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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게이트 ①] 9조 사라진 날...'폭락의 문' 여는 질문들

동시에 무너진 8개 종목, 자연적 시장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라덕연 프레임’과 4월 24일 공백...여전히 풀리지 않은 구조적 의문

[시사매거진 탐사보도국] 2023년 4월 24일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한국 주식시장은 전례 없는 붕괴의 순간을 마주한다.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다올투자증권, 선광, 세방, 하림지주.서로 산업 구조도, 지배구조도, 사업 모델도 겹치지 않는 8개 종목이 개장 5분 만에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들 종목은 공통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저평가 소외주로 분류되던 종목군이었다. 지배구조 특성상 외부에서 지속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기 어렵고, 거래량도 적어 단기간에 급등하기 힘든 구조라는

‘라덕연 게이트’ 9조 원이 사라진 날. (사진_Chat GPT 생성)
‘라덕연 게이트’ 9조 원이 사라진 날. (사진_Chat GPT 생성)

[시사매거진 탐사보도국] 2023년 4월 24일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한국 주식시장은 전례 없는 붕괴의 순간을 마주한다.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다올투자증권, 선광, 세방, 하림지주.

서로 산업 구조도, 지배구조도, 사업 모델도 겹치지 않는 8개 종목이 개장 5분 만에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들 종목은 공통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저평가 소외주로 분류되던 종목군이었다. 지배구조 특성상 외부에서 지속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기 어렵고, 거래량도 적어 단기간에 급등하기 힘든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상승 탄력성이 낮은 종목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이날 이들 종목이 급락하기 전까지는 외국인 계좌·특정 투자자 계좌를 통한 매수세가 반복적으로 유입되며 주가가 수년간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아 왔다. 이 흐름은 CFD(차액결제거래) 구조 특성상 실제 보유 주체와 매매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계좌들이 매수에 참여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4월 24일 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해당 종목들은 거래가 체결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급락했고 서로 다른 종목임에도 거의 동일한 차트 패턴을 그리며 하한가로 직행했다. 불과 3주 동안 이들 종목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언론 추산 기준 약 9조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당시 언론은 이를 “SG증권발 폭락”이라고 불렀다.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에서 대량 매도 주문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초기부터 “SG증권”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의문점들이 시장 곳곳에서 제기됐다.

기업 펀더멘털도 외부 충격도 없었다

폭락 당시 8개 종목 모두에서 실적 악화, 경영 위기, 파산 가능성 등 급락을 유발할 만한 내부 요인은 관찰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격한 충격, 지정학적 변동성, 금리 급변 같은 외생 요인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종목들은 같은 시간, 같은 속도,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것을 '복사한 듯한 차트'라고 불렀다. 서로 관련성이 거의 없는 종목이 동일 시점에 동일 강도로 급락하는 현상은 통상적인 시장 작동 원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된 붕괴 충격

폭락 직후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삶의 기반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전세금, 노후자금, 생활비까지 잃었다는 글이 커뮤니티 곳곳에 올라왔다. 특히 CFD(차액결제거래) 계좌를 통해 레버리지 투자를 진행한 투자자 상당수는 강제청산 과정에서 손실이 확대되어 억대에서 수십억 원대의 추가 채무까지 떠안게 됐다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 피해 규모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금융 제도와 감독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됐다.

폭락 직후 등장한 이름 '라덕연'

폭락 직후 금융당국과 언론은 라덕연 씨의 이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비인가 투자자문 운영, 차명·CFD 계좌 활용, 특정 종목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아 왔다.

검찰은 2019~2023년 동안 일부 종목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약 70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라 씨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8년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공소장과 판결문을 보면 라 씨의 범죄는 대부분 ‘주가를 올리는 과정’에 집중돼 있다. 즉, 4월 24일의 급락과 직접 연결된 기계적 작동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지점이 많다.

상승 조작과 단기 폭락은 구조가 다르다

검찰이 밝힌 라덕연 조직의 시세조종 방식은 다음과 같다. △특정 종목을 장기간 분할 매수한다. △매도 물량을 조절해 호가를 관리한다.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만들며 가격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즉, 몇 년간 누적되는 완만한 상승 그래프다.

하지만 4월 24일의 급락은 임계점이 무너지는 순간처럼 단 몇 분 사이에 발생했다. 폭락은 통상 대량 매도, 레버리지 구조 붕괴, 강제청산 알고리즘의 연쇄 작동, 유동성 증발,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발생해야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급격한 붕괴가 “단일 개인의 의도만으로 발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블록딜, 공매도, CFD 청산 알고리즘, 유동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꾸준히 주목해 왔다.

‘CFD 강제청산’이 너무 빨리 원인으로 특정됐다

폭락 당일 언론은 개장 직후 “CFD 폭탄이 터졌다”,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는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그러나 CFD라는 용어는 당시 일반 투자자 및 경제 전문가들에게도 낯선 개념이었고  금융당국의 공식 분석도 나오기 전이었다.

원인 규명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한 방향(CFD·라덕연)으로 집중된 흐름은 “분석이 충분했는가”라는 시장의 의문으로 이어졌다.

임창정, ‘작전 세력’이 아닌 ‘피해 투자자’로 정리된 사례

이 사건이 대중적 관심을 폭발시킨 계기 가운데 하나는 가수 임창정 씨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한 시점이었다. 임 씨는 라덕연 측과 함께 투자설명회 자리에 있었던 영상이 공개되며 ‘작전 세력 공범’ 의혹에 휘말렸다.

그러나 임 씨는 “라덕연 씨 측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고 사업 협업을 논의했으나 결과적으로 막대한 손실과 추가 채무를 떠안게 된 피해 투자자”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검찰도 계좌 분석과 자금 흐름 조사 끝에 임 씨에게 시장 교란 공범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 임창정 사례는 겉으로 보이는 관계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라덕연 씨 주변에는 연예인, 자산가, 일반 고액 개인 등 다양한 투자자가 존재했고 이들 대부분은 구조적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폭락일의 핵심 공백...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들

폭락일인 4월 24일에 대한 핵심 데이터는 공식 문서에서 일부 공백으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흐름은 다음과 같다. △일부 대주주는 폭락 이전 시점에 주식을 매도했다는 공시가 있었다. △일부 종목에서는 폭락 직전 평소보다 공매도 거래가 증가했다. △CFD 강제청산 알고리즘이 가격 하락을 증폭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CFD 위험성을 일정 부분 인지하고 있었으나 사전 경고나 조치는 제한적이었다.

각각의 사실만으로 특정 주체를 지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요인이 같은 날, 같은 종목군에서 동시에 작동했다는 점은 이번 폭락이 단순히 한 개인의 시세조작이 무너진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라덕연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어디부터가 구조인가

라덕연은 대규모 시세조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조직이 상당 기간 특정 종목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 놓고 보면 4월 24일의 단기 폭락을 기계적으로 촉발한 주체가 라덕연 씨였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라덕연은 구조의 일부일 수 있으나, 폭락의 전부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라덕연 게이트' 1편의 결론...질문에서 다시 출발한다

1편은 결론을 내리기 위한 글이 아니라 사건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출발선에 가깝다.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8개 종목이 같은 순간에 동일한 패턴으로 무너졌는가 △왜 피해는 압도적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됐는가 △왜 폭락의 기계적 구조와 매매 주체는 지금까지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는가 △왜 CFD와 라덕연이라는 단일 프레임으로 급히 정리되었는가

결론적으로 4월 24일 폭락은 여러 구조적 요인이 겹쳐 나타난 결과였을 가능성이 크다. 라덕연은 그 구조 속 중요 인물이지만, 폭락의 직접적 촉발자로 단정하기에는 공개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2편에서는 '라덕연 조직 내부...시세조작 엔진은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통해 조직의 실제 움직임과 ‘상승 조작의 구조’를 본격적으로 해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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