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빛과 그림자’ 서울시향의 2026
얍 판 츠베덴과 함께하는 세 번째 시즌의 서사 말러 전곡 녹음 프로젝트와 모차르트 페스티벌로 읽는 한 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시즌의 이름은 ‘빛과 그림자’다. 2026년 시즌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공개한 서울시향은 말러와 모차르트, 브루크너와 베토벤에 이르기까지 교향곡의 역사와 감정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며 한층 깊어진 음악적 서사를 예고한다.일곱 개의 색으로 펼치는 시즌지난해 12월 국립오페라단과 바그너 오페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호평을 이끌어낸 서울시향은, 2026년에도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특유의 밀도 높은 사운드와 구조적 명료함을 중심으로 세계 정상급 아티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시즌의 이름은 ‘빛과 그림자’다. 2026년 시즌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공개한 서울시향은 말러와 모차르트, 브루크너와 베토벤에 이르기까지 교향곡의 역사와 감정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며 한층 깊어진 음악적 서사를 예고한다.
일곱 개의 색으로 펼치는 시즌
지난해 12월 국립오페라단과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호평을 이끌어낸 서울시향은, 2026년에도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특유의 밀도 높은 사운드와 구조적 명료함을 중심으로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이어간다. 관현악 17회, 실내악 6회를 포함해 총 37회로 구성된 이번 시즌은 서울시향이 현재 도달한 음악적 깊이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향은 이번 시즌을 일곱 개의 키워드로 엮어냈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함께하는 ‘빛과 그림자’를 중심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 모차르트 페스티벌, 세계적인 스타 지휘자의 서울시향 데뷔, 새로운 얼굴의 아티스트와의 첫 만남, 한국 음악가들과의 협업, 그리고 해설이 있는 실내악 시리즈 ‘체임버 클래식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시향이 축적해온 미학과 음악적 비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2026년 시즌 전체의 결을 형성한다.
레코딩으로 만나는 말러
이번 시즌의 중심에는 여전히 말러가 자리한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2024년 1월 취임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이며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의 포문을 열었고, 2025년 교향곡 2번과 7번에 이어 2026년에는 교향곡 4번과 6번 ‘비극적’을 연주하며 여정을 이어간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협연하는 교향곡 4번은 천상의 순수함과 온화한 서정을, 교향곡 6번은 인간의 고뇌와 파국적 운명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말러 음악의 양극을 선명하게 드러낼 예정이다.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은 2024년 10월 클래식 전용 앱 ‘Apple Music Classical’을 통해 공개된 이후 국내외 주요 언론과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말러 페스티벌에서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교향곡 6번 연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시즌 서울시향과 함께 빚어낼 말러 사운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이고 있다.
모차르트 &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내한
10월에는 2주간의 모차르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레퀴엠>을 중심으로 빛과 어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모차르트의 감정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과 서울시향 수석이자 비올리스트 강윤지가 무대에 오르며, 루카스 유센과 아르투르 유센 형제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함께 연주한다. <레퀴엠> 무대에는 소프라노 홍주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손지훈, 바리톤 이동환과 국립합창단이 함께해 장엄한 울림을 완성할 예정이다.
2026년 시즌에는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이끄는 지휘자들의 서울시향 데뷔 무대도 이어진다. 파리 오페라와 빈 국립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필리프 조르당이 1월 무대에 처음 오르며, 6월에는 밤베르크 심포니 상임지휘자로 16년간 활동한 뒤 현재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조너선 노트가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7월에는 헬싱키 필하모닉 명예 음악감독인 핀란드 출신 여성 지휘자 수산나 멜키가 이번 시즌 유일한 마에스트라로 무대에 선다. 여기에 서울시향과 오랜 호흡을 이어온 마르쿠스 슈텐츠와 한누 린투,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지휘자 최수열과 김선욱도 시즌의 흐름에 함께한다.
협연자로는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발휘해온 아티스트들이 서울시향과 첫 만남을 갖는다. 신년 음악회에서는 오스트리아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루돌프 브후빈더가 서울시향과 처음 호흡을 맞추며, 5월에는 ‘맨발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알리스 사라 오트가 강렬한 음악 세계를 펼친다. 9월에는 포르테피아노 연주의 권위자로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가 서울시향 데뷔 무대를 갖는다.
한국 음악가들과 동시대의 목소리
한국 출신 음악가들과의 협업 역시 이번 시즌의 중요한 축이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역사상 여성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 최연소 종신 악장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2021년 에네스쿠 콩쿠르, 2022년 윤이상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한재민이 협연 무대에 오른다. 또한 소프라노 황수미·홍주영·홍혜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양송미, 테너 손지훈·김성호, 바리톤 이동환, 베이스 심기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참여해 다채로운 음색과 깊은 울림을 더한다.
현대음악 레퍼토리 역시 폭넓게 구성됐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음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정재일에게 위촉한 ‘Inferno’ 세계 초연을 통해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2006년생 작곡가 이하느리의 신작을 새롭게 위촉해 선보인다. 더불어 서거 30주년을 맞은 윤이상,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인 진은숙,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 수상자인 신동훈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음악의 흐름을 조망한다.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실내악 시리즈 또한 주목할 만하다. 미국, 슬라브,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대한민국 등 세계 각지를 주제로 구성된 실내악 프로그램은 2026년 새롭게 선보이는 해설이 있는 ‘체임버 클래식스’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의 맥락과 음악적 구조를 함께 짚어가는 이 시리즈는 실내악을 보다 친근하고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빛과 그림자’라는 시즌 타이틀처럼 서울시향의 2026년은 명암이 또렷한 음악으로 채워진다. 그 대비의 한가운데에서 서울시향은 얍 판 츠베덴과 함께, 지금 이 시대에 오케스트라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는 사운드로 증명해 보일 것이다.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