마다 다른 호흡과 성격을 드러내는 데 의미가 깊었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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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의 음악적 깊이가 두드러진 폐막 공연

10월 16일 폐막 공연은 카르워비치의 교향시 <오시비엥침 가의 스타니스와프와 안나>, 류재준의 바이올린 협주곡,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구성됐다.

카르워비치의 작품은 극적인 전개와 풍부한 관현악 색채가 두드러졌다. 음악의 흐름은 장면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관현악의 색채가 극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음악적 성격은 작품의 서사적 측면을 부각하는 동시에, 선율과 음향이 어떻게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류재준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김계희의 연주를 통해 작품의 기교적 요구와 표현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오케스트라는 독주 바이올린의 선율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면서 협주곡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김계희는 고난도 패시지와 넓은 음역의 변화를 능숙하게 소화했고, 기교가 단순한 과시로 들리지 않도록 음악적 흐름과 연결했다. 김계희의 연주는 기술적 요구를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의 구조와 표현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슈트라우스에서는 오케스트라의 뛰어난 기량과 작품이 요구하는 음향적 성격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지점이었다. 현악기의 합주는 정교하고 균질했으며, 금관은 힘과 정확성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리듬과 앙상블의 정밀함도 뛰어났다. 그러나 현악기의 음색은 슈트라우스의 후기 낭만 관현악에 기대하는 짙고 강렬한 울림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고, 목관 역시 연주의 완성도에 비해 음향적 존재감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우르반스키의 지휘는 템포와 프레이징이 자연스러웠고, 음악을 무리하게 몰아붙이거나 과장하지 않은 채 유연하게 이끌어갔다. 오케스트라를 통솔하는 리드가 안정적이었고, 음악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는 능력도 돋보였다. 다만 이러한 균형 감각은 작품의 극적인 대비와 음향의 팽창을 충분히 끌어내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슈트라우스의 음악에서는 음향이 점차 밀도를 더하고 긴장이 축적되다가 절정에서 폭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날 연주는 각 부분의 연결이 자연스러웠고 앙상블의 정밀도도 높았지만, 그러한 극적 상승과 음향의 대비가 충분히 구현되지는 않았다.

트럼펫의 고음역에서 발생한 몇 차례의 음 이탈 역시 절정의 효과를 약화시켰다. 콘서트마스터와 첼로 수석의 독주도 앙상블의 일부로서는 안정적이었지만, 후기 낭만주의 음악에서 기대하게 되는 개별적인 음색의 풍부함과 강렬한 표현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연주는 정교하고 매끄러웠으며, 우르반스키의 지휘는 음악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다만 슈트라우스 특유의 관능적이고 압도적인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기에는 음향의 밀도와 극적 긴장감이 다소 부족했다. 오케스트라의 기량과 지휘의 안정감이 분명한 장점으로 드러난 가운데, 작품이 요구하는 음향적 규모와 극적인 상승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별도의 과제로 남았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사진_SIMF)

음악제에서 만난 서로 다른 음악적 성취

이번 서울국제음악제는 다양한 시대와 편성의 작품을 통해 실내악과 관현악의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음악제의 인상은 작품마다 다른 요구에 대응한 연주자들의 개성과 해석에서 형성되었다. 어느 음악제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프로그래밍과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국제적 네트워크는 서울국제음악제의 중요한 자산이다. 여기에 작품의 성격을 깊이 탐구하고 연주자들의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무대가 더해질 때, 음악제는 단순히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청중에게 오래 기억될 음악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발전적인 2027년 무대를 기대해 본다.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포스터_SIMF)
2026 서울국제음악제 ‘Bravo, My Life!’ (포스터_S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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