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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특집] 세계경제,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다시 흔들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내 메모리얼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제158회 메모리얼데이(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이란 군사 작전 중 미 장병 13명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으려다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내 메모리얼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제158회 메모리얼데이(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이란 군사 작전 중 미 장병 13명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으려다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시사매거진 = 주성진 기자] 2026년 세계경제가 다시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기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충돌과 에너지 가격 상승,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국제유가와 물류비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은 좁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제권의 성장 속도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으며, 각국은 경제안보와 공급망 재편을 명분으로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역경제 사이의 온도 차는 여전히 크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가와 생활물가가 상승하고 기업의 생산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2026년 하반기 한국경제는 수출 회복의 온기를 내수와 민생경제로 얼마나 확산시킬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전쟁과 에너지 충격, 세계경제의 계산법을 바꾸다

2026년 상반기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다. 미국을 중심으로 소비와 투자가 유지됐고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세계경제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이 동시에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원가를 높이고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세계경제의 성장과 물가에 동시에 부담을 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26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025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지역의 에너지 생산과 수출이 비교적 빠르게 정상화되는 경우에도 세계 성장률은 2026년 2%대 후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분쟁이 장기화돼 에너지 공급 차질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형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에너지 충격은 국가별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주요 산유국이자 에너지 생산국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한국과 일본처럼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는 국제유가 상승이 무역수지와 환율, 국내 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달러 가치까지 함께 상승하면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실제 원화 기준 수입가격이 더 크게 오를 수 있다.

중앙은행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일시적인 유가 상승이 임금과 서비스 가격의 연쇄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경우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거나, 상황에 따라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식료품점에서 주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은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식료품점에서 주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은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미국·유럽·중국,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세계경제

세계경제는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 각기 다른 경제 상황과 정책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환율과 금리, 교역, 글로벌 자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경제는 소비와 투자, 고용시장의 견조한 흐름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소프트웨어 투자가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관세는 수입제품의 가격을 높이고 기업의 조달비용을 늘린다. 기업이 이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면 물가 둔화 속도는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경기와 물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경기가 둔화한다고 금리를 빠르게 낮추면 물가가 재상승할 수 있고,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하면 기업투자와 주택시장,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글로벌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 원화 환율 역시 미국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유럽경제는 물가 안정과 실질임금 개선에 힘입어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높은 에너지 비용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제조업 국가들은 자동차와 화학, 기계산업의 경쟁력 저하에 직면해 있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가격 경쟁, 미국의 자국 산업 지원정책도 유럽 제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확대될 경우 유럽은 미국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유럽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싶어도 에너지발 물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유럽경제는 성장 지원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어려운 정책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투자만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제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세계시장에서는 공급과잉과 저가 수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산 첨단제품에 대한 관세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중국의 경기부양과 첨단산업 성장은 한국산 반도체와 중간재 수요를 늘릴 수 있다. 반면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등에서 한국 기업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왼쪽 세번째)과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 행장(왼쪽 두번째),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오른쪽) 이 9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서 에너지∙AI∙저출산 현안 해결을 위한 한일경제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왼쪽 세번째)과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 행장(왼쪽 두번째),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오른쪽) 이 9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서 에너지∙AI∙저출산 현안 해결을 위한 한일경제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보호무역과 공급망 재편…‘값싼 생산’보다 ‘안전한 생산’

세계 무역질서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가장 저렴한 지역에서 생산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효율성이 중요했다. 이제는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정치적·군사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에서 생산하는 안정성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와 배터리, 의약품, 핵심광물, 방산, 에너지 등 전략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자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거나 동맹국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이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산업보조금과 세액공제, 수입규제, 관세가 경제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 경쟁보다 국가안보와 산업주권이 우선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공급망 재편은 위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지만 비용을 증가시킨다. 기업은 기존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야 하며, 부품과 원재료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은 최종 제품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세계화가 상품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면, 공급망 분절은 구조적으로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도 세계 교역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관세율이 변경될 때마다 기업들은 생산지역과 수출가격, 투자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수출과 현지생산도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가장 강력한 성장동력은 인공지능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클라우드, 전력망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인공지능 확산은 반도체 수요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전력과 냉각설비, 통신장비, 원전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 관련 투자가 일부 대기업과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위험요인이다.

투자 기대가 실제 생산성과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관련 자산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도입으로 일부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고용시장과 임금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방산 등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할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부담도 키우고 있다.

한국 기업은 미국과 유럽에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시장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 국내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는 해외투자 확대와 함께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전력공급과 산업용지, 연구개발 인력, 세제, 규제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시설과 고급 일자리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

한국경제 성장률 상향…반도체가 경기 회복 이끈다

한국경제는 2026년 1분기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고 민간소비와 투자가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2026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5% 안팎의 성장을 전망했다. 전망기관별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은 공통적이다.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분기보다 1.7%,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을 주도했으며,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국내총소득도 크게 늘었다.

한국경제 회복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수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는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기업이익과 설비투자, 세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도체 관련 장비와 소재, 전력설비 산업에도 수요가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위험하다. 특정 산업의 경기 변동이 국가 전체 성장률과 수출, 증시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이외의 업종은 상황이 다르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중국의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차전지는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와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와 조선, 방산, 바이오헬스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민간소비는 임금과 고용여건 개선, 자산가격 상승, 정부의 재정지원 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 회복 속도는 거시경제 지표보다 더딜 수 있다.

주요 지표와 편집 기준

한국은행은 2026년 성장률을 2.6%,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했으며,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한 것으로 발표했다.

KDI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개선을 근거로 2026년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2026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1.6%포인트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OECD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으로 세계경제 전망이 약화됐다고 평가했으며, 단기적인 공급 차질 시나리오에서도 세계 성장률이 2025년 3.4%에서 2026년 2.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OECD의 2026년 한국 성장률 전망은 2.6%다.

2026년 5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4만 명 감소했고, 청년층 실업률은 7.2%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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