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영화 어벤져스의 그녀는 왜 손사가 됐을까?”
인터뷰-손해사정사 김가은 ㈜가나손해사정
[시사매거진] 2015년 영화 의 한국 촬영지에서 통역사로, 평소 격투 운동을 좋아해 복싱을 즐긴다는 김가은. 어벤져스와 복싱의 독특한 이력처럼 늘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 활약을 펼치며, 오늘도 영화 속의 히로인처럼 블랙 슈트를 걸쳐 입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바로 보험 사고와 관련해 보험사와 의뢰인의 분쟁을 정리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손해사정사(損害査定士, Certified Damage Adjusters)이다. 예상과 달리 그녀는 전문 통역사도 아니었고 복싱 선수는 더더욱 아니었다.
[시사매거진] 2015년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국 촬영지에서 통역사로, 평소 격투 운동을 좋아해 복싱을 즐긴다는 김가은. 어벤져스와 복싱의 독특한 이력처럼 늘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 활약을 펼치며, 오늘도 영화 속의 히로인처럼 블랙 슈트를 걸쳐 입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바로 보험 사고와 관련해 보험사와 의뢰인의 분쟁을 정리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손해사정사(損害査定士, Certified Damage Adjusters)이다. 예상과 달리 그녀는 전문 통역사도 아니었고 복싱 선수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럼, 과연 “Who Are You?”라는 질문처럼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손해사정사가 됐을까? 그녀의 지난 발자취와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About 김가은
5살짜리 아들 하나를 둔 워킹맘 김가은(39)입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남에게 선을 베푸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며, 유난히 운동에 대해 승부욕이 있었던 저는 20대에 전국복싱대회에서 우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30대 초반에는 영화 어벤져스 2에서 VFX 팀으로 참여해 잠시 통역가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저의 색다른 이력이 손해사정사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충과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모든 일들에 여러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엄마’라는 저의 또 다른 신분은 매사 일을 함에 있어서 보다 사려 깊게 하는 요인이 되었고, 한 번 더 의뢰인의 이야기를 살피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조심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왜 손해사정사가 됐는가
처음 가족을 통해 도전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일하던 법률사무소에서 여러 사건들을 맡아 처리하면서 업무가 고되고 힘들었지만, 남을 돕고 난 뒤에 오는 성취감이 매우 컸기에 손해사정사가 꼭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정인이 사건’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당시 매스컴에서는 이 사건으로 온통 소동이 났던 때였습니다. 저의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관련된 사건이었고,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서 유난히 망부석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아기의 모습이 눈길을 끌어 기억에 남았던, 너무나 가슴이 아픈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더욱이 엄마 된 끓는 심정으로 규탄 집회에 참여하며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하던 때였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기에 당시 분주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합격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생각이 납니다.
참고로, 정인이 사건은 2020년 10월 13일 서울특별시 양천구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살인 사건입니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한 당시 8개월 여자아이를 입양부모들이 학대하여 16개월의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이후 국회에서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정인이 법’이라는 명칭으로 법안이 개정된 사건입니다.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의뢰인에게 많이 내비치는 마음입니다. 여러 보험사고들 속에서 개인들의 쌍방 또는 메이저 보험사를 상대로 일반인이 복잡한 약관과 법률적 지식으로 무장한 상대를 설득하거나 싸움을 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무력감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한 분들을 마주하며 내비치는 마음.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저는 이 마음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어 힘든 순간을 함께하며, 이겨내는 저만의 주문이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다양한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그분들의 심정을 헤아리게 됩니다. 사건에 관련된 조사 과정에서 ‘내가 다쳤다’ ‘내가 피해자다’라는 감정이입을 통해 보다 그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보다는 사고 현장조사나 면담할 때, 사건 종결 후 잊지 않고 감사와 안부 인사를 보내주실 때,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저를 또다시 기억해 주시고 보내주시는 ‘따스한 격려의 말 한마디’는 저에게 가장 힘이 되고 감동으로 와닿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일을 멈출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 계획인가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자녀를 돌보는 마음이 어떤지를 잘 알기에, 부모가 없어도 존중받아야 하는 아동 권리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사회적으로 도움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서 함께 일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손해사정사는 타인의 권리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현재 그 권리를 찾아주는 대상이 보험 가입자에게 한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대한 추가적인 공부를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정인이 사건’처럼 어린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방관, 학대, 살해 등에 대한 처벌 및 친권제한법 등 사법권 내에서의 법 강화로 정부가 힘이 없는 약자를 위해 세세하게 책임지는 실정에 이르기까지, 그들 곁에 함께 있고자 합니다.
아들에게는 어떤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가 바라는 모든 꿈은 계속할 용기만 있다면 모두 이루어진다” 바로 월트 디즈니가 한 유명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불행하게도 무언가를 계속해야 하는 꿈이 없었고 그럴 용기가 무엇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급격하게 가세는 기울었고 가족들 모두가 생존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저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위인 전기를 보면 꿈을 잃지 않고 훗날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감동 스토리가 있지만, 저에게는 그런 드라마틱한 삶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생의 치열함 속에서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무엇보다 컸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신 분은 어머니입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긍휼이 여기는 마음과 우리의 이웃과 주변을 살피는 마음은 어머니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봅니다. (웃음)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책상머리 공부보다는 보다 넓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갖게 해주고 싶습니다. 사회의 구석구석 그늘진 곳들을 살피며,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엄마처럼 일하고 싶어, 엄마를 닮고 싶어”라는 말을 듣는 게 저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저는 지금도 ‘항상 아들이 보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현장으로 나가곤 합니다.
10년 후에도 “넌 혼자가 아니야”
꼭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10년 세월이 지난 후 제 곁에는 타인의 감정과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과 <엄마가 보내는 편지>, <미안해 엄마야>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담은 책을 낼 계획이 저의 머릿속에는 있습니다. 이게 언제 세상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이들, 험한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지는 그 누군가가 읽었을 때,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넌 혼자가 아니야”라며 그들 곁을 지켜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들과 더불어 주변의 많은 분들과 함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서로 돕고 사는 법을 나누며,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억눌린 슬픔은 질식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던 오비디우스(Pūblius Ovidius Nāsō)가 남긴 말이다. 그의 짧은 어록에서의 느낌처럼 김가은 손사는 여러 억눌린 자들의 맺힌 마음을 들여다보는 특이한 재능을 지닌 듯하다.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며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님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그녀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 모두가 슬픔과 고통의 질식에서 벗어나기를 응원한다.
강창호 기자 alexkang7777@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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