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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이 지역을 살린다”

농림축산식품부, 한·일 협력 통해 ‘농촌 빈집재생’ 새 모델 모색 “빈집을 지역자원으로”…체류·창업 공간 전환 본격화

[시사매거진 신혜영 기자] 전국 곳곳에서 급증하는 빈집 문제가 단순한 도시의 흉물이 아닌, 지역 재생의 핵심 자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방치된 빈집을 활용해 관광, 창업, 공동체 회복으로 연결하는 ‘빈집재생 모델’이 국내외에서 성과를 내며 확산 되는 추세다.

(사진_뉴시스)
(사진_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빈집을 단순 철거 대상이 아닌 ‘지역 자산’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그리고 해외 사례까지 결합한 협력 논의가 이어지며 농촌 재생 모델의 방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농촌 빈집정비 협의회’와 ‘빈집재생 지원사업 시범지구 실무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빈집 재생 사례인 고스게촌 마을호텔 모델이 공유되며, 한국형 농촌 재생 전략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촌은 빈집재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마을은 버려진 민가와 공공시설을 단순히 리모델링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마을을 하나의 호텔로 구성하는 혁신적 전략을 택했다.(사진_뉴시스)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촌은 빈집재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마을은 버려진 민가와 공공시설을 단순히 리모델링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마을을 하나의 호텔로 구성하는 혁신적 전략을 택했다.(사진_뉴시스)

“마을 전체를 호텔로”…일본 사례에서 찾은 해법

빈집 재생(빈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용도를 바꿔 다시 활용하는 사업)은 한국·일본 모두에서 도시재생이나 농촌소멸 대응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 야마나시현 고스게촌은 빈집재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마을은 버려진 민가와 공공시설을 단순히 리모델링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마을을 하나의 호텔로 구성하는 혁신적 전략을 택했다.

빈집은 객실로, 폐건물은 레스토랑과 온천 시설로 재탄생했다. 체크인부터 숙박, 식사, 체험까지 마을 전역이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되며 관광객 체류 시간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연간 약 18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고스게촌 모델의 핵심은 건물 재생이 아니라 ‘마을 자체를 콘텐츠화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이번 포럼에 참여한 일본 고스게촌의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한 ㈜사토유메의 시마다 슌페이 대표는 한국의 빈집재생 논의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협력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경 사례…빈집이 관광 콘텐츠로

협의회가 열린 경북 문경 산양정행소 역시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 소개됐다. 해당 공간은 빈집과 유휴공간을 지역특산물 등 로컬 콘텐츠와 결합해 카페와 안내소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한 곳이다. 연간 약 6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지역 활성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포럼에서는 전남 강진, 경북 청도, 경남 남해 등 2025년 빈집재생 시범지구 운영 주체와 일본 운영진이 참여해 현장 경험을 공유했다. 이어 올해 신규 선정된 제주 한경면 조수리·낙천리 사례도 논의됐다.

제주 시범지구는 빈집을 창업공간, 워케이션 시설, 체류형 거점으로 재구성해 생활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국내 빈집재생 사례(산양정행소·볕드는산) 견학(사진_농림축산식품부)
국내 빈집재생 사례(산양정행소·볕드는산) 견학(사진_농림축산식품부)

한국형 모델의 진화… 순천 저전동 ‘마을호텔 어여와’

국내에서도 빈집재생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전남 순천 저전동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마을호텔 어여와’를 조성하며 주목받았다.

어여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하나로 2022년 저전동에 문을 열었다. 이 사업은 방치된 빈집을 숙박시설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골목 전체를 카페·체험공방·게스트하우스로 연결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빈집 3채를 각각 한옥스테이, 정원스테이, 북스테이를 주제로 꾸민 숙박시설로 방문객은 단순 숙박이 아닌 ‘마을 생활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유입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침체됐던 골목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지역 주민의 참여도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어여와는 2022년 한국부동산원 빈집 아이디어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전국 지자체, 주민자치회, 도시재생 사업 기관 관계자들의 선진지 견학도 잇따르고 있다.

순천시는 2019년 부지와 한옥형 폐공가를 사들이고 설계, 공사를 거쳐 마을호텔, 청년 임대주택, 공유 공간, 마을 정원 등을 조성했다. 임대주택에는 청년들이 월세 20만 원을 내고 거주할 수 있다.
 

“1만 원 임대” 해남 모델… 인구 유입 실험

전남 해남군은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과감한 정책을 도입했다. 장기간 방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청년과 귀농 희망자에게 월 1만 원 수준으로 임대하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주거 제공이 아니라, 인구 감소 지역의 정주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초기 정착 비용 부담을 낮춰 농촌 유입 장벽을 낮춘 점이 특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함께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농촌 빈집정비 협의회’와 ‘빈집재생 지원사업 시범지구 실무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빈집 재생 사례인 고스게촌 마을호텔 모델이 공유되며, 한국형 농촌 재생 전략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사진_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농촌 빈집정비 협의회’와 ‘빈집재생 지원사업 시범지구 실무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빈집 재생 사례인 고스게촌 마을호텔 모델이 공유되며, 한국형 농촌 재생 전략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사진_농림축산식품부)

빈집은 문제 아닌 자원, 철거에서 활용으로…정책 방향 전환

현재 국내 빈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해외와 국내 성공 사례는 빈집을 ‘부담’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철거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재생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 기조를 ‘철거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선 활용 가치가 낮은 빈집은 철거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철거비 지원을 호당 최대 700만 원에서 1600만 원(국비 50%·지방비 50%)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지방세법령 개정을 통해 철거 시 재산세 및 취득세 부담도 완화했다. 철거 후 토지에 대해 5년간 재산세 50%를 감면하고, 3년 내 신축 시 취득세 25%를 경감하는 방식이다.

또한 빈집정보를 공공 플랫폼과 민간 부동산 플랫폼에 연계하는 ‘농촌빈집은행’ 제도를 확대해 거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참여 지역을 21개 시·군에서 32개 시·군으로 확대 중이다.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빈집재생의 성공 요인을 ‘물리적 재건’이 아닌 ‘운영 구조’에서 찾는다.

단순히 건물을 고치는 방식은 한계가 있지만, 관광·창업·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경우 지속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민관 협력 구조와 주민 참여가 결합될 때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 기반도 강화…특별법 추진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빈집정비를 위해 ‘농어촌 빈집정비 특별법’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국가의 정비 책임 명시, 정비사업 특례, 지원기구 설치 근거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촌소멸 대응을 위해서는 활용 가치가 있는 빈집을 지역자원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정책과 민간의 창의성·전문성이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촌 빈집 문제는 이제 단순한 정비 과제를 넘어, 지역 재생과 생활인구 유입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정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형 ‘마을 재생 모델’이 일본 사례처럼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국 빈집재생은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전략이다.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쇠퇴한 마을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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