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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마이스터 장기웅, “나의 예술과 신앙적 삶의 여정”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장기웅 교수

장기웅 교수 ©최윤하 작가
장기웅 교수 ©최윤하 작가

[시사매거진] 과거 80~90년대만 해도 국내 공연계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음향 또는 레코딩 엔지니어를 만난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는 않았다. 특히 도이치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DG)이나 폴리그램(PolyGram) 등 세계적인 레이블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음반을 제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별천지 같은 이야기. 이는 콘솔을 다루는 엔지니어가 기계 다루는 실력 외에 또 다른 능력을 요구하기에 그렇다. 소리를 알고 음악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에 공학과 예술을 통달한 그들은 또 다른 세계를 여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지휘 전공 1호로 졸업하고 독일 톤마이스터 과정을 통해 음악과 음향/레코딩 엔지니어링 두 분야 모두를 섭렵한 장기웅 교수(동아방송예술대)를 만나 그의 지나온 삶의 여정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지휘자의 길

마리오 란차, 유시 비욜링, 마리오 델 모나코, 엔리코 카루소 등 중·고교 시절 이런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으며 음악인으로서의 꿈을 가지게 됐다. 목소리가 남달리 미성이었던지라 나도 어쩌면 성악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적이 있다. 그러나 변성기가 계기가 되어 성악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진로는 자연스럽게 작곡으로 이어졌다. 이후 입시를 위한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고 결국엔 서울음대 작곡과에 합격해 서울대생이 됐다.

당시 수많은 음악 활동 중 ‘뮤즈 스트링 앙상블’을 창단해 창단 연주회를 한국일보 홀에서 하는 등 여러 음악회를 기획, 지휘하며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것이 지금도 나의 인생 가운데 함께하는 ‘뮤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전신이다. 이때 함께했던 연주자들과 인연이 되어 지금도 다양한 공연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학창 시절의 경험은 한국에서 최초로 신설된 오케스트라 지휘 전공으로 대학원에 합격하는 기쁨을 갖게 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지금은 박은성 교수 외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 기라성 같은 지휘자들... 이남수 교수(서울대), 홍연택 교수(전 코리안심포니), 김만복 교수(전 서울시향), 박은성 교수(한양대), 요하임 뷜러(독일문화원장) 등이 심사를 했다.

학교에 여러 지휘 교수가 있어 두루 배웠지만, 독일(동독)의 지휘자였으며 빈 국립음대 지휘과 교수였던 오트마르 스위트너(Otmar Suitner, 1922-2010)의 제자였던 박은성 선생의 교수법이 특히 와닿았다. 박 선생은 악곡의 배경이 되는 음악의 역사와 시대적 배경, 당시의 해석과 관현학적인 분석을 통해 왜 이렇게 지휘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지휘법을 명확하게 잘 가르쳐 주셨다. 참고로 스위트너의 지휘는 그다지 멋있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핵심, 코어가 분명한 지휘로 정평이 난 지휘자이다. 그분의 제자였던 박은성 교수와의 만남은 이후 나의 음악세계에 있어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자 인생의 멘토로서 큰 울림이 되었다. 또한,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작곡과 합창지휘 그리고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한국인 최초로 관혁악 지휘로 디폴롬을 받은 전 서원대 이준원 교수를 통해 세르주 첼리비다케(Sergiu Celibidache, 1912-1966) 계보의 지휘법을 터득하였다.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톤마이스터(Tonmeister)

본격적인 톤마이스터 공부를 하기 전, 작곡과 김정길 교수의 추천으로 선경(SKC)에서 6년 7개월가량 직장 생활을 했다. 첨단 장비들로 둘러싸인 스튜디오 환경에서 콤팩트디스크(CD)를 제작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 당연히 음악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세계의 수많은 음반들을 보며 수많은 음악을 들었다. 일도 하면서 공부도 되는,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당시 80년대에는 일반인이 해외에 나간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난 출장과 연수로 네덜란드의 폴리그램, 필립스, 독일의 도이치그라모폰 등 세계적인 레코드 회사들을 두루 견학하며 녹음, 음반 마스터링, 편집 등 제작 시스템에 관한 공부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훗날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게 톤마이스터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다 결국 기회가 왔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전문적인 톤마이스터를 육성해야 한다”는 서울대 김정길, 강석희 교수의 목소리가 더해져 한국과학기술처와 독일 경제청의 ‘쌍무 협력 연구’라는 명분으로 국비 장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지원자가 8명, 심사에 2년이 걸렸고 단 한 명만 선발되었다.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작곡, 지휘를 했으며 이미 선경에서 관련 업무를 수년간하면서 세계적인 음반사들을 연수한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최종적으로 브람스가 학장을 지냈던 국립 데트몰트 음대에서 톤마이스터 과정을 모두 마치고 자격증(Bescheinigung)을 취득했다.

유럽에 있으면서 세계적인 작곡가 슈톡하우젠의 작업에 엔지니어로 참가하는 행운이 있었고, 첼리비다케의 생전 연주(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직관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뮌헨필은 작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협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올해 11월 내한 공연(지휘 정명훈, 협연 임윤찬)이 예정되어 있다.

두보(杜甫)의 시 중에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라는 ‘춘야희우(春夜喜雨)’처럼 나의 인생 여정 가운데 펼쳐진 일들은 순전히 나의 노력 만으로는 되어진 일들이 아니었다. 분명, 신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내 주변에 있는 듯, 매사 단비를 내려주시는 신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미션아일랜드(Mission Island)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에 무시(無時)로 어떤 계시가 있어 신약성서 <사도행전 1장 8절>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개역개정)는 말씀이 기초가 되어 기독교 문화예술 선교단체, ‘미션아일랜드’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국내외 선교사들에 대한 지원을 여러 모양으로 하게 되었고 해외 선교지를 방문하여 자매결연 및 선교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이때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가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 온 ‘뮤즈 심포니 오케스트라’이다. 국내에선 예술의전당을 비롯하여 서울과 지방 여러 도시의 공연장에서, 독일에선 민간 오케스트라 최초로 베를린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평화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톰스크 ‘찬양 교회’(올렉 비토로비치 목사)를 방문하여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창단과 악기 기증 협약을 체결하고 2관 편성의 오케스트라 악기 기증,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창단을 위한 음악캠프 개최 등을 약속했으며, 실질적으로 2019년에 이를 실행하여 모두가 기쁨을 누렸다. 또한, 캄보디아 글로리 국제학교에 어린이 오케스트라 창단을 위해 2관 편성의 오케스트라 악기를 추가로 기증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션아일랜드는 <사도행전 1장 8절>을 이어가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인터뷰를 마치고...

영화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을 닮은 듯 젠틀한 대학 선배로 훈훈한 첫인상을 기억하게 되는 장기웅 교수. 그와의 세월이 30여년이 넘은 듯하다. 시인 나태주의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 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라는 <겨울행>처럼 대화하는 동안 지난 청춘의 삶이 한편의 캠퍼스 영화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는 시구(詩句)와 제법 잘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이제 또다시 펼쳐지게 될 그의 인생 후반전이 새롭게 기대된다.

About 장기웅 교수

서울음대 작곡과(79학번)를 거쳐 동대학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전공 1호로 졸업했다. 이후 독일정부 초청(국비장학생)으로 국립 데트몰트 음대 톤마이스터 과정을 마치고 한세대에서 음악박사를 취득,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 학창 시절부터 육성해 온 뮤즈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를 이끌며 민간 교향악단으로는 최초로 독일 베를린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미션아일랜드 한반도 평화음악회를 기획, 연주를 했다. 2017년에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표창과 한반도 평화 메달을 수상했다. 최근 성악에 대한 문헌적 탐구와 감상,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벨칸토 발성과 호흡법을 습득하며, 성악가로서의 도전을 이뤄 세 차례(20년, 21년, 22년)의 개인 리사이틀을 펼쳤다.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장기웅 교수, 영종도 쏠마레(SoleMare)에서 ©최윤하 작가

강창호 기자 alexkang7777@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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