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 원오사 대원 정관주지 "행복은 성취가 아닌 '관계'의 문제… 도심 사찰은 공동체의 플랫폼"
지장보살 원력으로 본 연대의 철학...장학사업·도량 중창 통해 '닫힌 수행'에서 '열린 공동체'로 전환
[시사매거진 한창기 기자] 동짓날을 앞두고 부산 도심의 한 사찰에서 원오사 대원 정관 주지스님을 만났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이 시기, 스님은 "공부도 풍성하고 마음도 풍요로운 그대이기를 바란다"는 인사로 대화를 열었다.부산 해운대구 윗반송로에 자리한 원오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 통도사의 말사다. 밀집한 주거지 한가운데서 원오사는 도심 포교와 공동체의 역할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지장보살'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원력의 상징- 지장보살은 어떤 존재인가"지장보살은 육도의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시사매거진 한창기 기자] 동짓날을 앞두고 부산 도심의 한 사찰에서 원오사 대원 정관 주지스님을 만났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이 시기, 스님은 "공부도 풍성하고 마음도 풍요로운 그대이기를 바란다"는 인사로 대화를 열었다.
부산 해운대구 윗반송로에 자리한 원오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 통도사의 말사다. 밀집한 주거지 한가운데서 원오사는 도심 포교와 공동체의 역할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지장보살'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원력의 상징
- 지장보살은 어떤 존재인가
"지장보살은 육도의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이다. 지옥의 중생까지 모두 구제한 뒤에야 성불하겠다는 '크고 깊은 원력'을 지닌 존재다. 중생 제도를 위해 끝까지 나아가는 보살이라 보면 된다."
- 지장보살 정근의 의미는
"원오사 신축 건물 3층에 지장보살을 모시고 조상 위패를 봉안해 기도하고 있다. '지장보살' 명호를 부르며 올리는 정근은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동시에, 현세의 어려움 속에서 마음을 다잡는 수행이다."
'관계'를 외면할 때 불행이 시작된다
-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사람과 사람, 자연, 하늘과 땅, 물과 흙까지 모든 존재는 서로 의존한다. '나 홀로' 존재하는 삶은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혼자서도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관계를 외면할 때 불행이 시작된다."
"타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반대로 타인의 불행은 결국 나의 불행으로 돌아온다. 이를 이해하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게 되고, 사회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작은 나눔'이 '꾸준한 연대'로… 지역과 함께하는 사찰
- 원오사의 장학재단은 어떻게 시작됐나
"'꿈나무 가꾸기 명정 장학재단'은 2009년 방과 후 공부방 운영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에게 용돈과 장학금을 지원하다 보니 장학사업으로 이어졌고, 후원자가 늘어나며 투명한 운영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현재는 부처님오신날을 포함해 연 2회, 약 5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역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자비 실천 도량' 중창 불사를 추진한 배경은
"원오사는 대웅전에서 입구까지 높이가 약 8층으로 계단과 경사가 가파르다. 어르신 신도들이 오르내리기 쉽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훨씬 편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는 일상 속 수행과 치유가 함께 이뤄지는 명상센터로 확장하고 싶다."
도심 사찰, 수행과 쉼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
- 원오사의 창건 배경은
"이 일대에는 구한말 작은 성불사가 있었다. 이후 서지원 스님이 불사를 크게 일으키며 사명을 '운봉사'로 정했고, 도시 개발 과정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도심 포교 중심 사찰로 운영해 오고 있다."
- 도심 사찰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나
"멀리 찾아오는 수행처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언제든 들러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원오사에 오면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전각을 차분히 돌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수행이자 쉼이다."
‘끝까지 기다리는 마음’… 지장보살 신앙의 본질
- 지장보살 신앙의 핵심은
"지장 신앙은 누군가를 대신해 빌어주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마음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래서 조상 위패를 봉안하고 지장 정근을 이어가고 있다."
- 스님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관계를 외면할수록 마음은 고립되고, 거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군가의 행복은 또 다른 기회를 만들고, 그것이 공동체의 안정으로 돌아온다."
- 사찰이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하는 이유는
"사찰이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송 주민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자비 실천 도량'을 사랑방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해 왔고, 현재는 중창을 준비 중이다. 장학사업 역시 지역 청소년과 함께하는 나눔의 실천이며,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동짓날을 앞둔 원오사에서의 만남은 화려한 설법이 아닌 차분한 성찰에 가까웠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그리고 그 관계를 회복하는 공간으로서의 사찰. 대원 정관 주지스님의 메시지는 도심 한가운데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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