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마지막 길, 자연에 상처 남기진 말아야
친환경 장례는 죽음 대하는 태도의 문제, 생명과 자연에 대한 철학
[심상열 시사매거진 칼럼니스트] 오랜 기간 장례지도사로 일했다. 수많은 고인을 맞이했고, 그보다 더 많은 유가족을 만났다. 그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깨달았다. 사람은 죽음 속에서도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하지만 우리 사회 장례문화는 여전히 화려함과 체면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관은 두껍고 반짝이며, 수의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장례식장의 조화들은 대부분 플라스틱과 비닐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예식을 위해 쓰이고, 곧 버려진다. 화장로 안에서는 이들이 타며 다이옥신과 미세먼지를 내뿜는다. 죽음을
[심상열 시사매거진 칼럼니스트] 오랜 기간 장례지도사로 일했다. 수많은 고인을 맞이했고, 그보다 더 많은 유가족을 만났다. 그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깨달았다. 사람은 죽음 속에서도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장례문화는 여전히 화려함과 체면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관은 두껍고 반짝이며, 수의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장례식장의 조화들은 대부분 플라스틱과 비닐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예식을 위해 쓰이고, 곧 버려진다. 화장로 안에서는 이들이 타며 다이옥신과 미세먼지를 내뿜는다. 죽음을 통해 남겨야 할 것은 평화인데, 우리는 오히려 자연에 새로운 상처를 남기고 있다.
필자는 장례식장에서 죽음의 현실을 본다. 유가족들은 “조용히, 소박하게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하지만, 막상 장례 절차가 시작되면 대부분 “남들 눈이 있으니”라며 더 크고 비싼 관, 더 화려한 장식을 선택한다. 고인을 위한 예식이 어느새 산 자를 위한 행사로 변질된다. 그 순간 스스로 늘 묻는다. ‘정말 이게 고인을 위한 일일까, 아니면 남은 이를 위한 위안일까.’
'이제 정말 흙으로 돌아가시는구나' 감정 전해져
최근 필자는 친환경 장례용품을 권한다. 종이와 펄프, 대나무, 천연섬유로 만든 관과 수의,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가능한 제단 장식들. 이 재료들은 화학물질이 거의 없어 화장 시 유해가스가 적고, 매장하면 몇 달 안에 자연스럽게 생분해된다. 고인을 감쌀 때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은 의외로 따뜻하다. ‘이제 정말 흙으로 돌아가시는구나’ 하는 감정이 전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녹록지 않다. 친환경 장례용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용이 다소 높은 경우도 있고, 일부 장례식장은 전통 문화라는 미명 아래 그리고 인식 부족에서 오는 이유로 유가족에게 추천조차 하지 않는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부족하다. 장례문화가 오랫동안 관행과 산업의 논리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례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나는 확신한다. 이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지금 방식대로라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환경의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한 번은 유가족이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평생 흙을 일구신 분이었어요. 마지막은 흙으로 돌아가는 게 맞겠지요.” 그날 우리는 친환경 펄프관과 한지수의를 사용했다. 화려함은 없었지만 공기에는 자연의 향이 감돌았다. 장례가 끝난 후 유가족은 말했다. “마음이 편하네요. 아버지가 편히 가신 것 같아요.” 그 말이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함께 순환하는 장례로 바꾸는 일" 절실한 사회 과제
친환경 장례는 단순히 소재의 문제를 넘어,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자 생명과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철학이다.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 ‘보여주기 위한 장례’에서 ‘함께 순환하는 장례’로 바꾸는 일. 그 변화가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하다.
장례는 더 이상 산업이 아니라 생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친환경 장례용품 인증제 도입, 공영묘지 내 자연장 확대,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감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 언젠가 “그의 장례는 조용했고, 참 자연스러웠다”는 말이 최고의 추모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가 떠난 자리에 남는 것이 매연과 쓰레기가 아니라,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는 한 줌의 종이이길 바란다. 그것이 인간이 자연에게 바칠 수 있는 마지막 예의다.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