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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포토에세이] 낙동강 하늘길

걸어서 하늘까지 백두대간 낙동정맥 트레일

[시사매거진 조연묵 기자] 백두대간 협곡을 가로지르는 낙동강 세평 하늘길은 걸어서 하늘로 가는 힐링의 신선길이다. 길은 봉화의 오지역인 승부역에서 시작된다.하지만 트레킹은 이미 분천역 열차 탑승 순간부터다. 철로 위로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면 차창 밖 깊은 협곡은 열두폭 병풍 같은 설경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열차가 협곡을 굽이 돌 때마다, 겨울왕국의 숨 막히는 설경이 연속 장면으로 달려온다. 감상도 잠시 풍경에 도취될 틈도 없이 열차는 역에 도착한다. 열차가 선 승부역은 온통 눈세상. 간이 플랫폼마저 하얀 눈으로 덮여 마치 세상의

[시사매거진 조연묵 기자] 백두대간 협곡을 가로지르는 낙동강 세평 하늘길은 걸어서 하늘로 가는 힐링의 신선길이다. 길은 봉화의 오지역인 승부역에서 시작된다.

백두대간 원시비경을 만나는 낙동강 하늘길은 자연과 시간이 하나되는 길이다(사진_류행)
백두대간 원시비경을 만나는 낙동강 하늘길은 자연과 시간이 하나되는 길이다(사진_류행)

하지만 트레킹은 이미 분천역 열차 탑승 순간부터다. 철로 위로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면 차창 밖 깊은 협곡은 열두폭 병풍 같은 설경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열차가 협곡을 굽이 돌 때마다, 겨울왕국의 숨 막히는 설경이 연속 장면으로 달려온다. 

하늘길을 달리는 백두대간 눈꽃열차 차창 밖엔 겨울왕국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사진_류행)
하늘길을 달리는 백두대간 눈꽃열차 차창 밖엔 겨울왕국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사진_류행)

감상도 잠시 풍경에 도취될 틈도 없이 열차는 역에 도착한다. 열차가 선 승부역은 온통 눈세상. 간이 플랫폼마저 하얀 눈으로 덮여 마치 세상의 끝에 놓인 작은 정거장 같아 보인다.

발자국 하나 없는 철로 위엔 소복히 눈이 쌓여, 열차가 지나기 전까지 세상은 고요 속에 잠겨 있는 듯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산과 계곡뿐,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뿐이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뿐인 산골 오지역이지만 우리의 꿈과 희망을  샘솟게 하는 낭만역이다 (사진_류행)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뿐인 산골 오지역이지만 우리의 꿈과 낭만이 깃든 추억의 역이다 (사진_류행)

승부역에서 시작하는 낙동강 세평 하늘길은 그 옛날 신선이 살던 시절로 걸어가는 길이다. 길가에 놓인 풍경 곳곳에는 옛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려 있다.

낙동강 하늘길 12선경(仙境) 이야기다. 그래서 낙동강 하늘길을 걷는 트레킹은 '전설따라 삼천리'로 걸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산자분수령, 강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건너지 않는다. 그래서 강은 산의 경계가 되고 산은 강의 길을 만든다.(사진_류행)
산자분수령, 강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건너지 않는다. 그래서 강은 산의 경계가 되고 산은 강의 길을 만든다.(사진_류행)

협곡 사이로 난 강변길을 한참 걸으면 꽁꽁 언 얼음장 아래로 세찬 물결이 흘러 바위를 감싸고 돌아,  깊은 못에 모임을 보게 된다. 못에서 포말(泡沫)을 안은 물결은 숨을 돌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깊이를 다듬는다.

길을 걷는 이들도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호흡을 고른다. 일기는 청명하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매서운 북풍한설은 여기가 백두대간 원시 협곡임을 일깨워준다.

낙동강 하늘길을 걸으면 낙동강 12선경을 만나게 된다. 월섬이 거북바위가 된 이야기, 숱한 사연과 스토리가 풍경이 된다.(사진_류행)
낙동강 하늘길을 걸으면 낙동강 12선경을 만나게 된다. 월섬이 거북바위가 된 이야기, 숱한 사연과 스토리가 풍경이 된다.(사진_류행)

하늘을 담고 구름을 품고 바람을 타고 흘러온 강물은 이제 다시 바위와 숲을 뒤로 하고 앞으로 아래로 흐른다. 그 물결 따라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함께 달리고 철길 곁으로 하늘길은 이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길을 걸어간다.

꽁꽁 언 강물 위에 잠시 멈춰 서서 낙동강의 생명과 평화와 공생을 생각한다(사진_류행)
꽁꽁 언 강물 위에 잠시 멈춰 서서 낙동강의 생명과 평화와 공생을 생각한다(사진_류행)

길은 내 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길을 간다. 이 길의 끝이 어디인지 어디로 향한 길인지는 중요치 않다. 우리는 지금 이 길을 걷는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며 이 길을 갈 뿐이다. 도보길이든 인생길이든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 순간과 순간의 연속이 본질임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된다.

눈쌓인 얼음장 아래로 강물은 굽이쳐 흐르고, 물결 따라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달리며 그 곁으로 낙동강 하늘길은 이어진다(사진_조용우)
눈쌓인 얼음장 아래로 강물은 굽이쳐 흐르고, 물결 따라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달리며 그 곁으로 낙동강 하늘길은 이어진다(사진_류행)

12선경의 네 번째 즈음에 있는 거북바위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 보면 선문(仙門)이 보인다. 선계로 가는 문이 골짜기에 우뚝 서 있다. 곤륜으로 가는 아득한 이상향의 문이다. 물을 건너 물을 열어 산으로 가는 길이고, 하늘로 가는 길이며 비 내린 뒤 안개가 가는 길이다. 신선이 되고자 하는 자, 선문을 열고 곤륜으로 가시라. 

낙동강 하늘길은 꽁꽁 얼어붙은 낙동강의 빙판 위를 누비며 강물을 횡단하는 체험도 즐긴다(사진_류행)
낙동강 하늘길은 꽁꽁 얼어붙은 낙동강의 빙판 위를 누비며 강물을 횡단하는 체험도 즐긴다(사진_류행)

12선경 중 절반 가량을 지나면 영화 '기적'의 기차역이 다소곳이 자리잡은 오지마을 양원(兩院)이 나온다. 오늘 트레킹의 종착지다. 하늘길은 한참 더 비동마을과 협곡이 유명한 체르마트길을 지나 분천역까지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여기서 멈춘다.

비동마을을 지나는 체르마트길은 안전의 우려로 철길 터널과 다리를 건너는 낭만적인 구간이 폐쇄되었고, 분천역까진 걸어온 길 보다 더 많은 거리가 남은 탓이다.

눈 쌓인 강은 꽁꽁 얼었지만 얼음 아랜 세찬 물결이 흐른다. 하얀 빙판을 가로질러 물속으로 들어간 수달의 발자국이 정겨웁다.(사진_류행)
눈 쌓인 강은 꽁꽁 얼었지만 얼음 아랜 세찬 물결이 흐른다. 하얀 빙판을 가로질러 물속으로 들어간 수달의 발자국이 정겨웁다.(사진_류행)

양원역의 플랫폼 위에는 아직 눈이 얇게 쌓여 있어 차분한 고요를 만들고 있다. 시간마저 잠시 쉬는 듯 하더니 이내 열차가 멀리서 울리며 들어올 때, 그 짧은 진동과 소리는 겨울 풍경 속 정적을 깨트리기 보단, 오히려 한 장면의 시적 여운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양원역은 겨울 산골 속 사람과 자연, 시간과 고요가 만나는 작은 서사시가 되었다.

영화 기적의 무대인 양원역 대합실에서 아이는 열차를 기다리며 기적을 생각한다(사진_류행)
영화 기적의 무대인 양원역 대합실에서 아이는 열차를 기다리며 기적을 생각한다(사진_류행)

 양원역의 서사는 영화 기적이 이미 아름답게 보여 준다. 영화는 더도 덜도 없이 양원역이 탄생하게 된 신화를 아름다운 서사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양원역은 간절함이 기적이 된 증거이다. 

양원에서 짧은 숨을 고른 백두대간 협곡 열차는 다시 십이폭 산수화를 뒤로 하며 분천역으로 내달린다.

우리는 이곳 분천산타마을에서 따뜻한 해장국으로 배도 채우고 향기로운 커피도 마시며 낙동강 뿌리를 찾아 떠나온 일박이일의 생명 평화 공생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낙동강 하늘길이여, 낙동강이여 영원하라.

*글 : 조용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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