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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많았던 그녀, 김히어라가 돌아왔다. 찢겨진 화가 '프리다'의 깊은 내면 마주한 110분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멕시코 화가의 삶, 그리고 2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배우의 간절함이 만나 탄생한 완벽한 무대

김히어라가 그려낸 '프리다'의 내면[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7월 27일 오후,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 로비에 걸린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포스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네 명의 여배우가 각각 프리다, 레플레하르, 데스티노, 메모리아 역으로 캐스팅된 오늘의 라인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히어라의 모습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녀가 과연 어떤 프리다를 보여줄까.액자 속 토크쇼로 펼쳐지는 격정의 삶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 화가이자 사회운동가 프리다 칼로의 파란

뮤지컬 프리다 포스터 (사진출처_김히어라 인스타그램/hereare0318)
뮤지컬 프리다 포스터 (사진출처_김히어라 인스타그램/hereare0318)

김히어라가 그려낸 '프리다'의 내면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7월 27일 오후,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 로비에 걸린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포스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네 명의 여배우가 각각 프리다, 레플레하르, 데스티노, 메모리아 역으로 캐스팅된 오늘의 라인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히어라의 모습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녀가 과연 어떤 프리다를 보여줄까.

입구에 설치된 포토존
입구에 설치된 포토존

액자 속 토크쇼로 펼쳐지는 격정의 삶

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 화가이자 사회운동가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삶을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낸 창작 쇼 뮤지컬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이 작품은 202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초연되어 주목받았고, 2025년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극장에 들어서자 객석이 거의 만석이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무대는 프리다가 가상의 토크쇼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출연해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1막 110분 동안 그녀의 어린 시절 소아마비부터 18세의 치명적인 교통사고, 디에고 리베라와의 격정적인 사랑과 갈등, 그리고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여정이 쉼 없이 펼쳐진다. 네 명의 여성 배우가 모든 배역을 소화하며, 붉은 심장과 금이 간 거울 같은 상징적 무대 장치가 프리다의 그림 언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열연 중인 김히어라 (시진출처_EMK)
열연 중인 김히어라 (시진출처_EMK)
무대 뒤에서 동료 연기자들과 (사진출처_김히어라 인스타그램/hereare0318)
무대 뒤에서 동료 연기자들과 (사진출처_김히어라 인스타그램/hereare0318)

고통 속에서 피어난 예술혼

프리다 칼로가 살았던 1907년부터 1954년은 멕시코 혁명과 격변의 시대였다. 포르피리오 디아스 독재 말기에 태어나 멕시코 혁명을 겪으며 성장한 그녀는 당시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강인한 자아의식을 보여줬다.

뮤지컬은 프리다의 삶을 네 시기로 나누어 표현한다. 6세에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약해진 어린 시절, 18세의 버스 사고로 척추와 골반이 손상된 청춘, 디에고 리베라와의 격정적인 결혼 생활, 그리고 신체적 고통이 극에 달한 말년까지.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남긴 143점의 그림 중 55점이 자화상이라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프리다 하면 강렬한 눈썹만 떠올렸는데, 뮤지컬을 통해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사실은 슬픔과 고통을 삼킨 표정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작품이 자화상 외에도 '비바 라 비다'같은 수박 정물화, '내가 가진 것'같은 상상적 풍경화, '멕시코와 미국 국경선에서의 자화상'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까지 다양했다.

프리다 칼로, 비바 라비다, 1954년, 섬유판에 유채, 59.5×50.8㎝, 멕시코시티, 프리다 칼로 미술관 소장.
프리다 칼로, 비바 라비다, 1954년, 섬유판에 유채, 59.5×50.8㎝, 멕시코시티, 프리다 칼로 미술관 소장.

몸을 찢는 듯한 연기

무대 위 김히어라는 단순히 프리다에 빙의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프리다를 창조해냈다. 2023년 학폭 논란으로 2년간 활동을 중단한 그녀가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간절함과 진정성은 관객석까지 전해져 왔다.

'코르셋' 넘버에서 그녀는 매 순간 몸을 찢는 듯한 연기로 프리다의 고통과 회복을 구현했다. "그림은 유일한 나를 일으키는 수단이고 기회 같았다"라는 대사는 그녀의 실제 경험과 겹치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특히 피날레 '비바 라 비다' 넘버에서 외치는 "인생이여, 만세!"는 그녀의 재도약과 프리다의 삶이 하나 된 순간이었다.

장은아, 박선영, 허윤슬의 무대도 김히어라에 뒤지지 않았다.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했다. 네 명의 배우가 프리다를 중심으로 레플레하르(디에고), 데스티노(죽음), 메모리아(어린 프리다 및 평행우주)를 연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디자인도 탁월했다. 붉은 심장 모양의 구조물과 금이 간 거울은 프리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조명이 심장의 박동을 연상시키며 감정을 증폭시켰다. 음향 역시 각 넘버마다 몰입감을 극대화하며 프리다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뮤지컬의 무대 장치
뮤지컬의 무대 장치

고통 속에서 찾은 희망의 메시지

학폭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며, 김히어라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그녀를 한 명의 예술가로 바라보기로 했다. 2년의 침묵을 깨고 선택한 무대가 하필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프리다 역을 연기한 김히어라 (사진출처_EMK)
프리다 역을 연기한 김히어라 (사진출처_EMK)

뮤지컬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삶과 예술을 한국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단순한 전기 뮤지컬을 넘어선다. 액자식 구성과 쇼 형식을 통해 관습적인 서사를 벗어나 보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녀의 내면을 파고든다.

공연을 보며 프리다의 예술혼을 통해 삶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법을 배웠다. 그녀가 마지막 그림에 남긴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라는 메시지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삶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강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학로 극장가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만난 이 공연은 예술과 삶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관객에게 진정한 '비바 라 비다'의 메시지를 전한다. 9월 7일까지 이어지는 이 특별한 무대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같은 배역, 다른 시간 속에서 더욱 깊어진 김히어라의 프리다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프리다가 남기고 싶어했던 메시지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사진출처_EMK)
프리다가 남기고 싶어했던 메시지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사진출처_E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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