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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클담] 2024년 서울시향, “츠베덴과 함께 달려 볼까요?”

2023년 연말 콘서트는 ‘SPO 2024’의 축약판 김준형의 '클래식이 자라는 담벼락' vol.14

-공연 리뷰-1.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2023년 11월 24일, 롯데콘서트홀)2. 베토벤 삼중 협주곡 (12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3.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12월 22일,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의 2024년 시즌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며 5년간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다루고 탑클래스 스타와 협연한다. 올해 서울시향이 기대되는데, 세 번의 2023년 연말 콘서트는 ‘SPO 2024’의 축약판이었으며 예

Jaap van Zweden (c)Simon van Boxtel
Jaap van Zweden (c)Simon van Boxtel

-공연 리뷰-

1.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2023년 11월 24일, 롯데콘서트홀)

2. 베토벤 삼중 협주곡 (12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12월 22일,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의 2024년 시즌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며 5년간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다루고 탑클래스 스타와 협연한다. 올해 서울시향이 기대되는데, 세 번의 2023년 연말 콘서트는 ‘SPO 2024’의 축약판이었으며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로서의 음악적 지향과 트레이닝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츠베덴의 영민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오케스트라일지라도 단기간에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낸다. 연말 콘서트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만으로 레퍼토리를 삼아, 트레이닝 포인트를 착안하여, 오케스트라와 함께 빠른 호흡으로 달려가고자 하지 않았을까? 오케스트라의 반응도를 살펴보고자 했던 시도가 연주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포스터=서울시향)
(포스터=서울시향)

12월 1일-베토벤-차이콥스키

두 번째 콘서트에서 지휘한 차이콥스키 <운명 교향곡> 제5번에서 그만의 예민한 감성과 함축적인 정서도 돋보였으나 새해를 위한 포석으로서 조심스러운 시동을 걸고 있었다. 간헐적인 감정의 연소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긴 했으나, 첫 악장부터 정연한 구도와 성부 간 밸런스가 정돈된 가운데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음악이 전개되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극한의 조탁과 함께 탄력적인 악단의 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다.

비르투오지티virtuosity의 시험대라 할 수 있는 두 번째 악장에선 이런 점이 더 분명했다. 얼마 전 파비오 루이지Fabio Luisi와 함께 내한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가 보여준 느리고 장엄하면서도 기능적으로 완벽한 연주와 대비되어 츠베덴만의 음악이 분명히 드러났다. 비교적 상쾌하면서 발랄한 무드 속에서 유장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자기만의 색깔이었다. 물론 아름다운 호른 솔로 연주를 한 홍콩필의 수석 주자 린 지앙Jiang Lin (그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서도 활약했다)의 기여가 컸다. 지휘자의 의도에 충실한 연주였는데 RCO의 케이티 울리Katie Woolley의 거대한 연주와 대비되었다. 마지막 악장은 말러 교향곡을 방불케하는 격렬한 흥분으로 가득했다. 루이지의 연주가 브루크너같은 차이콥스키였다면, 츠베덴의 연주는 마치 말러와 같았다.

(포스터=서울시향)
(포스터=서울시향)

11월 24일-하이든

그의 하이든 교향곡 제92번 <옥스퍼드>는 또 하나의 테스트 베드였다. 츠베덴이 하이든 특유의 천진난만한 여유와 화사한 색채 그리고 우아한 리듬을 몰랐을까? 하이든에서 그는 여유와 낭만을 다소 덜어내고, 고전으로 돌아가 체질 개선을 꾀하는 듯했다. 조심스럽게 출발한 첫 악장에선 고전파 음악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교과서적으로 제시했다. 역동적이면서도 고요한 두 번째 아다지오 악장 역시 일품. 미뉴에트는 훌륭하게 직조한 춤사위의 한 마당이었다. 목·금관에 부여한 악센트가 적절하면서도 역동적이었고 리드미컬한 음악적 전개가 일급이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초스피드 레이싱으로 달려가는 듯한 신명나는 마지막 악장의 질주도 그만의 방식이었다.

(사진=서울시향)
(사진=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혁명> 역시 보기 드문 명연이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서사의 전개와는 다른 접근이었다. 상당히 빠른 템포로 시작해서 비장한 제1주제를 서늘하게 제시하는 대목에서 이날의 연주가 사뭇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 직감했다. 바이올린의 달인답게 현악 성부를 컨트롤하여 만들어내는 입체감이 각별했다. 총주에서 과포화란 없었고, 성부 간 균형과 동시에 목관의 앙상블이 좋았다. 거침없는 피치카토의 속주가 상쾌했고, 저음현의 타격음이 유럽 오케스트라를 방불케했다. 느린 제3악장에서 현의 마술을 다시 한번 체험했다. 정서의 깊이보다 변주에서 색채의 변화와 대조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갔다. 색채의 중첩 효과가 농밀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의 차이가 만들어낸 개성이었다.

(포스터=서울시향)
(포스터=서울시향)

12월 22일-베토벤

츠베덴의 쾌속질주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가 그린 구도의 틀 안에서 연주를 리드했다.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는 몰입감이 이뤄낸 앙상블로 끌고간 두 번째 악장과 빠른 템포 속에서도 들뜬 흥분과 함께 아름다운 노래로 울려 퍼진 아다지오 악장이 각별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일치된 호흡이 만들어낸 마지막 악장은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었다. 탁월한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서의 면모였다.

2024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와 호흡도 꾸준히 맞춰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을 김동현(바이올린), 한재민(첼로), 김수연(피아노)과 같은 떠오르는 신예 솔리스트와 함께 한 것도 같은 맥락. 고요하던 악단이 마지막 대목에서 휘몰아치듯 힘찬 포효로 마무리하는 장면에서 오케스트라의 파워를 연출했지만, 내내 오케스트라의 톤과 볼륨을 줄이는 모습이었다. 솔리스트의 연주를 돋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인간적인 따스함과 리더로서의 냉철함이 조화된 그와의 새해 여정을 함께 기대해 보자.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베토벤 삼중 협주곡에서 김동현, 한재민, 김수연 (사진=서울시향)
베토벤 삼중 협주곡에서 김동현, 한재민, 김수연 (사진=서울시향)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서 솔리스트 서선영, 양송미, 김우경, 박주성과 함께 (사진=서울시향)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서 솔리스트 서선영, 양송미, 김우경, 박주성과 함께 (사진=서울시향)
베토벤 합창 교향곡, 국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과 함께 (사진=서울시향)
베토벤 합창 교향곡, 국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과 함께 (사진=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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