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갤러리 이끄는 원준섭 대표는 “예술을 통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로하갤러리 이끄는 원준섭 대표는 “예술을 통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시사매거진 신현희 기자]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로하갤러리는 작품을 두는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한다. 신진 작가의 발굴, 예술의 대중화, 발달장애 작가 지원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품은 갤러리다. 이곳을 이끄는 원준섭 대표는 “예술을 통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말에는 시장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술의 의미와 책임이 담겨 있는 듯 느껴졌다.

“팔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했지만… 미술은 달랐다”

원 대표는 스스로를 “무엇이든 팔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감으로 갤러리를 열었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그림이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작품은 일반 재화를 파는 것과 달랐다. 작가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은 “팔린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갤러리 운영은 보편적인 판매 비즈니스가 아니었어요. 작품의 투자가치, 작가의 스토리, 그리고 시장의 신뢰가 연결되는 복합적 구조입니다.”

그는 미술 시장이 과거처럼 급등락을 반복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시장이 안착했습니다. 작품은 대체재가 아니에요. 한 번 형성된 가격을 존중해주는 컬렉터 문화가 있고, 시장의 신뢰가 유지되기 때문에 작품 가치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장 특성은 갤러리 운영에 확신을 주었고, 그는 ‘전시 중심·작가 중심’ 모델에 더 깊이 집중하게 됐다.

전시 기회는 예술가에게 산소 같아

로하갤러리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전시 기회의 확대다.

“강남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로 엄두를 못 내는 작가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는 것이 로하갤러리의 사명입니다.”

현재 갤러리는 국내 신진 및 중견 작가 100여 명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품 판매와 기업 렌털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의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도 마련했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갤러리 출입 장벽을 낮추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미술관이든 갤러리든 대부분 입장료가 없습니다. 그냥 들어와서 감상하시면 됩니다. 이제 우리도 큐레이터 설명을 들으며 편하게 감상하는 문턱 낮은 갤러리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고, 로하 갤러리가 그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지속성’을 본다

원 대표는 그저 비주얼만 좋은 작품만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왜 이 작품을 그렸는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그는 특히 철판 스크래치 장정후 작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언급했다. 철판 위를 글라인더로 갈아 빛과 각도에 따라 보는 느낌이 다른 장 작가의 작품은 너무 매력적이라고 극찬했다.

“그 작가의 1년치 작품을 전부 구매했습니다. 기술 난이도도 높고, 작업 과정도 쉽지 않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더욱 그 작품이 멋있게 느껴졌어요.”

원 대표는 작가들의 기획 의도 역시 중요하게 본다.

“애정과 절실함은 글에서 드러납니다. 그런 작가는 오래 기억에 남고, 변화의 가능성도 큽니다.”

라포디움 프로젝트로 K-아트 등용문 만든다

갤러리는 ‘라포디움(LAPODIUM)’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지하층에서 매달 다른 콘셉트로 단체 소품전이 운영되고 있고, 내년 즈음에는 전국 단위 소품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원 대표는 “작가들의 작품을 올릴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30만 원 동일 가격의 소품전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고, 이 무대에서 미래의 블루칩 작가들이 탄생하길 바랍니다”라며 “10년 뒤에는 젊은 작가들의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 플랫폼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라포디움(LAPODIUM)’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 소비가 일상이 되기를 바랐다.

“작품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신발 사듯, 소품 사듯, 편하게 사면 됩니다. 저는 작품을 선물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요. 30만 원짜리 옷을 사 입는 것보다 30만 원짜리 작품을 선물하는 게 훨씬 값지고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예술을 생활과 이어주는 일이 결국 미술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작가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창작 기반을 제공한다는 철학이다.

“작가님들의 응원이 저에게도 큰 힘입니다. 로하갤러리는 앞으로도 초심 그대로, 작가와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 "선으로부터"를 설명하고 있는 원준섭 대표.
이우환 작가의 작품 "선으로부터"를 설명하고 있는 원준섭 대표.

“발달장애 예술가의 사회 진입을 돕는 것도 우리의 역할”

원준섭 대표의 또 다른 꿈은 발달장애 작가 지원이다.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 세계는 깊이가 있고 표현 방식도 독창적이어서 저는 갤러리 시작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갤러리는 발달장애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다른 작가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갤러리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시 오프닝에 오면 서로 묻고 배우고 교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요?”

원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후원’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단순한 후원이나 지원이 아니라 브랜드 소속감을 주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들에게 든든한 신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장기적으로는 발달장애 작가의 경제적 자립에도 큰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는 로하갤러리가 이처럼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들과 한 걸음 씩 발맞춰 나가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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